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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모습.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모습.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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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S 빌딩 컨벤션 홀. 평소 같으면 4곳 식장에 사람들이 붐볐던 곳이다. 결혼식을 비롯해 각종 행사가 꽉 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낮에 결혼식 단 한 건만 열렸다. 빌딩 관계자는 "아이 돌과 회갑연이 지난주 갑자기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날 예식에 온 하례객 수도 당초보다 크게 적었다. 신랑 쪽 인사 김아무개씨는 "2,3일 전에 결혼식에 오기 어렵다고 연락해온 분들만 150여 분 정도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6시 경기도 일산동구의 한 대형마트. 기자가 직접 식품매장을 찾았다. 식음료와 과일 등 일부 코너에 3~4명의 쇼핑객만 눈에 띄었다. 각종 채소나 육류 판매의 시간 세일을 알리는 요란한 마이크 소리도 없었다. 평상시에 비하면 쇼핑객이 70~80%이상 줄어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육류 가공코너 쪽 관계자는 "2~3일전부터 고객이 크게 줄었다"면서 "매출도 지난달에 비하면 줄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갈 지가 더 걱정"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곳 마트 관계자는 "그래도 일산 쪽은 나은 편"이라며 "경기남부 쪽은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혼식 전날 하객 150여 명 취소하고 마트엔 사람 없어

우리 경제에도 메르스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꺼린 데다, 각종 모임과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비 위축은 경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특히 유통과 관광 등 서비스업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위축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실제 정부가 내놓은 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10일 정부가 낸 '메르스 관련 경제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 6월 첫째주의 소비와 관광, 문화 등 서비스업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롯데,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의 경우 지난 5월달 첫주와 비교해서 매출액이 무려 25%나 감소했다. 또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6.5%나 줄었다. 대형마트 역시 지난 5월달에 비해 매출액은 7.2%,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줄었다.

신용카드 사용액 역시 지난 5월보다 5.5% 줄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지난 5월보다 오히려 3.2% 늘었다. 이유는 외출 자체를 꺼리는 대신 실내에서 온라인이나 홈쇼핑 등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관광업계의 타격은 심각할 정도다. 특히 메르스 발생 이후 중화권 중심으로 국내 관광객 취소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8일까지 중국 관광객 2만556명이 방한을 취소했고, 대만에서 1만1020명, 홍콩 1412명, 일본은 3000명의 관광객을 한국방문을 취소했다.

백화점·대형마트 매출 급감, 관광업계는 직격탄

메르스 발생이후 주요 소비경제 지표
 메르스 발생이후 주요 소비경제 지표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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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관광 한파는 곧장 여객과 운송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6월 첫째주 열차 이용률은 지난 5월보다 30% 이상 줄었다. 국내와 국제선 항공기의 이용률도 물론 감소했다. 이밖에 영화와 놀이공원의 입장객 수는 5월 첫째주보다 무려 54.9%와 60.4%나 줄어들었다. 

정부는 이날 뒤늦게 격리자 가구 지원을 비롯한 피해 업종이나 지역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메르스로 인한 입원이나 격리자에 대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생계지원 자금을 제공한다. 또 실업급여 수급자나 직업훈련생 등이 격리 대상자로 될 경우 취업 활동을 못하더라도 실업급여나 훈련비 등을 지원한다.

또 여행, 숙박, 관광, 공연 등 서비스업종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운영자금을 낮은 이자로 지원한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을 통해 400억 원 규모로 연 1.5% 이자로 운영자금을 빌려준다. 이밖에 은행 기존 대출이나 원리금 상환을 미뤄주고, 6월중 종합소득세 신고와 납부 역시 연장해준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부의 메르스 대책이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뒷북 아니냐는 지적도 여전하다. 메르스 발생 초기에 방역 문제와는 별도로 경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대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민근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향후 사태가 비교적 조기에 진정된다 하더라도 최소 1분기에 걸쳐서 경제주체들의 심리와 소비활동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더욱이 감염자가 확대되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경제적 충격이 지속될 경우 수출부진과 내수둔화에 따른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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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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