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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칼국수 한 그릇에서 어머니의 손맛이 오롯하게 느껴진다.
 소박한 칼국수 한 그릇에서 어머니의 손맛이 오롯하게 느껴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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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달걀 한 개를 깨트려 넣자 칼국수 면이 완성되었다. 빛바랜 양은냄비에서 훈김과 함께 숱한 세월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시장기를 속이려 '후루룩~ 후루룩~' 면발을 넘겼을 그 허기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진득한 육수 맛은 우리네 고향의 맛이다. 소박한 칼국수 한 그릇에서 어머니의 손맛이 오롯하게 느껴진다.

가게 문을 연지(1967년) 48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칼국수 한 그릇의 가격은 48원이었다. 짜장면 한 그릇에 20원 하던 시절이었으니 칼국수의 존재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노부부(80.이희주)가 운영하는 이곳, 이제 2년만 지나면 반세기다. 오직 한길을 걸으면서 칼국수 하나로 이곳을 지켜왔다. 지금이야 몇 가지 메뉴가 더 추가되었지만 칼국수의 인기는 여전하다.

"48년 전 칼국수 한 그릇에 48원이었어요"

주인아주머니가 퍼내는 밥에서 그 옛날 허기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주인아주머니가 퍼내는 밥에서 그 옛날 허기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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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의 전통적인 맛을 재현하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춘궁기라 먹고살기 고달팠던 그 시절에는 정부가 밀가루 수입과 분식을 장려했다. 또한 쌀이 부족하고 밀가루가 남아돌자 1969년부터 쌀을 먹지 않는 무미일(無米日)을 제정하여 절미운동을 했다.

도시락에 쌀밥을 싸온 학생에게는 회초리를, 이를 위반한 음식점은 중대범죄로 규정하여 단속했다고 한다. 이후 1977년 1월 무미일 제도가 폐지되었다. 쌀이 넘쳐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르신 기억으로는 식당에서 밥을 못 팔게 한 적도 있었다고 회고한다.

"칼국수 육수는 멸칫국물이에요. 거기에다 갖은 양념을 넣어 맛을 내요. 48년 전 칼국수 한 그릇에 48원, 짜장면은 20원이었어요."

칼국수 한 그릇에는 반세기의 역사가 담겨있다.
 칼국수 한 그릇에는 반세기의 역사가 담겨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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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한 그릇에 48원 하던 시절도 있었다니 참 세월 많이도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영화인들이 많이 찾는 이곳은 충무로의 대표 맛집이다. 영화 <식객>을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칼국수 한 그릇의 현재 가격은 6천 원이다. 계란 한 개를 더 넣으면 6,200원이다. 칼국수는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양은냄비에 직접 끓이지 않고 다른 솥단지에서 끓여내 양은냄비에 담아준다. 매일 담근 배추김치와 함께 먹으면 별미다.

"칼국수를 앞 접시에 덜어서 배추김치와 잡숴 봐요. 제 고향이 전주인데 전주 고향 맛이 나요."

"음식은 정직해야 돼요, 모토가 정직입니다"

날달걀 한 개를 깨트려 넣자 칼국수 면이 완성되었다.
 날달걀 한 개를 깨트려 넣자 칼국수 면이 완성되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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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는 갓 담근 배추김치와 함게 먹으면 입에 착착 감긴다.
 칼국수는 갓 담근 배추김치와 함게 먹으면 입에 착착 감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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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정성을 다해 끓여낸 칼국수는 정말 맛깔나다.
 온갖 정성을 다해 끓여낸 칼국수는 정말 맛깔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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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냄비에 가득 담아낸 칼국수에 날계란 한 개를 깨뜨려 넣으면 그 느낌이 새롭다. 온갖 정성을 다해 끓여낸 칼국수는 국물 맛이 예사롭지 않다. 토속적인 깊은 맛이 담겨있다. 갓 담근 배추김치와 함께 먹으면 입에 착착 감긴다.

"국수 잘하는 곳 전국 방방곡곡 다 다녀봤어요, 이 맛을 내기 위해서."

칼국수의 전통적인 맛을 재현하기 위해 청춘을 바친 주인아저씨가 아침 식사중이다.
 칼국수의 전통적인 맛을 재현하기 위해 청춘을 바친 주인아저씨가 아침 식사중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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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은 4형제 중 장남에게 가게를 승계시켜 백년가게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어르신은 칼국수 한 그릇에 자신의 인생을 다 바쳤다. 토속적인 우리의 참맛을 재현하기 위해. 8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직접 현장에서 뛴다. 우리 전통의 맛이 사라져 가는 걸 아쉬워하며.

"우리 전통의 맛들이 자꾸만 사라져 가는 게 아쉬워요. 제 영업지론은 혀한테는 거짓말을 못 한다는 거예요. 감언이설은 있지만 음식은 정직해야 돼요. 모토가 정직입니다."

칼국수 한 그릇에는 반세기의 역사가 담겨있다. 예스러운 맛, 고향의 맛, 진득하고 깊은 맛, 어머니의 손맛 등 수많은 맛과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영화의 필름처럼. 노부부가 정성으로 끓여낸 정직하고 진실된 칼국수 한 그릇에 마음마저 행복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칼국수, #사랑방칼국수, #충무로 맛집, #맛돌이, #배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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