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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교육개혁안이 시행된 지 올해로 꼭 20년이다. 이에 따라 이곳저곳에서 5.31교육개혁의 공과를 짚어보는 토론회와 세미나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20일, '교육을바꾸는새힘'과 '국회혁신교육포럼'이 주최가 되어 '5.31교육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새로운 교육체제 필요성'에 대해 국회에서 깊이 있게 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21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교육특별위원회'와 '교육에서희망을찾는국회의원모임' 주최, '5.31교육개혁, 신자유주의를 넘어 미래로'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했고, 29일에는 '전 5.31 교육개혁위원회 위원 및 전문위원' 등이 주최하는 '5.31교육개혁 2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가 열렸으며, 30일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5·31교육개혁과 학교교육의 혁신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5월 20일, ‘교육을바꾸는새힘’과 ‘국회혁신교육포럼’이 주최가 되어 <5.31교육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새로운 교육체제 필요성>에 대해 국회에서 깊이 있게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 이곳저곳에서 5.31교육개혁의 공과를 짚어보는 토론회와 세미나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지난 5월 20일, ‘교육을바꾸는새힘’과 ‘국회혁신교육포럼’이 주최가 되어 <5.31교육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새로운 교육체제 필요성>에 대해 국회에서 깊이 있게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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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막강한 영향력 미치고 있는 '5.31 교육개혁안'

1995년, 당시 문민정부가 발표한 5.31교육개혁안은 초·중·고에서 대학까지 포괄하는 '교육정책 패키지'로, 자율과 다양성, 세계화를 목표로 23개 분야 120여 개 과제로 구성되었는데, 대부분 현재까지 학교 현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들이다. '교육의 수월성을 신장하기 위하여 각급 학교 운영에 자율과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는 한편, 소외계층과 지역을 위해서는 형평성이 확보되도록 하면서, 체계적인 평가를 통하여 교육의 질이 관리되도록 한다'는 것이 5.31교육개혁안의 추진원칙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계화 시대에 맞춰 교육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생기고, 학교생활기록부가 도입됐으며, 수준별수업과 방과후학교가 활성화 되었고, 고교 유형을 다양화하자는 취지에서 자율형사립고도 이때 제안됐다. 또한 본고사 위주로 운영되던 입시제도도 학생 특성을 중시하고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고, 대학 설립의 인가권을 풀어주면서, 50%가 안 되던 대학진학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최소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함으로 부실대학을 양산했고 대학의 기업화를 부추겼으며, 그로인해 상아탑의 기초교양학문은 고사되었고, 대학에 자율성을 주되 질 관리는 시장에 맡기자던 당초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오히려 정부의 대학 통제와 간섭이 강화되는 웃지 못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렇듯 1995년 5.31교육개혁은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를 생각하는 방식으로, 규제 일변도에서 자율성 확대로, 그밖에도 교육과정 다양화와 방과후학교 활성화, 학교운영위원회 운영'... 등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입시위주의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기조이고, 특히 교육논리보다는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작동하다 보니, 자율이라는 미명 아래 사립초, 국제중, 특목고 사태, 사교육비 폭증, 학교수업중단 및 자살학생 증가 등 기형적인 모습을 보였고, 교육격차, 교육불평등은 더 심화되었으며, 특권을 이용한 반칙도 성행하였다.

또한 '교육체제와 교육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두면서 소수 관료가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이 이루어졌고, 교육의 시장화로 공교육의 질적 저하가 이루어지면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였으며, 개혁주체의 측면에서 학생과 교사를 통제 및 개혁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점, 정부 내 정책조정기구가 없었던 점, 그리고 수월성 교육으로 결국 사교육의 급증을 초래했다는 점 등 분명히 그 한계와 민낯을 드러냈다.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라고 호소하는 '대한민국 교육'

