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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K선박 하청노동자들이 16일 오전 현대미포조선에서 원청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KTK선박 하청노동자들이 16일 오전 현대미포조선에서 원청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KTK선박 하청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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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울산 동구)의 건조부 하청업체 중 한 곳인 KTK선박(사장 안태용)이 지난 11일 돌연 소속 직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폐업을 통보한 후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로 올해 2월까지 수주량이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한 대기업이다. 현대미포조선에서 선박을 만드는 노동자 중 70% 가량이 하청노동자로 알려져 있다.

현재 KTK선박 하청노동자 90여 명은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이 체불 임금과 고용승계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며 회사에서 농성중이다. 민주노총과 조선하청노동자 권리찾기사업단도 16일 오전 10시 30분 현대미포조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미포조선이 나서서 해결할 것과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전 예고 없이 문자로 '폐업' 통보... 사장은 "돈이 없다" 잠적 

KTK선박 하청노동자들은 토요일인 지난 11일 오후 갑자기 '폐업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폐업하니 장비를 반납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보통 하청업체가 폐업하면 최소 한 달 전에는 공고문을 부착하고 하청노동자들이 새로운 하청업체를 찾을 시간을 준다. 폐업을 전혀 알지 못하다가 주말에 폐업을 통보 받은 KTK선박 하청노동자들은 당황했다. 이에 하청노동자들은 현대미포조선 건조부 사무실을 점거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였다.

결국 이틀 뒤인 13일 KTK선박 사장이 농성장에 나타나 "(원청에서 하청에 주는 돈인) 기성금 2억7천만 원을 받았으나 빚을 갚고 나니 1천만 원 밖에 남지 않았다"며 "3월 월급을 지급할 수 없다. 퇴직금도 없다. 내가 감옥가면 그만 아니냐"고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현재 잠적한 상태다.

이후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측에 업체가 맡긴 공탁금으로 체불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3월 체불 임금은 2억 7천만원이며 폐업 전 4월 일부 임금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현대미포조선측은 "회의를 해서 대책을 세워봐야 한다. 농성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 공탁금이 없다"며 거절했다.

하청노동자들은 "KTK선박은 그동안 불량이나 공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원청에서 지급하는 기성금이 줄어들자 하청사장이 먹튀를 한 것"이라며 원청에 근본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일이 현대미포조선 내에선 다반사라는 주장도 나왔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지회 김백선 사무국장은 16일 "이미 현대미포조선 도장부와 전장부 등 6, 7개 하청업체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할 수 없이 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KTK선박 하청노동자들은 현재 사내에서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이 하청노동자들을 전원 고용승계하고 하청업체 사장이 체불한 임금을 공탁금으로 즉각 지불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현대미포조선측은 "KTK선박 하청업체 측이 처음 합의한 금액 외 '인원을 더 투입하고 일이 늘었다'며 추가 기성을 요구한 것"이라며 "하청노동자들이 기성이 줄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하청업체측이 처음의 합의를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원청의 귀책사유가 발생하면 추가 기성금을 줬지만 이번 경우는 관리를 잘못해 발생한 것으로, 현대미포조선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4월 급여 부분은 회사측에서 지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이 임금 지급하고 고용승계 해야"

조선하청노동자 권리찾기사업단과 KTK선박 하청노동자들이 16일 오전 10시 30분 현대미포조선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이 사태를 해결하고 대책을 세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하청노동자 권리찾기사업단과 KTK선박 하청노동자들이 16일 오전 10시 30분 현대미포조선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이 사태를 해결하고 대책을 세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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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하청노동자 권리찾기사업단은 KTK선박 하청노동자들과 함께 16일 오전 10시 30분 현대미포조선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노동자 임금과 퇴직금을 떼어먹고 사장이 잠적했지만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은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세계 중형선박 1등 조선소의 민낯"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원청인 현대미포조선은 하청노동자의 체불임금을 지급하고 공용승계 보장을 해야 한다"며 "최근 끊임 없이 발생하는 하청업체 폐업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라"고 요구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하청노동자 일부와 민주노총 관계자 등이 현대미포조선 항의방문을 위해 정문을 출입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이던 회사측 관리자 100여 명과 충돌, 하청노동자 한 명이 응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태그:#현대미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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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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