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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70년,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골이 깊습니다. 이념적 갈등도 여전합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분단 현실 속에서, 문학의 감동이 '마음으로 하나가 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천만의합창국민위원회'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통일를 염원하는 시를 연재합니다. 국내 시인과 사할린 동포 시인, 특히 재일조선인 시동인회 <종소리>의 시인들이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작은 실천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열정이 모일 때 통일이 성큼 오리라 믿습니다. [편집자말]
"38선 / 비무장 지대에 / 거적대기 깔아놓고 / 낮잠 한 번 자고 싶다
텁텁한 막걸리에 / 얼큰히 한잔되여 / 큰 대자로 누워서 / 코를 골며 자고 싶다...
벌떼에 쏘여도 좋다 / 사슴의 발꿈치에 채여도 좋다 / 총포없는 내 땅에서 / 낮잠 한 번 자고 싶다..."
- 재일조선인문예선 <내가 가는 길> 중에서

90살을 넘어선 재일조선인 시인 정화흠 시인의 "낮잠 한 번 자고 싶다"입니다. 세상을 뜨기 전에 평화가 있는 한반도의 통일을 보고 싶다는 시인의 염원을 담은 작품입니다. 해외에 살다보니 그 꿈은 더욱 절실할 것입니다.

분단 70년이 되었어도 남북 관계는 그리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의 골이 깊고, 국내외에서의 이념적 갈등 역시 여전합니다. 그럼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100년이 되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지 않을까?

그래서 듣고 싶고 알고 싶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언어적으로 잘 정련된 시로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누구보다 식민지 지배의 피해자로서 해방의 기쁨을 느꼈고, 분단의 폐해를 실감하고 있는 일본과 사할린의 동포들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통일로 가는 노정은 정치, 군사적인 문제 이전에 서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예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시가 그 선봉에 서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문학과 예술의 감동과 함성이 통일의 새날을 예감케 하고, 그 믿음이 통일로 우리를 이끌 것입니다. 남과 북 그리고 해외가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하자는 캠페인도, 통일을 주제로 한 공연도, 통일의 화살이 되어 줄 시를 연재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그 취지에 공감한 국내 시인과 사할린 동포 시인, 특히 재일조선인 시동인회 <종소리>의 시인들께서 30여 편의 창작시를 보내주셨습니다. 작은 실천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큰 열정이 모일 때 통일이 성큼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임진각 자유의 다리 끝부분에 내걸린 한 어린아이의 소망. "북한 친구들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소망 그대로 다음 세대에는 통일된 조국에서 자유롭게 만나고 결혼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임진각 자유의 다리 끝부분에 내걸린 한 어린아이의 소망. "북한 친구들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소망 그대로 다음 세대에는 통일된 조국에서 자유롭게 만나고 결혼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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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일·5

신현수

나는 왜 그 생각을 한 번도 못 했을까.
대학시절 병건이는 고향이 제주도여서
제주도 사투리로 욕을 하면
우리들이 막 웃었는데
중기는 경상도여서
말투처럼 씩씩하고 묵직했는데
아직도 졸업을 안한
현준이는 전라도여서
한 서린 노래를 잘 했는데
재용이는 강원도여서 감자 바위라고
놀렸더랬는데
경기도, 서울이 고향인 아이도 많고
내 고향은 충북이었는데
나는 왜 그 생각을 한 번도 못 했을까
나에게는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가 고향인
친구가 없다.
단 한 명도 없다.

신현수 시인은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났으나, 주로 인천에서 성장했다. 공주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 전공)을 졸업했으며, 현재는 인천 부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계간지 <시와 의식>(1985년 봄호)에 '서산 가는 길' 등 5편이 박희선, 김규동 시인에게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서산 가는 길><처음처럼><이미혜><군자산의 약속><시간은 사랑이 지나가게 만든다더니><신현수 시집>(1989-2004)(상, 하), <인천에 살기위하여>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용운>(서울시교육청 선정 중고생 필독도서), <시로 만나는 한국현대사>가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는 <그래, 지금은 조금 흔들려도 괜찮아>(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이 있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상임고문, 인천문화재단 이사,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운영위원, 인천시립봉수도서관 운영위원, 새로운학교 인천네트워크 자문위원으로 있다.



태그:#통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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