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에 출연한 장동민의 모습

MBC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젝트'에 출연한 장동민의 모습 ⓒ MBC


여성비하 등 막말로 물의를 일으킨 장동민이 <무한도전> 식스맨 후보에서 자진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모양새는 자진이지만, 사실상 언론과 대중의 비난에 등 떠밀려 물러난 것과 다름없다. 혹자는 장동민의 발언은 곧 그의 인성이라며 분노하기도 하고, 또 연예인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하기도 한다. 웃기기 위해서라면 상처되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 그가 국민 예능인 <무한도전>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장동민의 거듭된 사과와 반성도 통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하차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그를 압박했고, 대중들 역시 "사람의 천성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며, 장동민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똑같은 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았다. 개그맨으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와도 같았던 <무한도전> 합류는 그렇게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대중과 언론은 장동민의 발언에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일까. 그의 막말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서? 아니면, 정말로 장동민의 인성이 의심스러워서? 그 정도로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높았다면 아마도 장동민보다 몇십 배는 더한 여성혐오와 지역차별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일베' 가 이 땅에 뿌리내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겠다. <무한도전>이 '식스맨'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곧장 질러가자. 그것은 곧 부와 명예다. 한마디로 성공이다. 물론 지금도 장동민은 잘 나가는 개그맨이다. <무한도전> 멤버로 발탁되지 않아도, 그를 찾는 프로그램은 여전히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중은 부와 명예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에 그가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일종의 단죄인 셈이다.

잘못에는 책임이 따른다. 대중은 그것을 정의라고 믿는다. 그래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성공하는 건 몹시 불쾌한 일로 다가온다.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쳐도 모든 게 그대로인 현실에서, 부도덕한 사람이 부와 명예를 차지하는 걸 눈 뜨고 볼 수 없다.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불의다. 그런 의미에서 장동민에 대한 비난은 곧 불의에 대한 항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장동민이 하차했으니, 대중은 정의를 지킨 것일까.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해야 할까.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자, 공약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 기업인에게 뇌물을 받은 국회의원, 그리고 하루 아침에 정책을 뒤엎는 공무원까지. 자진 하차로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비단 장동민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장동민에 대해서만 유독 거친 분노를 쏟아내는 것일까. 연예인이 만만해서? 아니면, 정치인은 대중의 말을 듣지 않아서? 장동민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잘못을 저지른 개인에게 주어진 성공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 곧 정의로운 일이라고 착각하지는 말자. 우리는 4년에 한번씩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수백명의 정치인에게 국회의원 뱃지를 달아주고 있으며, 또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 등을 뽑아오고 있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성공의 기회를 너무도 쉽게 허락하면서, 유독 연예인에게만 까칠하게 구는 건 비겁한 행동에 다름없다.

어쨌든 일부 언론과 대중의 뜻에 따라 장동민은 식스맨 후보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연일 뉴스에서는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제,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대중의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인가. 답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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