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영화진흥위원회의 에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 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독립예술영화관모임의 기자간담회. 전국의 독립영화예술관 운영자들은 영진위의 계획이 검열로 작용할 수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공동의 테이블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지난 2월 영화진흥위원회의 에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 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독립예술영화관모임의 기자간담회. 전국의 독립영화예술관 운영자들은 영진위의 계획이 검열로 작용할 수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공동의 테이블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 성하훈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와 독립영화진영이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과 '다양성 영화 개봉지원 사업' 개편을 놓고 다시금 충돌하려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영진위가 두 사업을 하나로 합치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에 대해 국내독립예술영화관들이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25일 오후 서울 충무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전국 독립예술영화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사업 개편안을 설명했다. 지난 1월 같은 장소에서 설명한 동일한 성격의 사업 개편안 중 영화계의 반발에 부딪힌 일부를 수정한 내용이었다.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영진위가 밝힌 개편안의 주요 방향은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의 이름으로 '위탁 수행자를 통해 배급자에게 예술영화관의 상영관 확보 비용과 일정 홍보비용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예술영화 24편을 선정해 이를 상영하는 극장에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기본 틀은 지난 1월 개편안의 내용과 차이가 없다. 세부 내용에서는 비멀티플렉스 15개 관과 지역멀티플렉스 10개 관의 지원을 예정하고 있다. 위탁단체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작품을 주말 온관 상영 또는 평일 저녁 시간대 상영을 원칙으로 한다.

독립예술영화관들이 개악으로 보는 핵심적인 사안은 위탁단체를 통한 한국 예술독립영화 24편의 선정 문제다. 영진위 측은 '위탁단체를 통해 구성된 전문가 5인 내외의 심사위원회 및 별도의 심사운영세칙에 의거해 분기별 여섯 작품씩 24편의 지원 작품을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월, 26편의 작품을 선정하겠다고 했던 것과 비교할 때 더 줄어든 숫자다.

게다가 24편의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위탁단체에서 선정한다고 해도 영진위와의 협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논란을 빚은 <다이빙벨> 같은 영화는 배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실제로 지금껏 몇몇 영화는 영진위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독립영화관에서 상영할 수 없었다. 사실상 정치·사회적 비판을 담은 작품에 대한 검열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독립예술영화관의 특성을 무시한 이해하기 어려운 개악이라는 것이 국내 독립예술영화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세훈 위원장의 영진위가 영화계와 소통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보이는 행동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독립영화 진영의 비판이다.

"예술영화 사업 개편 방향, 누구 위해 만들어졌나"

 서울 독립예술영화관 지도

서울 독립예술영화관 지도 ⓒ 아트나인


지원 편수가 상당히 축소되는 것도 독립예술영화를 고사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에서 예술영화관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예술영화와 독립영화로 인정받은 작품이 100편을 웃도는데, 24편만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다른 영화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면서 "영진위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탁단체 선정과 관련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독립예술영화관들은 "굳이 위탁단체를 거쳐서 지원할 필요가 없다"면서 "거기에 들어갈 예산을 독립예술영화관 지원에 더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영진위의 개편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5일 간담회에 참석한 국내 독립예술영화관 관계자들은 영진위의 개편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박광수 프로그래머는 "영진위의 개편 방향은 극장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그저 대관하겠다는 수준밖에 안 된다"면서 "신뢰하기 어렵고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진위가 간담회 소식을 이틀 전에야 서울의 독립예술영화관 모임을 통해 전달하고, 비공개라는 이유로 자료 없이 설명했다"면서 "영진위가 한 번 더 간담회를 열고 독립영화관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아트나인을 운영하는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업 개편인지 의문이라는 게 간담회에 참석한 분들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관마다 상영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 등이 다른데 정체성을 무시하고, 일방통행하듯 '돈 받으려면 우리가 정한 것 틀라'는 식이 영진위의 개편 방향"이라고 불쾌함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사업을 오는 8월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했던데, 위탁자를 선정하는 등의 절차가 두 달 안에 끝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내용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영화단체대표들이 영진위를 항의 방문해 "김종국 부위원장 퇴진 및 논란이 일고 있는 사업의 원상복구 등"을 요구한 상태여서, 영진위 측의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안)'은 논란만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영진위가 영화계의 요구를 무시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은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과는 별개"라며, "영화계의 의견을 받아 들여 두 사업을 분리했고,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의 경우 현재 접수를 받아 예전 방식으로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두 사업을 합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오해라는 설명이다.

독립예술영화관 개봉지원사업 예술영화관지원사업 영진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