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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걸그룹 스텔라가 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M에서 열린 Mnet <엠카운트다운> 생방송에서 '멍청이'를 열창하며 섹시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걸그룹 스텔라가 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M에서 열린 Mnet <엠카운트다운> 생방송에서 '멍청이'를 열창하며 섹시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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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해 사석에서 만난 한 음악계 관계자는 체념한 듯 이렇게 답했다. 갈수록 높아만 가는 걸그룹의 노출과 선정성 수위에 대한 물음에 돌아온 답이었다. 인지도를 단번에 끌어 올리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 앞에 매니지먼트사들의 선택은 점점 단순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논란이 된 걸그룹 스텔라의 재킷 사진도 이러한 선택의 산물이라고 보면 맞다. '섹시 걸그룹'을 표방한 스텔라(효은, 민희, 가영, 전율)는 9일 오전 공식 팬카페와 공식 SNS를 통해 오는 20일 공개 예정인 새 싱글 '떨려요(vibrato)'의 앨범 재킷을 선보였다. 직접 보면 안다. 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 일색인지.

빨간 '옆트임' 드레스 사이로 노출된 검정 끈 팬티, 그리고 맨살. 스텔라의 소속사인 디엔터테인먼트파스칼 측이 선택한 노림수의 정체다. 2011년 데뷔한 '중고신인' 스텔라의 이러한 전략적 노출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공개한 싱글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 역시 논란과 비난의 대상이 됐다. 영상 속 멤버들이 란제리를 입는가 하면 샤워가운을 벗고선 상반신을 노출한 채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가 이어졌다. 이쯤 되면, 뮤직비디오라기보다 흡사 성인용 동영상을 연상시킬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지다시피, 이 선정성과 노출의 문제가 스텔라 한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욱이, 그 수위의 한계가 파괴되는 중이다. '파격'이란 단어를 쓸 수 없을 지경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선정성의 달콤한 유혹 

업계 사람들이나 전문가 모두 인정하고 있다시피, 걸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콘셉트는 많지 않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면서 청순이나 순수함을 표방했던 그룹들도 어느 순간 '섹시' 콘셉트를 선택하게 된다. 그것이 순기능으로 작용하려면 멤버들이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레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콘셉트 중 하나일 때야 가능하다.

'넘버원'으로 꼽힐 만한 소녀시대의 변화상이 딱 그러하다.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했던 소녀시대야말로 '삼촌팬'들의 팬심을 겨냥, 청순함을 강조하며 등장했다. 'Gee'와 '소원을 말해봐'에서도 각선미를 좀 더 강조하는 의상을 차용하긴 했으나, 적극적으로 섹시 콘셉트를 표방하지 않았다. 2집의 획을 그을 만한 성공 이후 선정성을 과하게 도입하지 않을 정도의 인기와 인지도를 얻은 덕택이기도 하고.

연주를 포함해 아티스트를 표방했던 그룹도 섹시 이미지로 선회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현 걸그룹 생태계다. 브라운 아이드 걸즈의 드라마틱(?)한 변화 과정을 보라. 탄탄한 보컬 그룹으로 출발했던 브라운 아이드 걸즈는 '시건방' 춤으로 유명한 '아브라카다브라'부터 섹시한 의상과 안무를 전면에 내세운 섹시 걸그룹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최근 초아나 설현이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AOA 역시 그 출발은 직접 드럼을 치고 기타를 연주하는 밴드 그룹이었다. 하지만 조회수 천만을 기록한 '짧은치마'와 같은 섹시 콘셉트로 선회하면서 인지도와 인기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예고된 수순과도 같은 걸그룹들의 노선 변화를 보며, 어떤 제작자가 섹시 콘셉트의 달콤한 유혹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일부 걸그룹들의 선정성, 지나치다 

"매체나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누군가가 접근해서 보여주는 거잖아요. 거기에는 권력이 있어요. 보는 관객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저는 남성이 중심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6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주의적인 도색잡지를 표방한 <젖은잡지>의 정두리 편집장이 한 말이다(관련기사 : "여자의 적은 여자? 제일 싫어하는 말"). 미디어의 탄생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런 남성 중심적 시각이야말로 걸그룹들을 벗기는 작동기제의 요체일 것이다. 지난 6일 쇼케이스 무대에서 엉덩이 노출로 논란이 됐던 걸스데이의 예는 이러한 시각을 의식한 매지니먼트사의 과한 시도가 화를 불렀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주요 수입원의 하나인) 행사를 뛰기 위해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걸그룹들의 안간힘(?)은 계속될 것이다. "돌아 올 수 없는 강"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이그룹보다 극심한 경쟁 체제를 돌파해야 하는 걸그룹 제작사 입장에서 보면 섹시 콘셉트의 선택은 계륵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적할 건 지적하고 한계는 분명히 해야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걸그룹들의 노출 수위는 가히 일본 그라비아(비키니를 입은 소녀 혹은 세미 누드 소녀의 사진집이나 영상물을 말함) 아이돌 수준이다. 그들의 뮤직비디오 역시 일본 그라비아 아이돌의 영상화보집을 연상시킬 정도까지 왔다. 자정을 요구하기엔 늦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나 실마리까지 깡그리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결론은 음악일 수밖에 없다. 레이디 가가의 예를 보라. 음악성과 아티스트로서의 당당함을 겸비한 노출은 스타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긍정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에 앞서 1980년대를 풍미하고 20세기의 아이콘으로 남은 마돈나가 있었다.

나이브한 지적이라고? 매니지먼트사들의 자정만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현실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불필요하고 과한 선정성을 거르는 일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과한 경쟁'이 임계점에 다다랐던 것 또한 제작사도, 팬들도 알고 있다. 이런 현실이라면 오히려 역발상과 같은 파격이 필요하다. 여성주의적인 도색잡지라는 꽤나 진보적이고 색다른 콘셉트를 표방한 <젖은잡지>의 예처럼 말이다.

그럴 때야말로 K-POP의 히트상품이라는 한국 걸그룹들의 지속적이고 생산적인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더는 이유 없이 어리고 젊은 여성 가수들을 벗기는 얄팍한 상술로는 롱런도, 메가히트도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수명이 짧은 걸그룹의 활동 주기를 핑계로 '한탕주의'에 가까운 선정성에의 함몰은 생태계 차원에서도 득이 될 게 없다. 그러니 부디, 제2의, 제3의 스텔라는 탄생시키지 말도록 하자.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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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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