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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메르스 확산에 연동해 움직이고 있다. 메르스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자 박근혜 대통령주(아래 박근혜주)는 계속 하한가를 치고 있다. 개미 투자자는 물론이고 이제는 기관 투자자마저 박근혜주를 매물로 내놓기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2주일 만에 주가(지지율)가 10%p 이상 내려갔다. 이러다 거래소에서 상장 자체가 폐지되는 것(데드 덕)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회사(청와대)에서는 더 이상의 주가 하락을 막아야 한다며 CEO의 초등학교 방문, 동대문 시장 둘러보기, 메르스 환자 치료 병원 두루 찾아다니기 등의 이벤트를 통해 주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 대변인은 박근혜주가 동대문시장에서 개미들(국민)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으며, 중국 등 외국 투자자로부터 큰 관심과 격려를 받았다고 가십 내용까지 브리핑자료로 만들어 언론에 돌렸다. 그러나 개미들한테 비난만 가득 받고 말았다.

문화관광체육부와 보건복지부, 새누리당과 같은 하청업체들도 외국인 관광객 메르스 최고 1억 원 사망 보상 보험 상품 개발, 경쟁주인 박원순 서울시장주(이하 박원순주) 깎아내리기 홍보를 통해 박근혜주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온갖 힘을 쓰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박근혜주 띄우기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메르스 보험 상품 개발 등은 외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켜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됐고, 박원순주는 연일 상종가를 쳐 하청업체들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손씻기만 잘하면 메르스 안 걸린다"는 노벨상감 학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휴업했다 최근 수업을 재개한 서울시 강남구 일원본동 대모초등학교를 방문, 손씻기 실습 수업을 참관한 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휴업했다 최근 수업을 재개한 서울시 강남구 일원본동 대모초등학교를 방문, 손씻기 실습 수업을 참관한 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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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박근혜주 최대주주이자 오너가 지난 16일, 미래의 개미가 될 잠재적 투자자 공략에 나섰다. 메르스로 가장 큰 곤욕을 치르며 박근혜주 못지않게 주가가 급락을 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학교 현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그는 이날, 강남구 대모초등학교의 위생교육 수업에 참관해 꿈나무 투자자들에게 아래와 같이 말했다.

"지금 메르스라는 게 어떻게 보면 중동식 독감이라고 할 수가 있다. 우리로서는 처음 겪는 독감 종류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러웠지만, 학생 여러분이 평소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생활 주변도 깨끗이 관리하는 좋은 습관을 몸에 붙이면 이런 전염병들은 얼씬도 할 수 없다."

이어 다음과 같이 박근혜주를 믿고 안심하라고 당부했다.

"독감이 매년 유행하고 이번에는 또 중동식 독감이 들어와서 난리를 겪고 있는데 세상을 다 열어놓고 살잖아요. 손 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습관만 잘만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세계 전체의 의료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총괄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해 학교는 의학적으로 메르스 전염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권고를 했어요."

이런 박근혜주 하락 요인 설명에 대해, '제이제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국내 한 유명 족집게 애널리스트는 박근혜주 오너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학생들에게 메르스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용어 사용이 잘못됐고, 세계보건기구의 학교 휴업 불필요 건의를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해 설명했다는 것이다.

메르스는 중동 독감? 감염병 이름 함부로 붙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메르스 영향으로 해외관광객 감소와 소비위축 등 어려움을 겪는 국내 최대 규모 패션산업집적지인 동대문 상점가를 방문해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메르스 영향으로 해외관광객 감소와 소비위축 등 어려움을 겪는 국내 최대 규모 패션산업집적지인 동대문 상점가를 방문해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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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먼저 감염병의 이름은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이 분야 문외한이 '중동식 독감'과 같이 메르스를 때려잡는 데 혼란을 부추기는 말을 느닷없이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독감(인플루엔자)은 메르스와 전혀 다른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며, 학자들은 국제주식시장에서 메르스와 독감을 확실하게 구별해 사용하고 있단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스를 (중동식)독감이라고 부르게 되면 글로벌 시대에 혼란을 부추긴다고 경고했다.

