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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지난 2월 4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박종철열사기념사업회 김학규 사무국장은 왼쪽 세번째.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지난 2월 4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박종철열사기념사업회 김학규 사무국장은 왼쪽 세번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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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7일 열린다.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72일 만이다.

이번 청문회 최대 쟁점은 '박종철 고문치사-조작·은폐 사건'(아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다. 검사 시절의 박 후보자는 해당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따라서 그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데 동조했는지 여부를 두고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종철 열사의 친구였던 김학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청문위원들이 박 후보자에게 '정말 당시 수사에 최선을 다했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박 후보자는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1차 수사 당시 공범이 3명 더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 아닌가"라며 "왜 당시 1차 수사팀이 수사 나흘 만에 사건을 종결했는지부터 설명하도록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1987년 3월에 추가 공범의 존재를 인지했는데도 그해 5월에서야 수사에 착수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추궁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김 사무국장은 이번 청문회를 "6월 민주화운동의 평가를 연장해 나갈지, 아니면 역사를 전부 과거로 돌릴지를 결정하는 자리"라고 정의하면서 "만약 박 후보자를 인사청문회에서 통과시킨다면, 대한민국 역사를 28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김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

"박상옥, 수사 최선 다했다? 추가 공범은 왜 못 밝혔나"

-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무엇을 추궁해야 하나?
"당시 진짜 수사에 최선을 다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박 후보자는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1차 수사(1987년 1월 20일~1월 23일) 당시 고문경관 조한경, 강진규 등 2명 외에 공범이 3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 아닌가. 당시 수사기록 등의 자료를 보면, 박 후보자가 피의자를 상대로 설렁설렁 대충 넘어가는 식으로 질문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아주 중요한 인물인 참고인 하종문(박종철의 하숙집 동료)씨를 상대로 확인해야 할 부분을 하나도 묻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하종문씨를 상대로 얼마나 조사했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고문경찰관들을 데려오지 않고 현장검증을 진행한 게 최선이었는지, 왜 1차 수사팀이 불과 4일 만에 종결됐는지 등을 청문회에서 밝혀내야 한다.

또한 박 후보자는 2차 수사(1987년 5월 20일~5월 28일)가 진행되기 전인 1987년 3월에 공범이 3명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최근 밝혔다. 2차 수사는 김승훈 신부가 추가 공범을 폭로한 5월 18일 이후에 진행됐는데, 왜 그 사이에는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인가. 처음에는 여주지청 발령 이후의 사정을 모른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 '발령 이후에도 수사정보를 공유했다'라고 말을 바꾼 이유가 무엇인가. 이러한 점도 꼭 물어야 한다."

- 박 후보자는 당시 부실·은폐수사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기에는 당시 수사 과정에 너무 허점이 많다. 이런 식으로 수사하고도 어떻게 뻔뻔스럽게 대법관을 하겠다는 건지 납득이 안 간다."

- 새누리당은 박 후보자가 사건 검사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옹호한다.
"말도 안 된다. 검찰은 1차 조사 때 참고인 하종문씨를 상대로 엉터리 신문을 펼쳤다. 또한 이미 1987년 3월에 추가 공범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2차 조사 때 아무것도 모르는 것 마냥 피의자 신문을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부실·엉터리 수사는 이미 다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것 아닌가."

- 만약 박 후보자가 청문회장에서 고개 숙여 사과한다면 어떻게 될까.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면, 그 사과는 받아야 한다. 그리고 대법관 후보자를 스스로 사퇴하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사과한다는 건, 대법관 후보의 자격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여태 한 번도 사과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한다는 자체가 문제다. 자진 사퇴하는 게 최선이다."

- 마지막으로 여야 청문위원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이번 청문회는 단순히 대법관 후보자가 적격한지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6월 민주항쟁이 어떤 역사적 의의가 있는지, 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결정하는 자리다. 정확히는, 지금까지의 민주화운동 평가를 연장해 나갈지, 아니면 역사를 전부 과거로 돌릴지를 결정하는 청문회다. 만약 박 후보자를 인사청문회에서 통과한다면, 대한민국 역사를 28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상옥#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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