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개막한 1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9일 열흘 간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 모습

지난 4월 30일 개막한 1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9일 열흘 간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 모습 ⓒ 전주영화제


지난 4월 30일 개막한 16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열흘 간의 행사를 모두 마치고 9일 마무리됐다. 지난해부터 폐막식을 없애는 대신 시상식을 하고 이후 남은 기간은 수상작을 중심으로 상영하는 형태로 변화를 준 부분은 안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6일 시상식에서는 <변방의 시인>(감독 쥐 안치)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안국진), <토끼의 뿔>(감독 한인미)이 각각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대상을 수상했다.

전주영화제가 밝힌 공식통계에 따르면 올해는 작년보다 6874명이 증가한 7만 5351명(작년 6만 8477명)의 총 관객 수를 기록했다. 좌석점유율은 76.2%였고, 매진회차는 총 176회였다. 좌석점유율은 지난해 보다 낮아졌지만 총 관객 수는 7만을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데, 올해 상영관이 4개 증가하고 상영회차가 109회 증가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전체 좌석수도 9만 8886석으로 작년 대비 1만 7422석 증가했고, 4천석 규모의 야외상영장을 운영한 것 역시 7만 5천 관객을 동원한 핵심 요인이었다. 

참신한 영화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작품 편차는 두드러져

전주영화제 측은 "결과적으로 예년이라면 수용할 수 없었던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입했으며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상영관과 좌석이 확대되면서 관객 수가 늘어났고, 관람의 기회도 대폭 확대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것이 영화제를 다녀간 사람들의 평가다. 참신한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제로서의 역할을 잘 살렸고, 독립영화들에 대한 배려를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영화제 기간 중 만난 영화계 인사들은 "경쟁 작품들이 질적인 면에서 조금 아쉽다"는 평가를 내 놓기도 했다. 한 평론가는 "독립영화에 초점을 맞췄는데 감독들의 연출력 등에서 편차가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관계자들 시선이 집중된 JPM(전주프로젝트마켓)은 올해 크게 흥행하며 명성을 회복했다. 제작 중인 영화 프로젝트를 심사해 지원하는 극영화 피칭과 다큐멘터리 피칭은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로 만원을 이뤘다. 2013년 영화제 집행부 교체 이후 관심이 떨어졌었으나, 3년의 시간이 경과하며 다시금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13년 다큐멘터리 피칭 수상작이었던 <춘희막이>가 올해 한국경쟁에 올랐고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창작지원상'을 수상하며 의미를 더했다. 그러나 현물 지원을 제외하고 상금 규모가 1천 5백만 원 정도에 불과한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주의 상금 규모는 2013년 대폭 축소된 이후 현상 유지만을 해오고 있다. 인천다큐멘터리포트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이 여러 프로젝트에 수억 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편이다. 피칭을 참관했던 한 독립다큐 관계자는 "상금을 더 늘일 필요성이 있다"며 관심에 비해 지원은 정체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주프로젝트마켓(JPM) 수상자들

전주프로젝트마켓(JPM) 수상자들 ⓒ 전주영화제


올해 CGV효자와 전주종합경기장 등으로 상영 공간을 넓힌 것은 관객들의 편의와 지역주민 참여에 좋은 역할을 한 것으로, 영화제 측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상영관을 다니는 관객들의 동선이 길어진 것과 야외상영장의 산만한 분위기 등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많은 배우들이 참여하는 개막식의 경우는 관객 배려가 부족했던 것으로 지적된다. 개막식 입장권이 없으면 배우들의 레드카펫마저 구경할 수 없게 돼 청소년 관객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야외상영장 운영에 있어 영화 관람을 원하는 관객 외에 일반 시민들에 대한 배려도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형은 성공했으나 책임 떠 넘기는 집행위원장 한계 나타내

전주영화제 측 결산자료에 입각해 올해 행사는 무난하게 치러졌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고석만 집행위원장 체제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게 영화제를 앞두고 직전에 전격 사임한 안영수 사무처장의 경우다.