용어는 소통, 특히 전문가와 개미 투자자 사이 오해 없는 정보 교환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아무렇게나 감염병에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은 이 바닥에서 금기시하고 있다는 점을 박근혜주 관계자는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또 '제이제이'는 "손 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습관만 잘만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고 얼씬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는 위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즉, 아무리 손 씻기를 잘 하고 건강습관을 잘 실천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메르스와 감염병이 유행하거나 환자 바로 곁에서 그가 뿜어내는 비말(침방울)을 흡입할 경우 매우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건강습관 실천은 감염병 예방에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를 언급하는 부분도 아전인수식 이야기라고 '제이제이'는 덧붙였다. 그는 학교도 메르스 전염과 관계가 깊을 수 있으며 다만 아직까지는 지역사회 유행이 본격화되지 않아 걱정할 필요 없는 것인데도 학교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절대로 활동할 수 없는 공간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정 보도자료를 내야 할 사안이다.

어른 투자자와 주식전문가도 메르스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것이 많은 상황이다. 이럴 때 회사 CEO가 새로운 작명을 하거나 감염병 전파경로, 감염병 예방법 등에 대해 이를 모르는 꿈나무 예비투자자들에게 만기친람식으로 세세하게 설명했다. '제이제이'는 이러한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할 일은 휴업 사태에 대한 사과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서울대병원 메르스 치료 격리병동을 방문, 의료진과 통화하고 있다
▲ 격리병실 의료진과 통화하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서울대병원 메르스 치료 격리병동을 방문, 의료진과 통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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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그가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공부하고 싶어도 학교가 메르스로 휴업해 집에서 지내야 했던 것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반성과 함께 '제이제이'가 제시한 메르스 유행 때의 최고책임자 자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메르스와 같은 치사율이 높고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회사의 최고책임자는 무엇보다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행보가 중요하다. 주식 하락의 책임을 경쟁 상대 등 남에게 떠넘기지 말고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임을 신속·정확하게 알리며 판단 잘못 등에 대해서는 즉각 사과하는 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둘째, 감염병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개미투자자, 협력업체(지자체) 등과 실시간으로 공유해야 하며 회사 경영 실태와 관련 정보를 결코 비밀로 해서는 안 된다.

셋째, 감염병 유행은 국가재난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가능한 인력과 자원-민간 부문까지 포함해-을 총동원해 전쟁을 치러야 한다. 전쟁 중 아군끼리 전공(戰功)을 다투거나 패배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메르스 바이러스를 뺀 모든 것이 아군이다.

넷째, 모든 것을 보고 받은 뒤 지시를 내려 작전을 펼치거나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최전방에서 벌어지는 메르스와의 전투는 메르스라는 감염병을 자신보다 훨씬 잘 알고 있고 메르스 바이러스에게 총알을 맞은 개미들을 잘 구별해 치료할 수 있는 일선 지휘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개미들은 언제까지 '메르스 고비 스토리' 들어야 하나

다섯째, 전쟁에서 군인은 사기를 먹고 산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지 말고 아군의 사기를 북돋우는 일이 중요하다. 최전방에서 보건의료 인력들에게 필요한 실탄을 효과적으로 지급하는 보급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특히 메르스 바이러스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유가족들을 직접 위문하고, 총을 맞았지만 용케 살아난 개미 등에게도 직접 애정과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고립됐다 탈출에 성공한 개미들에 대해서도 틈나는 대로 직접 위로와 칭찬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메르스와의 전쟁은 이제 전국에서 벌어지는 게릴라전으로 번졌다. 언제 어디서 게릴라들이 출몰할지 모른다. 게릴라 가운데 '람보'와 같은 능력자(슈퍼전파자)가 있을 경우 우리는 또 한 번 큰 희생을 치러야 한다. 게릴라들에게 포로로 잡혀 14일간 꼼짝을 못하는 사람이 17일 현재 6000명이 훌쩍 넘었다. 3000여 명은 겨우 그들의 손아귀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제이제이'는 당분간 게릴라들의 매복과 습격은 계속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메르스 고비는 지지난 주도, 지난주도 아니었고 이번 주도 아니다. 메르스 실황 주간 전망이 아니라 월간 전망 분석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대한민국 개미들은 언제까지 '메르스 고비 스토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메르스,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주, #중동 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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