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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독후감 대회에서 청소년 부문 [꿈틀꿈틀상(우수)]을 받은 글입니다. [편집자말]
“우린 행복해요” 뢰딩 학교에서 만난 덴마크 청년들
 “우린 행복해요” 뢰딩 학교에서 만난 덴마크 청년들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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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참고서를 고르다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우울한 상황에서 '행복지수 1위' 나라라는 말이 주는 마력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선택한 책이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어느새 이 책의 열렬한 팬이 되어 있었다. 꼭 읽어봐야 한다는 나의 성화에 초등학생인 동생만 빼고 나머지 가족들이 모두 이 책을 읽었고, 친구들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는 중이다.

레스토랑 종업원 아저씨가 등장하는 첫 번째 장면부터 어떤 일을 하던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느끼는 덴마크인들의 당당함에서 행복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한 개인들이 모인 행복한 사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아직 학생이어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3장 '행복한 학교'는 여러 모로 인상적이었다. 7학년까지 점수나 등수를 매기지 않는 학교, 몇 년간 같은 선생님, 같은 친구들과 배우는 학교…….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가족 같은 친구들이라면 사회에서도 오래오래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구사회가 삭막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우리가 자랑으로 여겼던 '정겨움의 문화'는 학교의 경쟁적인 교육을 거치며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퍼레이드를 하며 집집을 도는 덴마크 고등학생들의 졸업 풍경은 정말 부러웠다. 책에 나온 대로 이런 분위기라면 왕따나 루저가 있을 리 없다. 내가 1년 후 맞이할 한국 고등학교의 졸업식 풍경과 어떻게 다를지 상상하다보니 씁쓸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한국 교육과 가장 다른 덴마크 교육의 특징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교육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간 중간 멈춰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공부를 하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장면들을 자주 만났다. 특히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10학년에 학생들이 선택해서 인생 공부를 하는 '에프터스콜레'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물론 요즘은 한국에서도 진로교육을 강조하면서 계속 뭘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긴 한다. 그러나 진로시간에 하는 활동들과 '에프터스콜레'는 하늘과 땅 차이인 것 같다. 한국에선 결국 모든 계획이 대학 입학과 취업으로 끝일 뿐 그 이상을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진정으로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35살 무렵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그런 삶을 위해서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묻고 대답해 볼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중간 중간 생각해 보는 교육이야말로 진짜 학생들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교육이란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야 뭐가 되겠다, 어떻게 살겠다고 얘기하지만 친구들 중엔 "뭘 하든지 상관없고 무조건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친구들이 꽤 있다.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친구들도 여러 명이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어떻게 살 지 생각도 안 하는데 엄마가 시켜서 무조건 공부만 열심히 하느라 힘든 우리 학생들의 현실은 참 슬픈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궁금했던 우리 사회의 복지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도 참 뜻 깊었다. 나의 꿈은 언론인이다. 신문에서 부쩍 자주 보는 우리 사회의 복지 문제에 대해 부모님께도 자주 여쭤보고 얘기를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내는 세금과 삶의 질, 복지의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지금은 시험 기간이라 여유가 없지만 기말고사가 끝나면 어려웠던 책의 다른 파트에 대해서도 부모님과 더 많은 얘길 나누고 친구들과도 토론을 해 보고 싶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알았는데, 지구 저편에는 너무나도 다른 시스템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한국 사회는 대다수가 행복하지 않다고 아우성인데, 덴마크는 행복지수 1위라니. 행복한 사회의 비결은 뭘까? 책에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6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이다.

책을 읽고 난 후 남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부모님은 "그 답은 '우리'를 이루는 사회 구성원들이 행복의 바탕이 되는 가치에 얼마나 찬성하는지에 달렸다"고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가치를 지지할 때 사회는 그 방향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해 간다고 하셨다.

얼마 전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분홍색 책 표지를 들고 있는 몇 사람을 버스에서, 학원에서 봤는데 너무 반가운 나머지 인사까지 할 뻔했다. 함께 만나서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한국적 상황에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생각해 본다면 좋을 것 같다.

참,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내년 대학입시가 끝나고 나면 꼭 덴마크에 가서 행복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오자고 약속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4)


태그:#우리도행복할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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