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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 폐업과 전 직원 해고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를 막고자 지난 6일부터 회사 회의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에서 13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오마이뉴스>에 공개해 싣습니다. 마인드프리즘 노조는 회사 최대주주였고 친동생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했던 김 의장에게 지난 8일 면담을 요청하고 11일 직접 다음카카오 본사를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하고 질의서만 전달했습니다. 13일 오전 현재까지 김 의장쪽에선 어떤 답변도 없습니다. [편집자말]
김범수 의장께 묻습니다

안녕하신지요, 저희는 보건의료노조 소속 마인드프리즘 노동조합 조합원들입니다. 이렇게 지면을 빌려 의장님께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돼 유감스럽지만, 저희가 폐업을 이틀 앞둔 긴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식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며칠 전 의장님과 대화를 나누고자 다음카카오 본사를 방문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질의서를 통해 어제(12일)까지 답변을 요청했으나 어떤 답장도 받지 못했습니다.

27억 원은 투자금입니까, 갚아야 할 돈입니까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왼쪽)와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13년 6월 26일 서울 역삼동 마인드프리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직장인 마음 건강 캠페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왼쪽)와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13년 6월 26일 서울 역삼동 마인드프리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직장인 마음 건강 캠페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마인드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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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님은 지난 2012년 정혜신 전 대표가 치유 콘텐츠를 맡고, 김화영 전 대표에게 위탁경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김화영 대표는 의장님의 친동생이었지요. 그러나 지난해 6월, 정혜신 전 대표의 안산행 선언과 갑작스러운 사퇴 후 김 대표는 한 달 만에 투자 중단을 선언하고, 의장님의 대여금 27억 원이 갚아야 할 부채라는 이유로 1차 구조조정을 시도했습니다. 그전에 7명이던 직원이 30명으로 늘어난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에 반발하고 경영 합리화를 우선 요구했습니다.

이후 정혜신 전 대표는 직원 간담회 자리에서 김화영 대표가 구조조정의 근거로 내세운 27억 원 부채는 사실 부채가 아닌 투자금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말이 진실이라면 김 대표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허위로 구성해 거짓 구조조정을 시도한 셈이 됩니다. 의장님이 마인드프리즘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첫 번째 연결고리입니다. 마인드프리즘의 현 사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27억 원이라는 돈의 진실이 무엇인지 우선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마인드프리즘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후 8명이 이와 같은 '부당한' 구조조정으로 퇴사했고, 지난해 10월 김화영 대표가 자신의 사임과 동시에 선임한 김창성, 박인정 두 공동대표의 2차 구조조정(인사 보복, 특정 사업부문 축소 및 해고)과 사임이 있었고, 올해 4월 다시 대표이사를 자임한 김형욱 대표는 5월 15일자로 전격 폐업과 전 직원의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김창성, 김형욱 두 대표는 모두 김화영 대표가 회사에 들어오면서 개인적인 친분으로 채용한 친구이자 직원들이었습니다. 결국 의장님의 대리자로서 위탁경영을 맡은 친동생, 그리고 그의 친구들로 경영이 승계되면서 강도 높게 자행된 구조조정, 조직 개편, 해고, 노조탄압 그리고 폐업 등의 일련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 대목이 의장님과의 두 번째 연결고리입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노동자 생존권과 사회공헌재단 설립은 무관한가요

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위장 폐업'과 전 직원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무기한 철야 농성에 돌입하기 앞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위장 폐업'과 전 직원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무기한 철야 농성에 돌입하기 앞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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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며칠 전 의장님이 아쇼카 한국지부와 함께 사회공헌 재단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우리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2012년 "공익적 가치에 투자한다, 사회공헌 재단 설립이 목표"라면서 의장님이 전격 투자에 나섰던 우리의 소중한 일터인 마인드프리즘이 결과적으로 폐업과 전원 해고를 목전에 두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이같은 비극적인 사태를 막아내고자 조합원들이 무기한 사내 농성에 돌입한 첫날, 위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우리는 잠시 우리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동자들이 내몰리고 쫓겨난 우리의 상황은 의장님과는 전혀 무관한 일일까요? 마인드프리즘이 죽음의 바다로 가라앉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의장님과 같은 명망가들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들은 일하는 사람들이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요?

우리는 듣고 싶습니다. 의장님이 마인드프리즘을 통해 그리고 신생 재단을 통해 제시하려고 했던 사회 공헌의 최종 목표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정말 듣고 싶습니다. 그동안 마인드프리즘의 노동자들은 설립자와 투자자의 퇴장 이후 심각한 혼돈과 구조적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됐고, 결국 '해고'라는 저 차가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진 투자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존권과 존엄성이 보장받지 못한다면, 과연 외부를 향한 '사회 공헌'이라는 가치와 공존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에 대한 의장님의 견해를 정말 듣고 싶습니다.

오늘이 해고 이틀 전입니다. 벼랑 끝에 선 치유 노동자들을 떠올려 주십시오.

의장님의 답변을 기다립니다.

2015년 5월 13일
해고를 이틀 남긴 마인드프리즘 조합원 일동


태그:#마인드프리즘, #김범수, #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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