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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기분 좋게 시작하는 한 주, 비상한 각오와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이번 주가 최대 고비라고 생각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회의에서 서울시 간부들에게 던진 첫 마디였다. 전날 정부와의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뉴스의 중심에 섰던 박 시장은 전혀 동요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비상한 각오'를 강조하며 메르스 확산 저지를 위해 공직자들에게 당부했다. 

'정부 방침 선회' 불 댕긴 박원순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모두 발언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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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7일) 정부는 지방자자치단체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모든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고 확진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했다. 또 정부는 격리자 전원을 보건소와 지자체 공무원과 1대1 매칭해 관리하는 서울시의 방안을 받아들였다. 사태가 벌어진 지 18일 만에 이뤄진 정부-지자체 간 협력이었다.

이날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확진 환자 발생 병원과 경유 병원 총 24곳을 공개했다. 그동안 혼란과 불안을 가중했다는 이유로 비공개로 일관하던 정부의 태도를 뒤집은 것이다. '뒷북 대응'이란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등 악화된 민심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은 박 시장이 지난 4일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것이다. 박 시장의 '종횡무진' 행보가 정부의 방침 선회에 불을 댕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 수를 공개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긴급 기자회견 이후 박 시장에 대한 지지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관련기사: '당시 증상 없었다' 의사 주장에 서울시 "객관 증상 있었다" 반박).

박 시장은 그간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해왔다.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이 시간 이후부터 서울 시민의 안전을 위해 대책본부장으로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전면에 나섰다. 7일 메르스 대책회의에서는 "그야말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 모두는 낙관적인 희망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나가야할 때"라고 말하며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대응 마련에 나섰다.

정부 공조 얻어냈지만, 메르스는 갈수록 확산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응급실을 폐쇄한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응급실을 폐쇄한 삼성서울병원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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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이후다. 정부와의 공조는 얻어냈지만 메르스는 물러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을 지나면서 메르스의 확산이 두드러졌다. 특히, 주말 이틀간 삼성서울병원 감염자 수는 34명에 이른다. 8일 추가된 환자 중 65~81번 환자 17명은 지난달 27∼29일에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35세)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추가 감염자 중에는 국내 최초 10대 환자가 발생했다. 고등학생인 67번(16세)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거쳐 뇌수술을 받은 뒤 같은 병원에 지금까지 체류 중이다. 걷잡을 수 없는 메르스 확산에 박 시장은 이날 최경환 직무대행에게 삼성서울병원장과 보건복지부장관이 함께 긴급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관련기사 : 박원순, 이번에는 최경환에게 4자 긴급회의 제안).

서울의 높은 인구밀도도 메르스 확산 저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경기도에서 유입되는 인구를 포함하면 서울에는 1200만 명 이상이 상주해있다.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시설과 야구장, 축구장 등 대형 행사 시설이 많은 서울은 인구 밀집 요소가 많다.

특히 오는 13일에 치러질 '서울시 지방공무원 시험'으로 응시자 13만 명이 서울로 몰려들 예정이다. 시험을 주관하는 서울시 인재개발원 누리집에는 메르스 감염을 걱정하는 공무원 응시생들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시는 이날 시험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으며, 그 외의 시 주최 행사는 최대한 자제하거나 가급적 연기하기로 했다.

일정 최대한 자제... 메르스 확산 저지에 올인

박 시장은 메르스 외의 일정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11일부터 계획돼 있던 유럽 출장도 취소했고 언론 인터뷰도 모두 거절하고 있다. 메르스 확산 저지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은 매일 아침 열리는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모든 사안 하나하나를 챙기고 있다. 특히 서울시 간부들에게 만전에 기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정보 공유·공개, 협력, 현장 주의 원칙을 잘 지켜서 대응하자"면서 "행동하는 방역 시정을 펼쳐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현재 서울시는 병원 내 감염이 아닌 지역사회에 의한 감염 확산 저지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메르스 확산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박원순 서울시장, #메르스 확산, #삼성서울병원, #서울시 공무원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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