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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 고현석, 강병우 그리고 차성원 바리스타
▲ 호주 대표 바리스타로 뽑힌 젊은 한국인들 왼쪽부터 : 고현석, 강병우 그리고 차성원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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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2007년, 한국 MBC에서 방영한 이 드라마는 배우 공유, 윤은혜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 놓았고, 큰 인기를 끌며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60,70년대 '아저씨'들이 다녔을 법한 '왕자다방'을 꽃미남 바리스타들이 이벤트와 함께 서빙을 하는 '커피프린스'로 만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나쁜 인간'들이 우글거리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면서, 풋풋한 젊음과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들을 빛나는 조연들과 함께 풀어나간 드라마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편안한 미소로 기억되어진다. 그리고 2015년, 늦가을이라기보다는 초겨울 기운이 물씬한 이곳 호주 멜번에서 커피 향 가득한 세 명의 '커피프린스'들을 만났다.

"어떻게 볶느냐, 어떻게 내리느냐, 커피 맛은 천차만별 달라져"

지난 3월 15일 플레밍턴(Flemington) 소재 멜번(Melbourne Showground)에서 개최된 2015 월드 커피 이벤트(World Coffee Event) 중 호주 퓨라 라떼 아트 챔피언십(Australian Pura Latte Art Championship) 우승자 차성원 케일럽(Caleb) 바리스타, 컵 테이스터스(Cup Tasters) 우승자인 고현석 바리스타,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서슴없이 '스승님'이라는 호칭으로 소개하는 지난해 컵 테이스터스 우승자이며 호주 대표였던 강병우 바리스타가 그들이다.

"커피 열매를 어떻게 볶느냐, 누가 어떻게 그 커피를 갈아 컵에 내리느냐, 또 그 위에 밀크를 어떻게 장식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지요"

강병우씨의 설명대로, 커피를 좀 마신다 하는 사람들은 어느 카페에서 마시느냐에 따라서 그저 쓰기만 한 커피, 아주 진하지만 부드러운 커피, 그리고 온도가 아주 적당한 커피 등 참 많이 다르다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강병우씨는 '2014 호주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지난해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국제대회는 매년 다른 나라를 돌며 열리는데, 지난해에는 바로 멜번에서 개최되었다. 50여 개국에서 그 나라를 대표하는 바리스타들이 모여 경연을 벌였고, 강병우씨는 5위를 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바리스타... 호주를 대표하는 자리까지 올라

호주로 오기 전 이미 한국에서 일찌감치 바리스타의 길을 택했던 강병우씨는 할수록 매력을 느끼게 되는 이 일을 호주에 온 후에도 계속했고, 결국은 호주를 대표하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저는 좀 늦게 시작했어요. 바리스타, 커피...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구요. 호주로 와서 정말 살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한 번, 정말 직업이 보장되는 무엇인가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바리스타 코스를 알게 되었죠."

그렇게 시작했지만 이것이 내 일이었나 싶게 흥미를 느끼며 열심히 노력했고, 직업을 갖게 되었을 뿐 아니라 2015 호주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차성원 씨. 'Caleb Tiger'라는 아이디로 더 잘 알려진 차 바리스타는 라떼 아트 부문에서 1위를 했다.

"먼저 자기가 만들고자 하는 라떼 아트 사진을 제출하고, 심사위원들이 보는 앞에서 그 사진과 똑같은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 건데요. 그 과정까지를 다 심사하는 것이죠. 창의적인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해요."

차성원 바리스타는 라떼 아트 부분에서 챔피언으로 선정됐다
▲ 베스트 라떼 아트 차성원 차성원 바리스타는 라떼 아트 부분에서 챔피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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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기에 턱없이 작은 커피 잔에 차바리스타가 선택한 것은 얼룩말과 꽃게였다. 동동 떠 있는 나뭇잎, 하트... 이런 모양에도 감탄사를 내게 되고 "아까워서 못마시겠네요"라는 칭찬을 돌려주게 되는데, 얼룩말이라니... 정말 신기했을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우리 속담도 있잖아요. 롱 블랙을 선호하거나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멋진 라떼 아트를 해 놓으면 많은 분들이 일단 시각적으로 호감을 갖고 맛을 보시게 되는 것 같아요" 성원씨는 그렇게 설명한다.

그런가 하면 고현석씨는 좀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처음에는 마술사가 되고 싶어서 마술을 공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의 한계가 느껴지는 것 같아 고민하던 차에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하고 커피 만드는 것과 좋아하는 마술을 함께 접목시켜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바리스타 공부를 했다.

"듣다보니까 말예요... 완전 최종 목표는 예쁜 여자친구를 만드는 것 아닌가요? 마술도 보여주고 향기로운 커피도 내려주면...딱 '작업의 정석'일 것 같은데.."

