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업비가 부족하여 발굴이 중지된 가야사지
▲ 가야사지 사업비가 부족하여 발굴이 중지된 가야사지
ⓒ 이기웅

관련사진보기


가야산은 충남서부지역에서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조선왕실문화와 백제시대 가람인 가야사(伽倻寺, 충청남도 기념물 제150호 1998년12월 24일 지정면적 9230㎡)를 비롯해 역사·문화적으로 으뜸인 곳이다.

가야사는 백제의 승려로 백제 율종의 시조로 인도에서 귀국한 겸익대사(謙益, ?~?)에 의해 창건됐다고 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진철 국사 이엄(利嚴, 866~932)과 신라 말 고려 초의 고승(高僧) 윤다(允多, 864~945)와 같은 고려초기의 시대를 대표했던 큰 승려 등이 가야사에서 수계를 받는다.

가야산 석문봉과 옥양봉 남쪽 기슭에 있던 평지가람 가야사는 국내 4대 총림 가운데 하나인 '덕숭총림'으로 지정된 수덕사(修德寺)보다 폐사하기 전까지는 규모가 큰 사찰이었다.

한때 종교와 정치, 문화의 중심이었던 가야사는 조선시대 후기 극심한 불교 탄압으로 흥망성쇠의 운명을 다하며 마지막까지 명맥을 유지하던 보웅전과 남전 등 몇 개의 크고 작은 절집들이 대원군에 의해 불태워졌다. 이렇게 1846년 백제의 거찰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불교와 정치 내포 문화의 중심이었던 가야사지(伽倻寺址)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역사의 흔적을 찾는 작업이 한창이다. 덕산도립공원내 가야구곡 남연군묘가 근접해 있는 가야사지가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유적임에도 방치된 채 세월 속에 잠들어가고 잊히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절터는 경작지로 변하여 훼손되고 있으며 사역 전체가 버려진 채 망가져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가야산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모임인 '가야사역사문화연구회'와 덕산 지역의 주민들을 중심으로 가야산 일원과 덕산 지역의 역사유적을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의 주장은 지역의 큰 자산인 가야사지을 지역을 위해 활용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첫 번째 활용방안으로 중창 복원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을 가야사지 연못이 있었던 곳에 연등을 달고 연꽃을 피워보자는 것이다. 마을 중심에 위치한 수만 평의 사역에서 가야사지와 관련된 유적을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역은 2012년부터 발굴 후 복토하고 석조 유적 400여 점의 유물은 모두 부여국립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어 가야사지를 찾아가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현재 남연군묘 아래에 가야사지 연지 터도 있고 연못에 필요한 전기와 수원도 있다.

절터 복원은 단순하게 건물을 다시 짓는 것만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폐사지를 당장 복원하고 중창하는 일은 사회적인 합의와 많은 예산이 필요한 작업이며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큰 사업비가 필요 없는 주민과 예산군이 우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폐사지를 불교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활용 방법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고, 종교는 기본적으로 인문학이다. 연지를 발굴하고 그곳에 연꽃을 피워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런 문화의 공간이 되도록 만들어보자는 주장이다.

불가에서는 연꽃의 의미가 지혜, 해탈, 자비, 선행, 제생 등의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청정한 연꽃에 담겨진 불가의 귀한 가르침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초파일(부처님 오신날)이 다가오면 거리는 연등의 물결이 된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 못에서 청정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사바세계에 존재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유한다.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기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재활용하는 방도로 관광 상품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로 모색되고 있다 최근 서산의 해미읍성을 비롯하여 홍성의 홍주성 등 지역 재생이라는 명목 하에 각 지자체가 지닌 문화유산을 관광자원화 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가야사지는 지금 황량한 폐사지가 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지만, 가야산은 한 때 역사의 중심이고 정신세계를 관장하는 불교 성지였다. 천년 백제가람 가야사를 복원, 보존하는 일은 시대의 요청이며 거룩한 불사가 아닐 수 없다.

지역의 역사유적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은 향토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높이 평가받아 마땅한 일이다. 버젓이 숨 쉬고 있는 폐사지를 방치하는 일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공동의 직무유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우선은 가야사 연지 터에 연꽃을 심어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만들고 풍부한 스토리와 유적에 테마 입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전설처럼 폐사한 가야사는 역사적으로 3번의 중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예산군에 가야사지에 연꽃을 심는 것을 가야사 제4의 중창을 제안해보려고 한다.

충남도와 예산군은 가야산의 소중한 향토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상가리지역의 폐사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유산의 발굴과 복원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지고 사람과 생태계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어가는 사업이 추진되었으면 한다.

지난 13일 필자와의 통화한 소병희 예산군문화재 담당계장은 "가야사지 발굴이 먼저가 아니라, 경작지 보상 후 경작을 금지하는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라면서 "경작지의 보상을 위해 7억 원 정도의 사업비를 충청남도에 요청했지만, 5000만 원이 지원돼 발굴고, 보상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중장비를 이용하는 현재의 경작 방법으로 사역의 훼손은 심화될 것이다. 예산군의 '선 보상 후 발굴' 판단은 정확하다. 가야사지 지장물을 보상하기 위해서는 7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예산군의 군비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이다. 충청남도의 적극적인 관심과 예산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가야산 일원의 향토 역사와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자연유산을 찾아보는 답사길에서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들의 삶을 통해 인문학적 체험을 기대한다. 불기 2559년(2012년)에 찬란했던 문화가 숨 쉬는 가야산의 가야사를 그려본다.


태그:#예산가야산, #가야사지, #상가리, #백제의미소길, #남연군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