지난 2012년 고석만 집행위원장 취임 이후 내부 갈등으로 인해 스태프들의 집단 사퇴 소동이 있은 후, 현재까지 사무처장 사임만 3번에 이를 만큼 전주영화제 내부의 문제는 심각하다는 것이 영화제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사무처장의 무덤이 된 것은 위원장의 역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석만 위원장은 취임 후 자신의 월급을 두 배 이상 인상했고, 내년 5월 7일 나주에서 개최되는 친환경디자인박람회 총감독으로 선정되는 등 논란을 자초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 위원장은 "다른 영화제 집행위원장들도 교수 등 겸직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지만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고석만 집행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고석만 집행위원장 ⓒ 전주영화제


전주영화제 전 현직 관계자들은 "이번 안영수 사무처장의 사임은 궁극적으로 고석만 집행위원장의 책임이 많다"는 의견을 전하고 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집행위원장이 일은 시작해 놓고 책임을 안지고 있다"는 것이다. 겸임에 대해서도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니 다른 일을 겸임해도 상관없다는 게 위원장 인식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위원장이 일을 지시했으면 부족한 예산 등에 대해 책임을 져 줘야 하는데, 이를 사무처장이 다 해결해야 한다며 사무처장이 위원장이 벌여 놓은 일 뒷수습하는 게 주요 업무라는 것은 영화제 실무자들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영수 사무처장에 앞서 지난해 7월 사임했던 황인태 사무처장 역시 위원장의 무책임한 일처리 방식을 견디다 못해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스태프는 "당시 사무처장이 팀장 등을 모아 놓고 더 이상 집행위원장과 일하기 힘들다면서 더는 버티기 힘들어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황인태 사무처장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영화제를 나온 입장에서 어떤 내용을 언급하기가 적절치 않지만 나오면서 그렇게 말한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그는 "처지는 다르겠지만 안영수 사무처장이 사임한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일부 프로그래머들도 고석만 위원장에 반발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권한을 보장하고 간섭하지 않는 조건으로 사퇴를 철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과정에서 프로그래머들의 역할이 강해졌고, 프로그램 외에 영화제 업무 전반에 대한 실무까지 담당하면서 스태프들과의 불협화음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올해 영화제를 앞두고 홍보팀장과 사업팀장, 프로그램팀장 등이 사임한 배경에는 이런 역학 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인 책임은 위원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안영수 사무처장에게 내가 지적한 부분도 있지만 그 보다는 다른 사람들 지적이 훨씬 더 많았다"며 "안 처장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 대한 지적은 나간 사람들이 개인적인 불만을 크게 확대해 퍼뜨리는 것이지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전주시, 사무처장 사퇴 논란 등 영화제 전반에 대해 감사 예정

 16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16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전주영화제


지난해에는 협찬사를 유치해 오는 과정에서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리베이트(협찬유치수수료)를 요구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영화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협찬의 경우 외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관례상 수수료가 지급되고 있지만 내부 인사들은 이를 지급하지 않는데, 일부 관계자가 이를 부인 명의로 받은 사실이 지난 연말 드러났다"는 것이다.

영화제 사정에 대해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만 둔 실무 팀장들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장도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그렇더라도 이를 해명하고 무마하는 등의 뒷수습은 사무처장 몫 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주영화제 측은 "리베이트 건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부인했다. 영화제를 담당하고 있는 전주시 관계자는 "지난 10월 업무를 맡게 됐는데, 감사원 감사 외에 다른 감사는 없었다. 영화제 예산에 대한 정산은 영화제가 끝난 7월 이후에 하는 데 그런 이야기는 알지 못하고 처음 듣는다"고 영화제 측과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앞으로는 정산과정에서 꼼꼼히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영화제 개막 전 사무처장 사임 등이 논란이 되자 "전주영화제에 대한 보조금 정산 외에 운영 등에 대한 감사도 고려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전주시장도 전주영화제 전반의 문제점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동안의 문제들을 공무원들이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긴 부분들이 있기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 고석만 JIFF 안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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