필자의 조금은 짓궂은 질문에 강병우씨와 차성원씨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라며 박장대소를 하고, 막상 고현석 씨는 "정말 많은 분들이 웃거나 그렇게 생각을 하시더라구요. 저는 정말 그저 마술이 좋았고, 지금은 커피 만드는 일이 좋은 건데..."라며 쑥스러운 미소로 대답한다.

여덟 차례 맛 보는 경연에서 모두 정답 제출

차성원씨가 라떼 아트에서 우승을 했다면, 고현석씨는 컵 테이스터스 부문에서 챔피언이 된 것인데, 이 분야는 석 잔의 아주 비슷한 맛의 커피를 놓고 맛을 보면서 주최측이 선정한 커피를 골라내는 것이다. 여덟 차례에 걸쳐 맛을 보며 정답을 가려야 하는데, 고현석씨는 8개 순서에서 모두 정답을 댔다.

"맛이 상당히 비슷해서 당황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이 분야의 챔피언이었던 우리 강병우 스승께서 서두르지 말고 찬찬히 확신을 가지라는 조언을 해 주었던 것이 아주 도움이 됐습니다"

커피 맛을 판별하는 컵 테이스트에서 챔피언이 된 고현석 바리스타
▲ 베스트 컵 테이스터 고현석 커피 맛을 판별하는 컵 테이스트에서 챔피언이 된 고현석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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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빅토리아 주 대회를 거쳐 3월 15일 열렸던 호주 챔피언십 대회에는 각 주에서 예선을 거친 30여 명의 바리스타들이 참가했다.

이 대회는 라떼 아트(Latte Art), 컵 테이스터스(Cup Tasters), 커피 인 굿 스피릿(Coffee in good spirit), 브루어스(Brewers), 로스팅(Roasting) 등 7개 분야로 나뉘어 열렸다. 각 주 대표들과 겨룬 끝에 승자가 된 고현석씨와 차 케일럽씨는 이제 오는 6월16 일부터 18일까지 스웨덴 고센버그(Gothenburg) 에서 개최되는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에 호주 대표로 출전을 하게 된다. 물론 호주에서 항공료 등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한국 대표 바리스타들이 참석을 하겠죠. 우리는 호주 대표로 나가지만 아마 가장 반갑게 만나질 것 같아요."

호주, 그 중에서도 멜번은 커피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이민자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다는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런 도시에서 한국 청년들이 당당하게 호주 대표로 뽑혔으니 이미 그것만으로 '큰 일'을 해낸 것 같다.

그러나 그보다 더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이들은 결코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더 좋은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하는 중이라는 데 있다.

지난 해 컵 테이스트 부문 챔피언이었던 강병우 바리스타는 호주대표로 세계대회에 참가, 5위를 수상했다.
▲ 2014 챔피언 강병우 바리스타 지난 해 컵 테이스트 부문 챔피언이었던 강병우 바리스타는 호주대표로 세계대회에 참가, 5위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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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우 씨는 로스팅 쪽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자기 사업화를 위해 준비 중이다. 그리고 멜번 시내 중심가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차성원 씨는 업주의 배려를 받아 잠시 일을 쉬면서 세계 대회를 위한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또 고현석씨 역시 문화인의 거리로 알려진 거트루드(Gurtrude) 스트릿에 있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데, 차성원씨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꿈꾸며 준비 중이다.

그저 좀 더 맛있는 커피, 무늬 하나쯤 잘 들어간 라떼를 만들기 위함이라면 단기 코스로 배우고 만족할 수도 있지만 '프로페셔널 바리스타'라는 이름에 제대로 부합되기 위해서는 끝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

한국인의 얼굴로 당당하게 호주 국가대표 자격 획득

어릴 때 온 것이 아니지만 영어 정복에 도전했고, '힘들다'는 생각을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찾아보자'로 바꾸며 자신에게 숨겨진 다른 자신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그리고 노력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젊은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유쾌함을 그들은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남은 시간 동안 계속 연습을 하다가 오는 6 월 13일 스웨덴으로 출국한다. 그리고 16일~18일 까지 대회를 소화하고 21일에 다시 돌아올 것이란다.

한국인의 얼굴로, 당당하게 호주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한 이들에게 "그만큼도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해 주면서도 다음 달 국제대회에서도 이런 성적을...이란 소식을 듣게 될 기대를 거는 것도 바로 이들의 이 도전정신과 그 성취를 위한 노력이 충분히 느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모두 똑같이 주어진, 어쩌면 조금은 두렵고 낯선 외국 땅에서의 환경 속에 일을 찾고, 배우고, 만들어가고 결국은 성취를 시작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세계대회에서 그 이름들을 빛내고 돌아오라는 따뜻한 응원을 함께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약간의 수정을 거쳐 5 월 15 일 발행 주간 멜번저널에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멜번,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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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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