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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비난 발언에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장하고 있다. 왼쪽 부터 문재인, 주승용, 이종걸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비난 발언에 최고위원직 사퇴를 밝힌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퇴장하고 있다. 왼쪽 부터 문재인, 주승용, 이종걸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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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① - 5월 8일] 제1야당 최고위원회

8일 하루 동안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치욕적'이란 표현을 쓰며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문재인 대표가 손을 잡고 만류했지만 뿌리쳤다. 빌미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말이었다. "(최고위원을)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주승용 의원을 비판했다. 난장판이 된 회의석상에서 <봄날은 간다>를 열창한 유승희 최고위원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회의 후에도 주승용·정청래 두 최고위원의 감정대립은 이어졌다. 문 대표가 "우리끼리라면 몰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소 부적절했다"라고 말하며 정 최고위원이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사과할 일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최고위원회 사태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언론에 공개한 주 최고위원은 10줄 분량의 글에 '패권주의'란 표현을 네 번 쓰며 '지도부 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제1야당 최고위원회를 난장판으로 만든 것은 주 최고위원의 '지도부 총사퇴' 발언이었다. 4∙29 재보선 참패 책임을 지자고 했지만 주 최고위원은 '친노 패권주의'란 표현을 거듭 사용하며 문재인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치욕적'이라며 사퇴하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순간에도 "저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도 사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면② - 5월 8일] 동교동계 수장들의 만난 박지원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 내분이 보도되는 시점에 언론에 등장해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한 박지원 의원. <TV조선> 5월 8일
▲ "문재인 대표, 책임져라"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 내분이 보도되는 시점에 언론에 등장해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한 박지원 의원. <TV조선> 5월 8일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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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난장판이 된 최고위원회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후에는 박지원 의원이 <TV조선>에 출연했다. 박 의원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나가면 안 된다"라면서 "문재인 대표가 책임질 일은 책임을 지고, 국민과 당원 앞에 그 의사 밝히는 게 건강한 당으로 다시 일어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박 의원은 "그런 노골적인 표현보다 그러한 결정은 문재인이 잘해야 한다고 답변을 대신한다"라고 답했다.

4∙29재보선 참패에 대한 박지원 의원의 입장 변화가 돋보인다. 선거 패배가 확정된 지난 4월 29일 밤 박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문 대표 책임론에 대해) 그건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선거 패배와 관련해서는 "나도 책임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런 박 의원이 선거 참패 수습국면에 접어든 시점에 문 대표를 겨냥한 '책임론'을 공격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그 책임의 결과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언론은 해석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에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만났다. 4∙29재보선 참패 중에서 광주 서을 지역구 패배가 충격적이었다. 호남 정서를 대변한다는 동교동계의 상장인물들을 만난 이후에 나온 박 의원의 '문재인 책임론'은 그 의미가 기존과 다르다.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장면③] 손학규의 등장... 정대철의 광폭행보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사진은 지난해 7월 31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회를 나서는 모습.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사진은 지난해 7월 31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회를 나서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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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를 떠나 강진 토굴에서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소환한 것은 야당 원내대표 경선이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근 손 전 고문을 만나 두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면서 "손 전 고문이 결국 정계에 복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손 전 고문이 측근 등을 통해 '정계복귀 의사 없음'을 표명하지 않은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손 전 고문은 '신당'의 얼굴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호남 민심을 대변할 새로운 정치집단의 성공 가능성이 확인됐다. 신당이 추진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가능성 있는 대선주자가 필요하다. 천정배 의원은 대선주자급으로는 약하다. 동교동계에서는 찾기 힘들다. 강진 토굴에서 TV도 안 보고 지냈다지만 손 전 고문의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다.

정대철 상임고문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재보선 참패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문재인 대표라면 그만두겠다"고 강력히 비판한 정 고문은 김한길·안철수·박주선·조경태·천정배 의원 등과 이미 만났거나,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가 만나는 정치인들은 정치적으로 '비노' 성향을 보이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위기의 문재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은 지난 4월 2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모습.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은 지난 4월 23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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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문재인 대표를 공격하고 '함께 물러나자'고 말한 주승용 의원은 대표적인 김한길계로 꼽힌다. 문 대표는 그의 최고위원 복귀를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 의원이 의사를 번복할 지는 미지수다. 이뿐만 아니다. 동교동계의 움직임과 박지원 의원의 '문 대표 책임론' 재점화는 시점이 선거 패배를 수습해 나가는 과정에 나온 것임을 고려할 때 의도성이 의심된다.

소위 '비노'의 총공격이 진행 중인 셈이다. 공격하는 입장에서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다. 문 대표가 '책임지겠다'고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비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 된다. 이들이 가장 바라는 그림일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권-대권 분리를 통해 상처받고 물러난 문재인을 유력 대선주자로 대하면 내분 수습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문재인이 버틴다면? 문 대표로서는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양보하거나 약속해줘야 버티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배려해야 하는 계파는 한둘이 아니다. 현재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동교동계 및 김한길계도 달래야 한다. 갑자기 등장한 손학규계도 있다. 안철수 의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모든 게 4∙29재보선에서 졌기 때문이다. 반대파에게 명분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참패했다. 그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명분이 필요하다. 양보하거나, 약속하거나, 잘라내야 한다. 당의 권력·공천권·지분 등을 양보하거나, 약속해야 할 것이다. '친노' 비선으로 알려진 측근들에 대한 정리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 대표에게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이기는 정당'에 대한 비전을 지지세력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금과 같이 갈등 중재자를 자임하는 당 대표의 모습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 대선 패배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문재인 대표의 위기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문재인, #주승용,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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