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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추자도
 제주 추자도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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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 바다를 못 봐도 몸이 바짝바짝 타 들어 간다"는 사람, "바다 곁에 서면 몸은 다시 물먹은 건해삼처럼 부풀어 오르며 생명력을 되찾는다"는 사람. 강제윤 시인은 스스로를 '섬 촌놈'이라 한다.

천생 섬 촌놈인 그가 10년 만에 육지로 올라온다. 오는 22일부터 1주일 동안 <섬나라, 한국전>이라 이름 붙인 사진 전시회를 하기 위해서다. 시인의 사진전시회는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린다.

강 시인은 보길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살았다. 20여 년 '육지 살이'를 하다가 다시 보길도로 돌아갔다. 돌아온 고향에서 8년, 그는 날마다 '보길도 편지'를 육지에 타전하는 '보길도 시인'이었다. 2003년 33일 동안 홀로 단식으로 보길도 댐 건설 계획을 무산시킨 후 고향 섬을 다시 표표히 떠났다.

고향 섬 보길도를 떠난 후 시인은 한국의 크고 작은 섬 4400여 개 중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 500개의 섬을 돌겠다는 서원(誓願)을 세웠다. 그동안 시인은 500여 개 섬 가운데 350여 개 섬을 두 발로 걸었다.

그리고 <섬택리지>, <섬을 걷다>, <걷고 싶은 우리 섬>, <바다의 노스텔지어, 파시> 등의 저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섬에서 만난 어머니들 이야기인 <어머니전 (문광우수문학도서)>과 육지의 거처로 삼고 있는 통영을 예찬하는 <통영은 맛있다 (문광부우수교양도서)> 등도 펴냈다. 그는 섬을 걸은 것이 아니라 순례한 것이다.

쉬지 않고 섬을 순례하고, 쉬지 않고 섬을 세상에 알려내고 있으면서 시인은 여전히 섬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보여주고픈 섬의 모습이 많다.

 10년 만에 육지 올라와 사진전 여는 강제윤 시인
 10년 만에 육지 올라와 사진전 여는 강제윤 시인
ⓒ 강제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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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섬을 배제하고 오랫동안 좁은 땅에서만 갇혀 살다 보니 몸도 마음도, 시야도 폐쇄적으로 변해버렸다. 사대적 습성이나 이방인에 대한 배타성은 그에서 비롯된 바 크다. 섬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넓은 세계의 주인공인가를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육지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충분히 크고 드넓다. 사대주의 따위가 들어설 틈이 없다.

육지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섬은 결코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다. 섬은 한없이 넓은 바다를 향해 무한히 열려 있다. 그러므로 섬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개방성과 열린 사고를 되찾기 위한 최적의 사유공간이다. 배타성 따위는 단숨에 날려 버릴 수 있다. 우리가 섬들을 사랑하고 섬으로 가야 할 이유다."

"10년 이상 두 발로 직접 걷고 난 지금에야 비로소 조금씩 섬이 보인다"라고 말하는 시인. 그는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섬들도 인양해야 한다"라고 호소한다.

"세월호 참사 후 많은 사람들이 배타는 것을 두려워한다. 섬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섬은 변함없이 사람이 사는 터전인 것을. 이 나라 수많은 섬들도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20년을 넘게 살았고 또 10년 동안 섬들을 걸으며 기록했다. 섬의 고유한 가치를 알리고 지키려 노력했었다. 그 노력 또한 물거품이 되는 듯 해서 안타깝다.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섬들도 인양해야 한다. 섬에 대한 애정이 멀어질수록 섬은 개발업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섬 사진전을 기획한 것은 섬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고 탐욕스런 개발업자들로부터 섬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강 시인은 2012년 3월 '섬학교'를 연 이후 매달 한 번씩 사람들과 함께 섬을 걷고 있다. 그렇게 38회째를 이어오는 동안 연인원 약 1200명이 섬학교를 거쳐 갔다. 졸업장도 없고, 학위증도 없지만 그만큼 섬을 사랑한 사람이 늘어난 것이 강 시인에겐 큰 자부심이다.

그는 요즘 전라남도(지사 이낙연)가 추진하고 '가고 싶은 섬 만들기' 프로젝트를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다. "토목 개발이 아닌 섬의 고유 자원을 활용해 섬을 생태관광 공간으로 가꾸겠다는 정책으로 기대할 만 하다"는 것이다.

 신안 하의도
 신안 하의도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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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가파도를 답사하고 완도항에 도착한 시인을 19일 저녁 만났다. 20일엔 강진 가우도를 둘러볼 계획이란다. 가우도는 전남도가 '가고 싶은 섬 만들기' 사업대상으로 선정한 곳이다. 그리고 21일엔 서울로 올라가 사진전 개막을 준비할 예정이다. 여느 비즈니스맨 못지않은 분주한 일정이다. 요새는 무슨 궁리를 하며 섬을 걷냐고 물었다.

"누구도 바다를 떠나 살 수 없다. 잊고 살지만 우리는 모두가 섬사람들이다. 누구는 큰 섬에 살고 누구는 작은 섬에 살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섬을 잊고 살았다. 무관심과 소외 속에 잊혀져 가고 소멸해 가는 섬들을 위해 섬을 사랑하고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인 '(가칭)섬연구소'를 만들 계획이다."

그동안 시인이자 섬학교 교장, 사진작가로 불렸던 강 시인. 아무래도 조만간 시인을 소개하는 타이틀이 하나 더 늘 것 같다.


#강제윤#이낙연#전남도#섬#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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