교육은 한때 우리나라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 때문에 다들 못살겠다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지나친 경쟁교육으로 인해, 학생은 학생대로 힘들고, 교사는 교사대로 힘들고,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힘들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태어나자마자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공부해야 한다. 개성과 타고난 소질, 재능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한다. 세계 최장시간의 학습노동에 시달린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부를 못하면 기가 죽고 인정받지도 못한다. 하기 싫은 공부만 하려니 죽을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 음란물 중독, 음주, 흡연 등 탈선하기도 하고, 집단따돌림, 학교폭력도 심화되고, 학교 부적응아, 학업중단자, ADHD, 청소년우울증 등 정신건강도 심각하고, 심지어 자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경쟁과 한 줄 세우기 시험으로 인해, 친구가 친구가 아니다. 짓밟아야 할 경쟁자일 뿐이다. 소수의 승리자를 만들기 위해 다수를 패배자로 전락시키는 교육이 과연 교육인가? 설사 죽으라 공부해도 좋은 대학 가기도 힘들고(다 일등할 수 없으니) 어렵사리 대학에 갔더라도 비싼 등록금 때문에, 스펙 쌓느라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은 바늘구멍이다. 운 좋게 취업해도 88만원 비정규직 세대... 누가 봐도 우리 교육은 '고비용 저효율'이다. 자연스럽게 결혼도 늦어지고, 아이도 낳고 싶지 않아진다. 출산율이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학력사회인 우리나라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억지로 강요하다보니 아이와의 갈등도 피할 길 없다. 내 자식이 인서울해야(서울 소재 대학은 가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것 같아, 좀 더 욕심 부리자면 소위 명문대를 나와야 출세가도를 달리며 사람노릇할 수 있을 것 같아, 있는 돈 없는 돈 다 교육비에 쏟아 붓는다. 학원비 등 사교육비 마련하느라 부모들도 등골이 휜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입시위주의 교육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다. 교육전문가가 아닌 단순한 지식 전달자로 전락되었다는 생각에 심한 무력감 속에서도, 학생들에게 성적과 대학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수시로 자괴감에 빠진다.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은 희망이 아니고 절망이고 고통이다. 오죽하면 학생들이 '정글, 교도소, 감옥, 지옥'이라는 표현을 쓰겠는가? 교육이 아니고 '사육'이라고 하겠는가? 우리나라 교육은 더 이상 희망의 지렛대, 디딤돌이 아니다. 오히려 걸림돌, 장애물일 뿐이다. 한때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교육이 이제는 고통과 병폐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이제 더 참을 수도, 버틸 수도 없는 벼랑 끝에 이르렀다. 병든 교육, 미친 교육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차가운 '경쟁교육'에서 이제는 따뜻한 '협력교육'으로

시대는 달라졌고, 5.31교육개혁안이라는 낡고 녹슨 교육체제로는 새로운 20년을 준비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제는 5.31경쟁교육체제에서 4.16협력교육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1등만 기억하는, 승자독식의 차가운 경쟁시스템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을 더 소중히 여기고, 협력과 공존이 더 중요한 교육요소가 되는 따뜻한 협력교육, 행복한 두레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엄청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한국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보다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교육논리가 작동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의 우리 교육과 이후의 우리 교육은 분명 달라야 한다. 지난해 6.4 선거에서 왜 우리 국민들이 여도 아니고 야도 아니고 진보교육감들을 대거 당선시켰겠는가? "이대로의 교육은 안 된다, 교육만큼은 바꿔달라는 간절한 목마름"이라고 본다.

