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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길>(이형진 지음 / 느림보 펴냄 / 2010.10 / 1만1000원)
 <숲의 길>(이형진 지음 / 느림보 펴냄 / 2010.10 / 1만1000원)
ⓒ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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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지옥, 청년 실업, 비정규직, 명예퇴직...

한숨 나오는 이 단어들 앞에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요? 부정적인 말들은 일단 접어두고 긍정적인 한 마디를 찾아보자면, '파이팅!'입니다.

세상살이 고달파 주저앉고 싶을 때 옆에서 '파이팅!'이라고 외쳐주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이 파이팅이라는 단어 역시 좀 피곤한 단어입니다. 힘들고 지쳐 쓰러질 것 같은데 "힘내라. 싸워라."라고 말하는 것 같으니까 말입니다.

격려가 필요한 사람에게 쓰는 원래의 영어표현은 'Fighting'이 아니라 'Cheer up'입니다. 더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은 'Go!' 이구요. 이 세 단어를 원뜻대로 해석해보자면 '싸우라', '격려 한다', '가라'이지요. 싸우라는 건 좀 힘이 들 것 같고, 격려해준다는 건 고맙긴 하네요. 그렇다면 '가라'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요?

이형진의 <숲의 길>은 가야할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 우리가 가고 싶은 길

그림책을 펼치면 아이 둘, 그리고 강아지가 '자동차는 갈 수 없지만 우리는 갈 수 있는 길', 숲의 길로 달려갑니다. 거기에는 아침마다 할머니가 가시는 약수터 길이 있고, 좀 더 올라가면 아빠가 운동하러 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올라가면 삼촌이 등산하는 길도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길을 갑니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에 따라 가야할 길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약수가 목적이고, 아빠는 운동이 목적이고, 삼촌은 등산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아빠는 할머니보다 좀 더 올라가야하고 삼촌은 아빠보다 좀 더 올라가야 하는 것입니다. 약수는 숲길 아래에 있는데 등산하러가는 삼촌을 따라 힘들게 갈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이 가는 길이 좀 더 높고 멋있어 보인다고 부화뇌동 할 일이 아닙니다. 내가 가야할 곳까지 가면 그만입니다.

숲에는 아이들만 아는 길도 있습니다. 강아지를 따라 간 길입니다. 강아지가 모르는 길도 있습니다. 다람쥐들이 쌩쌩 달리는 길입니다. 다람쥐들이 모르는 길은 오소리, 족제비들만 아는 길입니다. 개미들만 아는 길도 있습니다. 땅 속 깊은 곳 졸졸졸 흐르는 물길은 나무뿌리로 이어지고 줄기로 이어지고 가지로 이어지고 나뭇잎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날아가는 나뭇잎을 따라가면 나뭇잎만 아는 길, 바람이 달려가는 뻥 뚫린 바람길을 만납니다. 그리고 나뭇잎도 갈 수 없는 길, 아이들도 갈 수 없는 길은 자동차만 가는 길입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길이 있습니다. 사람이 다람쥐의 길로 갈 수 없고, 족제비가 개미의 길을 갈 수 없습니다. 물이 바람길로도 갈 수도 없습니다. 나만이 갈 수 있는 그 길이 있습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일이 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나입니다. 그리고 내가 가는 그 길은 오직 나만이 갈 수 있는 하나 뿐인 길입니다. 나는 오직 나만을 위한 길을 가진 소중한 나입니다.

"Go!"

지친 현대인을 위해 소중한 격려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내가 원하는 길을 가세요. 나만의 갈 수 있는 길로 가세요. 누구 눈치 보지 말고 묵묵히 그 길을 가세요. 빨리 가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으니 그저 자기 걸음에 맞추어 걸어가면 그만입니다. 남들이 다들 가니까 따라가는 그 길 말고 내 길을 찾는다면 신나게 그 길을 걸을 수 있겠습니다.

"Go! Go!"

덧붙이는 글 | <숲의 길>(이형진 지음 / 느림보 펴냄 / 2010.10 / 1만1000원)



숲의 길

이형진 글.그림, 느림보(2010)


태그:#그림책, #숲의 길, #이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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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보물들을 찾아 헤매는 의미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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