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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의 제천후원콘서트 포스터
 영화 '귀향'의 제천후원콘서트 포스터
ⓒ 제이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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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극영화 <귀향> 후원콘서트가 지난 4월 30일 충북 제천시 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콘서트는 영화 <귀향> 제작비 후원을 위해 지난해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강원 원주, 충북 충주,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를 돌며 공연하고 있다. 제천에서 열린 '귀향' 후원전국투어콘서트는 아홉 번째 공연이다.

영화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다. 기획총괄을 맡은 조정래 감독은 "수년 전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인 '나눔의 집'을 위문하던 중 강일출(86) 할머니가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처음 접하고 위안부 문제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귀향(歸鄕)에서 귀는 '돌아갈 귀(歸)'지만 영화에서는 '귀신 귀(鬼)'자를 썼다. 영화를 통해 소녀들의 넋이 고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영화 <귀향>은 제작에 들어가기 전부터 문제에 부딪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부에서 영화 제작비를 일절 지원해 주지 않은 것이다. 국비 지원을 받지 못했지만, 조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영화로 기록해두겠다는 의지로 제작비 마련에 나섰다. 영화를 국민성금과 기부를 통해 마련한 돈으로 제작키로 한 것이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와 촬영진 역시 대부분 재능기부형태로 참여키로 했다.

'귀향' 후원전국투어콘서트를 주관한 인디밴드 '밴드죠(BAND JOE)의 리더 배철(43)씨는 조정래 감독과 실제 친구 사이다. 친구가 하는 일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 나온 것이 바로 전국투어후원콘서트다. 전국을 순회하면서 영화 제작을 알리고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의 후원을 받기 위함이다. 공연에 오른 가수들 역시 대부분 재능기부 형태로 무대에 섰다.

'귀향을 후원하는 사람들과, 제천청년회의소가 주최하는 이번 콘서트에는 밴드죠(BAND JOE), 김민교, 레드로우(REDLOW), 기타리스트 김광석, 제천심포니오케스트라, 아마추어 공무원 밴드 오주사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사회는 김현경 교통방송 아나운서가 맡았다. 이들 대부분은 '귀향'이 하루빨리 제작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재능기부 형식으로 공연했다.

뮤지션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 콘서트

밴드죠(BAND JOE)의 리더 배철씨가 최정안양과 함께 '엄마야 누나야'를 부르고 있다. 최양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곡 '나비'를 부르기도 했다.
 밴드죠(BAND JOE)의 리더 배철씨가 최정안양과 함께 '엄마야 누나야'를 부르고 있다. 최양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곡 '나비'를 부르기도 했다.
ⓒ 김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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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영화가 아니라 역사적 실증으로 남기기 위해 100% 국민 모금으로 영화가 준비중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참석하신 분들이 영화 <귀향>에 대해 알아가고, 그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현경 교통방송 아나운서의 오프닝 멘트가 끝나자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제천시 공무원 여섯 명으로 구성된 오주사 밴드의 무대였다. 이들은 제천 지역 내에서 각종 행사 때마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결성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밴드라 그런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주사 밴드는 "무대가 익숙치 않으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관객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관객들은 "괜찮습니다"라는 함성으로 화답했다. 오주사 밴드는 가수 산울림이 지은 '나 어떡해'를 첫 곡으로 택했다. '에코', '날 울리지마' 등 두 세곡을 연달아 부르더니 긴장이 풀렸는지 객석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박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오주사 밴드는 "원래 다섯 명이 모여 오주사 밴드라 이름을 붙였는데, 한 명 더 늘어서 육주사 밴드로 바꾸게 생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은 주말마다 제천 한방 엑스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오주사 밴드는 "원래 다섯 명이 모여 오주사 밴드라 이름을 붙였는데, 한 명 더 늘어서 육주사 밴드로 바꾸게 생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은 주말마다 제천 한방 엑스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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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도 드라마 '마지막 승부' OST를 부른 가수 김민교씨의 무대도 뜨거웠다. 김민교씨의 오랜 무대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관객들은 객석에 앉아 생수병으로 박수를 치며 큰 호응을 보냈다. 마지막 앙코르곡이였던 '자꾸자꾸'를 부르면서 김민교씨가 객석으로 내려왔다. 의자에 올라서서 관객들과 호흡을 같이 했다.