지난 5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표는 "이제는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이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과 인성, 서로간의 협동을 중시하는 학생 중심 교육이 요구되고 있다"며, "새로운 20년을 위한 교육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할 때"라고 하였고, 설훈 교문위 위원장도 "이제 새로운 교육체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며, "학생이 협력과 상생의 '함께교육'을 통해 행복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날 기조발제를 한,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경쟁을 심화시키는 정책들로 인해 학생들이 극심한 학업스트레스를 받아, 성적 비관으로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가 계속되고 있다"며, "포스트 5.31교육체제가 필요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상시기구로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한복 경기도교육연구원장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육분야 등 사회 각 영역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새로운 공교육 체제에 대한 구상과 제안이 제출되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을 아우르고 담아낼 수 있는 상징적 조합어로 '4·16교육체제'라는 용어를 쓰고자 한다"며, 4·16교육체제의 특성은 "학생중심 교육체제, 미래지향적 교육체제로, 수월성 지향 교육에서 행복교육으로의 전환, 획일화된 교육에서 다양화 교육으로의 전환, 수동적인 교육에서 역동적인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안민석 국회의원도 "5.31교육체제의 부작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 아이들의 행복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교육의 현실을 뼈아프게 드러낸 것이 세월호 참사"라며 "이제는 개개인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주는 진정한 인본 교육을 수립해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성적비관 등의 이유로 자살하는 슬픈 현실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5.31교육개혁안 당시 교육개혁위 상임위원을 지낸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은 "국회 산하에 국가적인 교육 설계 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고, 안병영 전 교육인적자원부 부총리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이 양극으로 갈라져 치열한 이념논쟁을 벌이는 바람에 정작 정책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교육계·언론계·시민사회·학부모 등이 두루 참여한 초당적 사회협의체인 '미래한국교육위원회'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앞으로의 우리 교육은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부응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꿈과 끼, 적성과 재능을 찾아 이끌어내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하고, 교육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간절하다고 말한다. 교육계가 가장 소원하는 1순위가 바로 국가교육위원회이다. 그래야 정치논리, 경제논리, 진영논리가 아닌 교육논리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포스트 5.31교육체제가 필요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상시기구로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말 교육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간절하다고 말한다. 교육계가 가장 소원하는 1순위가 바로 국가교육위원회이다. 그래야 정치논리, 경제논리, 진영논리가 아닌 교육논리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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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 신설해야 정치논리 배제, 교육논리 작동

이렇게 5.31교육개혁안으로는 우리 교육의 미래가 없다며, 새로운 청사진의 원년을 올해 열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아울러 교육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용어는 조금씩 달라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교육계가 가장 소원하는 1순위가 바로 국가교육위원회이다. 그래야 정치논리, 경제논리, 진영논리가 아닌 교육논리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만큼은 정치논리나 경제논리, 시장논리로 접근하면 안된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교육논리와 교육적인 안목에 기초하여 교육정책 및 입시제도를 운영하고, 그 어떠한 통제와 간섭도 없이, 교육부 관료들이 독점하고 있는 정책개발 기능을 집행기능과 분리시켜 국민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라도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수준의 법적 상설 기구로 만들면 된다. 위원장을 부총리급으로, 교원(교사+교수), 학생, 학부모 대표, 공익적 사회단체 추천인, 정부 추천인(교육전문가), 교육감, 교육부 장관, 노동부 장관 등을 그 위원으로 구성하고, 교육부는 대학의 지도감독 기능만 하면 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어야 비로소 대통령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교육백년지대계가 실현될 것이다. 교육선진국 핀란드가 교육혁신에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다.

60년대까지 농업 국가였던 핀란드가 교육개혁에 성공해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1등의 나라가 된 비결은 무엇이겠는가? 에르끼 아호 핀란드 전 국가교육청장은 1972년부터 1991년까지 20년 동안 핀란드 교육개혁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그가 교육청장을 지낸 20년간 여러 번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여야 정치권의 합의로 20년 교육개혁 지휘봉을 잡았던 장본인이 바로 에르끼 아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어느 당이 집권하든 여야를 초월하여,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도 아닌, 교육논리로 교육문제를 풀어갈, 대한민국 교육을 혁신할 국가교육위원회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제껏 봐온 것처럼 교육문제를 교육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나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순간, 교육 혁신은 물 건너가고 불필요한 기싸움과 소모전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전적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주체들이고, 더 나아가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행복지수도 낮게 하고 국가경쟁력도 추락시키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로, 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프레시안과 국민TV에도 보냈습니다.



태그:#5.31교육개혁안, #새로운 교육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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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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