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등이 9일 춘천지방법원에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녹색연합 등이 9일 춘천지방법원에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성낙선


녹색연합, 산과자연의친구우이령사람들, 정의당 강원도당은 9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춘천지방법원에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가리왕산에서는 지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사용하게 될 활강경기장을 건설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로 인해, 수백 년 묵은 자연림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파괴될 것을 걱정하는 환경 파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녹색연합 등은 이날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단 3일 동안 개최되는 경기를 위해 가리왕산에 활강경기장을 새로 건설하는 대신, 무주리조트 등에 건설돼 있는 기존의 활강경기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국제스키연맹(FIS)의 '2RUN 규정'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표한 '아젠다 2020'에 따르면, 기존의 스키장을 활용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녹색연합 등은 이날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원도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 낭비, 광범위한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경기장 공정률이 10% 남짓한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을 당장 중단하고, 기존 시설을 활용한 활강경기 진행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임을 강조했다. 녹색연합 등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지금이라도 활강경기장 건설 공사를 중단할 경우, 그나마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강원도지사 잘못된 결정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이날 기자회견에서 녹색연합 정규석 자연생태팀장은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2012년에 가리왕산이 활강경기장 부지로 결정된 것이 편협한 정보에 의한 잘못된 결정이라는 게 드러난 셈이고 지금까지 강원도와 조직위, 그리고 정부가 그 결정을 번복할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2014년 12월) IOC에서 아젠다 2020을 발표하면서 (올림픽 경기장) 분산 개최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해진 상황이고, 국제스키연맹 규약집에 (고도가 가리왕산보다 낮은 곳에서도 활강경기가 가능한) 2RUN 규정이 명문화되어 있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며, 강원도와 정부가 그런 사실을 알고도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녹색법률센터의 최재홍 변호사는 "강원도는 활강경기장 국제 규격을 맞출 수 있는 곳은 가리왕산의 중봉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며, "작년에 IOC가 아젠다 2020을 발표하면서 (올림픽 개최지로) 1국가 1도시 원칙을 포기"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최 변호사는 IOC가 그런 결정을 내린 데는 "그 원칙으로는 더 이상 올림픽 개최지의 재정 문제와 환경 파괴 문제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의 '평창'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그는 "지금 이 상태에서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 공사를 중단하고 무주 쪽으로 경기장을 옮긴다면, 예산도 절감하고 (가리왕산의) 훼손된 식생도 충분히 복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강원도가 자연 천이 방식에 의한 가리왕산 복구 계획을 말하는데 문제는 활강경기장을 치르기 위해서 뿌리는 많은 눈과 거기에 들어 있는 화공약품들, 그리고 슬로프를 짓기 위해서 다져진 땅은 더 이상 생물들이 살 수 없을 만큼 훼손된 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이 강원도지사가 잘못 결정한 사안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강원도지사의 결단을 촉구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평창동계올림픽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