기타리스트 김광석씨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광석씨는 장사익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국내에서 5천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기록이 있다. 특히 김광석씨가 아리랑을 편곡한 연주곡에 관객들의 박수가 나왔다. 공연이 끝나자 김씨는 "의미있는 영화, 귀향을 후원하는 콘서트에 참가하게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를 만드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기억해야 할 것이라서 생각해낸 게 국민 성금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제작에 30억이 든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7억이 모였습니다. (영화 후원을 지지하는) 댓글 하나에 100원씩 해서 작게 모인 돈이 7억이나 됩니다. 엄청 대단한 겁니다. 지금까지 모인 돈으로 조금씩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 무대는 레드로우와 밴드죠의 합동 공연이었다. 이들은 '레드죠'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들은 하모니카,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 건반와 같이 다양한 악기로 공연을 이끌었다. '노란 오도바이', '잘가라 나의 20대여', '바쁜 인생' 등 직접 작사·작곡안 노래를 선보였다. 영화 <귀향>이 잘 마무리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구호도 외쳤다. 노래 틈틈이 양 팔을 벌려 "오예"라고 함성을 내질렀다. 뮤지션들의 재치있는 입담도 눈길을 끌었다. 레드로우의 고니씨는 "저희가 재능 기부라서 돈을 한 푼도 받지 못 한다"며 "기름값이라도 도와주실 분들은 입구에서 앨범 구매를 부탁 드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영화 <귀향>의 제작 의도와 위안부 할머님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에서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는 "잘못하면 두드려 맞고 발길에 차이고 손으로 때리는데 너무 아팠다"고 증언했다. 위안부 피해자 증언이 나오자 일부 관객들의 눈시울이 빨개지기도 했다.

김현경 교통방송 아나운서는 "기타리스트 김광석씨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할머님들의 뜻을 기리는 콘서트란 의미 때문에 자리해주셨다"며 김광석씨를 소개했다.
 김현경 교통방송 아나운서는 "기타리스트 김광석씨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할머님들의 뜻을 기리는 콘서트란 의미 때문에 자리해주셨다"며 김광석씨를 소개했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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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웃음의 공존

"영상 보면서 참 많이 울었어요. 아직까지 고통받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마음을 먹먹하게 하네요. 그래도 뜻을 가진 시민들이 이렇게 후원해주면 언젠가는 영화가 개봉될 거고, 사람들한테도 알려질 거라고 기대해요."

직장인 조석진(34)씨는 친구 3명과 함께 후원 콘서트를 관람했다. 조씨는 "남자들끼리 왔는데 셋 다 영상 보고 울었다"며 "그만큼 위안부 할머니들 이야기가 우리한테 슬픈 역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영조(46)씨는 "역사적으로 가슴 아픈 일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제천에서 공연이 열린다고 해서 지인 소개받고 찾아 왔다"며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한번 역사를 되짚어보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엄마랑 이모, 이모부랑 함께 공연장을 찾은 초등학생 안소윤(12)양도 콘서트를 보고 좋은 추억을 가졌다. 안양은 "기타 치는 게 너무 멋있고 인상적이었다"며 "나라에서 불쌍한 할머니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예가 공명희(45)씨는 "재능기부를 해주신 분들게 너무 감사하고 함께 해서 행복했다"며 "관객들이 (공연) 문화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점잖았던 것 같고, 영상은 슬프지만 공연은 신나서 울고 웃다 보니 어디에 호응할지 좀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공씨는 자신이 속한 민족예술총회원 10명과 같이 공연을 관람했다. 공씨는 "회원 모두가 후원 콘서트에 오진 않았지만 의미가 깊어 다들 후원은 했다"고 말했다.

영화 <귀향>은 공식 사이트(http://guihyang.com)에서 문자, 계좌 번호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후원이 가능하다. 후원자에게는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기재되며, 영화 포스터 1매와 시사회 티켓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한편 이 영화를 기획한 조정래 감독은 고등학교 합창부의 해체 위기를 다룬 영화 <두레 소리>(2011) 등을 제작한 바 있다.

이날 배철씨는 왼쪽 가슴과 기타에 세월호 참사 추모를 뜻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공연에 임했다
 이날 배철씨는 왼쪽 가슴과 기타에 세월호 참사 추모를 뜻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공연에 임했다
ⓒ 김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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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단비뉴스>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김선기 기자(liberty911)도 바이라인으로 추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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