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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으로 참여한 조국 서울대 교수(맨 왼쪽)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최태욱, 임미애, 이동학 위원, 김 위원장, 이주환, 정채웅 위원.
▲ 새정치연합 혁신위 회의 참석한 조국 교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으로 참여한 조국 서울대 교수(맨 왼쪽)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최태욱, 임미애, 이동학 위원, 김 위원장, 이주환, 정채웅 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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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1야당이 시골에서 소 키우고 땅 일구며 사는 촌부한테 혁신 방안을 자문하는 상황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12일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첫 회의. 마이크를 잡은 임미애 위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라며 입을 뗐다.

임 위원은 원래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열린우리당·민주당 출신이다. 여당 텃밭인 경상북도 의성에서 2006년, 2010년 두 차례 군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혁신위에는 경상북도 FTA 대책특별위원 자격의 '외부 인사'로 참여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당의 무능과 무기력, 무책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라며 "지난 10여 년 간의 당 생활 동안 제게 남은 건 실망감뿐이었다, 그래서 (정당 생활을) 포기했다"라고 털어놨다.

임 위원은 "(4·29) 재·보궐 선거 실패 때문에 (당을) 혁신해야 하는 게 아니다, 국민과 당원들은 정책 없이 무능한 '의원 연합체' 수준의 제1 야당을 너무 긴 시간 동안 참고 기다려줬다"라며 "당의 면모를 새롭게 하라는 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그 명령을 외면할 수 없어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자 (혁신위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취약 지역인 영남권 소외 현상을 문제로 꼽았다. 임 위원은 "지방선거를 뛰는 동안 영남 지역은 늘 당 선거 들러리로만 섰다"라며 "전당대회나 대선후보 선출 등 (지도부) 자신들의 문제가 걸릴 때만 지방을 돌아다녔고, 지방에서 표를 요구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영남의 비뚤어진 정치 지형은 새정치연합에도 책임이 있다"라며 "사람을 키우는 정당으로 새정치연합이 거듭나도록 열심히 일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당내 '비노(비노무현) 진영' 일부 의원이 혁신위를 향해 '범친노, 운동권 편향'이라고 비판하는 것을 두고도 쓴 소리를 던졌다. 임 위원은 "이런 갈등 조장이 당 밖이 아닌 내부, 과거 지도부 입에서 나오는 걸 보면 참으로 실망스럽다"라며 "조용히 혁신의 길을 응원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조국 "새정치연합, 천천히 죽는 길만 남아... 창조적 파괴해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으로 참여한 조국 서울대 교수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으로 참여한 조국 서울대 교수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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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을 향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혁신위원은 임 위원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당 대표실에서 열린 혁신위 첫 회의에 참여한 위원들은 저마다 미리 작성해온 모두발언을 읽어 내려가면서 제1야당 혁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외부 교수 몫으로 참여한 조국 위원은 "현재 모습을 보면 새정치연합 앞에는 천천히 죽는 길이 남았다, 이런 모습의 정당에 누가 국가권력을 맡기겠나"라며 "기득권 고수, 선거 패배, 내부 분열에 익숙한 정당, 폐쇄적이고 늙은 정당, 만년 2등에 만족하는 정당에 국민은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은 "(새졍치연합은) 내과적 처방과 외과적 처방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은 당원의 것임과 동시에 국민의 것이다, 놓아야 얻고 비워야 채워진다, 새정치연합에 지금 필요한 것은 자멸적 안주가 아니고 창조적 파괴"라고 말했다. 기득권 내려놓기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위의 내놓은 안이 보고서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도 당부했다. 조 위원은 "여러 분이 참여한 여러 번의 혁신위에서 좋은 혁신안을 만들어놨지만, 이번 당권재민 혁신위는 멋진 보고서를 만드는 조직이 돼선 안 된다"라며 "더 좋은 혁신안은 물론, 그것을 넘어서서 혁신안을 즉각 집행하고 실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와 130명 의원이 당과 국민을 먼저 생각하며 혁신위 활동과 결정을 존중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당부했다.

당내 기득권을 타파하는 게 혁신의 시작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인 정채웅 위원은 "호남민심을 두고 여러 사람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호남 민심은 이거다, 저거다' 하는데, 호남 민심은 한 마디로 기득권 구조를 타파하고 수권가능한 경쟁력있는 정당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희생과 헌신이 전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최태욱 위원은 "새정치연합의 기득권 타파는 제도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라면서 ▲ 대의원 및 지역위원장 선출 방식 개선 ▲ 공천제도 민주화 ▲ 정당득표율에 비례하는 새로운 선거 도입 등을 혁신 방안으로 제시했다.

청년 대표 내부 인사로 참여한 이동학 위원은 당원 권한 강화를 제시했다. 이 위원은 "그동안 새정치연합이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를 분석해보니 뭔가 해 달라, 와 달라, 봐 달라는 내용"이라며 "당원은 선거 때마다 동원되는 인형이고, 끝나면 허수아비가 된다, 어떻게 당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겠나"라고 힐난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을 진짜 당원에 뿌리를 둔 정당으로 만들고 싶다, 당원에게 그만큼 권한과 권리를 더 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상곤 "거센 파도 몰아쳐도 움츠러들지 않을 것"... 집행 의지 강조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실천 선언문'을 낭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우원식, 최태욱, 임미애, 이동학 위원, 김 위원장, 이주환, 정채웅, 정춘숙, 박우섭, 최인호 위원.
▲ 새정치연합 혁신위 첫 회의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당권재민 혁신위원회 실천 선언문'을 낭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조국, 우원식, 최태욱, 임미애, 이동학 위원, 김 위원장, 이주환, 정채웅, 정춘숙, 박우섭, 최인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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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을 포함한 혁신위원 11명은 이날 채택한 실천선언문을 통해 ▲국민과 당원의 힘으로 혁신을 이뤄낸다 ▲어떤 외부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고 혁신에 헌신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혁신안을 만들어 낸다 ▲혁신안이 실천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다는 내용의 5개항을 선언했다.

첫 회의를 주재한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앞으로 혁신위가 가야할 길은 험한 항로와 같다"라며 "혁신위원들은 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모두는 새정치연합의 혁신이 확실히 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라며 "국민, 당원과 새정치연합을 새롭게 혁신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할 기반을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혁신위원들은 첫 회의에서 향후 일정, 논의 의제, 실천 방안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오는 15일 당 최고위원들과 상견례한 뒤 2차 회의를 진행하기로 정했다. 22일~24일에는 광주에서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혁신위 공동대변인을 맡은 정채웅 위원은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2, 3회 정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별·부문별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사회 영역과도 간담회를 개최해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며 "당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도 혁신위 소통 공간을 마련하겠다"라고 전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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