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새 예능 프로그램 <두근두근 인도>는 제목에서부터 단번에 알 수 있듯이 인도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tvN <꽃보다 할배>에서는 할배들이 세계를 여행하고,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는 외국인들이 그들의 고향을 찾아가고, SBS <정글의 법칙>에서는 오지를 휩쓴다. 그 중 가지 않은 곳이 '인도'요, 그 중 동원되지 않은 인물들이 '아이돌'이란 생각이었을까? 그래서 선택된 주인공들은 바로 슈퍼주니어 규현, 샤이니 민호, 씨엔블루 종현, 인피니트 성규, 엑소 수호였다.

다양한 문화-언어 공존하는 인도에서 '한류를 아십니까'?

 10일 방영된 KBS <두근두근 인도>의 한 장면

10일 방영된 KBS <두근두근 인도>의 한 장면 ⓒ KBS


기존의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의식한 듯, 초반 <두근두근 인도>는 차별성을 가지고자 애쓴다. 뻔히 예능 프로그램인 줄 아는데 굳이 KBS 보도국을 배경으로, KBS 현지 특파원까지 동원했다. 그렇게 <두근두근 인도> 멤버들에게 주어진 탐사 보도의 소재는 '한류'다. 내로라 하는 한류 스타들을 동원하여 과연 인도에 한류가 얼마나 자리잡고 있는가를 알아보고 한류의 가능성을 짚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취한 방식은? 사람들이 밀집한 인도의 광장에서 '한류를 아십니까?' '슈퍼주니어를 아십니까? 샤이니, 엑소를 아십니까?' '저를 본 적이 있습니까?' 등을 묻고 다니는 것이다. 그도 안되니,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해외 스타들을 만난 한국 리포터들이 하나 같이 하는 뻔한 질문이 있다. '한류를 아십니까?' 물론 최근 한류가 세계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내한한 스타에게 '한류를 아십니까'라고 묻거나 김치를 억지로 먹이는 식의 해프닝에서 볼 수 있는 '문화적 자격지심'은 <두근두근 인도>에서도 이어진다.

애초에 출발하기 전부터 <두근두근 인도>는 알고 있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며 심지어 한 언어로도 소통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인도라는 것을. 그러니 '한류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은 마치 연못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 마냥 공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렵사리 오랜 시간 비행 끝에 인도에 도착한 멤버들은 인도의 다양한 문화를 둘러볼 새도 없이 '취재' 임무 탓에 자신을 아는지만을 묻고 다녀야만 했다. 솔직히 한국 사람이라도 아이돌에 큰 관심이 없다면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겨우 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비로소 '팬'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지만, 자신을 아느냐며 묻고 다니는 멤버들의 한 시간 남짓의 여정에는 '민망함'이 앞섰다.

여행을 하든가, 보도를 하든가

 KBS 2TV <두근두근 인도> 포스터

KBS 2TV <두근두근 인도> 포스터 ⓒ KBS


<두근두근 인도>가 초반 내세운 콘셉트는 '술친구 여섯 명의 신세계 개척기'였다. 차라리 그 말대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또래 아이돌 여섯 명이 소박하지만 자유롭게 인도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그나마 미덕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타 방송사의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흔하게 보아 왔던 콘셉트라고 해도 말이다.

'차별성'을 위해 기껏 <두근두근 인도>가 덧붙인 설정은 한류에 대한 탐사 보도다. 그런데 정말 세계 속의 한류의 진정한 위치나 한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싶었다면, 제대로 된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인도로 향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그저 '한류' 스타라는 이들을 동원해 인도의 한복판에서 '나를 아세요?'라고 묻게 하는 것은 안이함을 넘어 '웃픈' 지경이라고밖엔 할 수 없다.

'술친구 여섯 명을 모았다'고 했지만, 정작 동방신기 최강창민은 출발도 하기 전에 다른 일정 때문에 함께할 수 없었다. 첫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나머지 다섯 명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두근두근 인도>는 역부족이었다. tvN '꽃보다' 시리즈에서 보여주듯 여행 프로그램의 매력은 여행하는 사람과 여정에의 공감에 있다. 첫 방송 탓에 남은 3회 동안 <두근두근 인도>가 이 같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취재' 또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지는 더욱 알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제작진이 멤버들에게 여행지에 대한 최소한의 학습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는지도 궁금하다. 첫방 속 멤버들은 21세기를 사는 인도를 찾아가면서, '여전히 손으로 음식을 먹을테니 숟가락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마치 아프리카 오지라도 가는 듯 물을 캐리어 몇 개씩 담아가는 행동을 보였다. 이를 만약 인도 현지인들이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기에 인도의 최신 유행 음악을 들으며 '아, 제법인데' 식의 반응을 보이는 모습에서는 인도가 그들을 알아 주기를 바라기 전에, 그들이 먼저 인도에 대한 기본적 지식부터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꽃보다 할배> 속 이순재처럼 찾아가는 국가의 책을 달달 독파하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현재 그곳의 실정 정도는 제대로 알고 관심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게 해 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두근두근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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