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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나라 이름만 들으면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남미 정도에 있다는 생각을 하며 책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21세기북스 펴냄)를 펼쳤다. 우루과이 무히카 전 대통령 이야기인데 무히카 때문에 우루과이가 이웃나라처럼 느껴졌다.

"우루과이는 남아메리카 남동부에 있는 나라로, 서강 열국의 영유권 싸움 끝에 1821년 포르투갈-브라질연방에 합병되고 1822년 브라질 독립과 함께 브라질령이 되었다. 1825년 아르헨티나의 지원으로 대브라질 독립전쟁에 승리하였고 1828년 완전 독립을 이루었다."<두산백과>

내친김에 찾아 본 우루과이란 나라의 내력이다. 몬테비데오가 수도이고 88%의 국민이 백인이다. 종교는 로마가톨릭이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스페인어를 쓰고 있다. 남미에서 수리남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이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 남태평양을 면하고 있으며 인구는 330만6328명(2012년)이다.

이 자그마한 나라를 2009년부터 5년 동안 다스린 대통령이 바로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Jose Alberto Mujica Cordano, 1935~)이다. 줄여서 호세 무히카라 부른다. 대부분의 생을 땅을 일구는 농부로 살았다. 퇴임하고서도 역시 그 땅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무히카를 읽으며 밀짚모자를 쓴 고 노무현 대통령이 오버랩되었다.

196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는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 리더로 활동할 때 그는 '로빈후드'라고 불렸다. 그의 신출귀몰한 리더십 때문이었으리라. 1970년대 13년간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이런 장면에서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수의 입은 모습이 떠올랐다.

여러 차례의 탈옥은 마치 무슨 영화 같은 기록이기도 하다. 그의 옥고는 독재정권을 지나는 정치인들 대부분의 관록인지 모른다. 무히카는 1985년 석방되어 민중참여운동으로 본격적인 정치가로 부상한다. 1994년 하원의원으로 시작하여 상원의원, 농축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2009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우루과이 대통령이 되어 5년간 다스렸다.

뒤가 아름다운 대통령 무히카

그냥 여기까지만 말하면 우리나라의 여타 민주투사라 일컬어졌던 역대 몇몇 대통령들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무히카는 대통령이 당선되어서도, 통치기간 동안에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서도 여전히 우루과이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신뢰도 최고의 지도자다.

무히카는 52%의 지지율로 당선되었지만 그의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그의 지지도는 65%였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후에 각각 86%, 71%의 지지를 받았다. 노무현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바로 전에 각각 78%, 64%였다. 취임 때는 항상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 송병선·김용호 옮김 / 21세기북스 펴냄 / 2015. 4 / 400쪽 / 1만6000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 송병선·김용호 옮김 / 21세기북스 펴냄 / 2015. 4 / 400쪽 / 1만6000원)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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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퇴임할 때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대 중후반이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0%후반이었다. 취임 때 무히카와 비슷한 지지율을 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 55% 정도의 지지율을 보였으나 30% 후반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42%로 올라섰다. 박 대통령도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해 볼 때 퇴임할 때 취임 때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으리란 보장은 거의 없다.

우리가 취임할 때보다 퇴임한 후 더 신뢰받는 대통령을 보지 못해서인지 퇴임 후에 더 사랑받는 무히카가 부럽다. 그가 다스렸던 우루과이란 나라가 부럽다. 지금도 여전히 상원의원으로, 농사꾼으로, 교수로서 현역 활동을 하는 80 노령의 무히카가 정말 부럽다. 그는 퇴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모든 것을 웃음으로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때로 고통을 받았고 고통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지만 지금 이 순간 기적처럼 살아있고 수많은 역경을 통해 배우고 단련되었습니다. (중략)

저는 떠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에게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제 숨이 붙어있는 날까지 저는 언제나 여러분이 있는 이곳에서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43~44쪽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자신이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는 점은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국민은 불행하다. 그러나 무히카는 다르다. 그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퇴임하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을까봐 염려한다. 그리고 결코 국민을 떠나지 않겠다고 공약한다. 이런 대통령을 어떤 국민이 좋아하지 않겠는가.

불평등 해소가 목표였던 대통령 무히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지지율에서 바닥을 치며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만 들어도 대통령이 결코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것만도 아니다. 물러나고 나면 친인척 비리나 측근들의 비리가 드러난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이 감옥을 드나드는 것을 일상인 듯 보아오지 않았는가.

이런 우리에게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의 삶은 신선한 충격이다. 우리보다 더 열악한 정치풍토의 나라에서 게릴라전을 치르면서까지 투쟁하고 오른 대통령 자리였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5년의 임기를 마치고 내려왔다. 그의 말대로 국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손은 무일푼 그대로다. 그는 다시 자신의 농장으로 돌아왔다.

책은 "전 재산 1987년식 낡은 자동차 한 대, 대통령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노숙자에게 대통령궁을 내주는 등 전 세계 어느 지도자들보다 검소한 대통령"이라고 적고 있다. 심지어는 대단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우루과이의 불평등을 해소한 대통령이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게릴라였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무히카가 대통령이었을 때 이룬 정책은 그야말로 혁신적이었다. 그는 2013년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대마초) 합법화를 이룬 대통령이다. 그는 평소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건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지하시장의 밀거래를 줄여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우루과이는 정부가 마리화나 생산과 유통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또한 무히카 대통령은 동성결혼을 허용하는가 하면, 여성의 권익을 위해 임신중절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급진적 개혁법안을 채택한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쿠바 관타나모에 수용된 포로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은 그의 인권존중 사상을 단적으로 보이는 예이다. 모든 움직임이 다 국민의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그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두 차례나 올랐다. 우루과이 국민들은 그를 '아버지(페페 Pepe)'라고 부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현자라고 지칭할 정도였다. 우루과이 국민들 뿐 아니라 세계가 인정한 인자한 무욕의 대통령, 그가 바로 무히카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전봇대도 뽑아버리는 나라, 일단 대통령이 되면 국민과 불통인 나라, 이 나라에서 사는 국민이라서 그런지 무히카가 한 말이 지금도 내 가슴에 머무르고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거리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지나치게 받들어 모시는 풍조를 없애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371쪽

덧붙이는 글 |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 송병선·김용호 옮김 / 21세기북스 펴냄 / 2015. 4 / 400쪽 / 1만6000원)

※책 뒤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길일 것 같아 그 길을 걸으려고요.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 KBS <TV, 책을 보다> 선정 도서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지음, 송병선 외 옮김, 21세기북스(2015)


태그:#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 #서평, #우루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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