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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5지구 문제와 기자회견

만덕주민공동체와 대책위가 철거과정에서의 석면처리절차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만덕주민공동체와 대책위가 철거과정에서의 석면처리절차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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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오전 11시, 만덕주민공동체 및 만덕5지구 주거생존권공동대책위는 구 시내버스 33번 종점에서 만덕5지구 불법 석면처리 규탄 및 조사촉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만덕5지구는 LH가 주관하는 재개발로 인해 기존 주택이 철거에 들어갔다. 2011년부터 시작된, 보상비 책정을 둘러싼 LH와 주민들과의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이로 인해 부산시를 상대로 지구지정 해제소송을 제기했고, 2심 고등법원까지 모두 부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기자회견에서 만덕주민공동체는 북구청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지구 내 석면포함 건축물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석면 철거규정을 공사업체에서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지 그리고 석면처리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였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북구청에서는 해당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노동청에서는 "이상없음"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주민들은 실제 철거현장에서 찍은 석면폐기물이 방치된 사진을 보여주면서, 행정기관의 소극적인 자세를 규탄하고, 제대로 된 석면실황조사 및 폐기물처리업체의 투명한 석면처리절차를 촉구했다.

일반인들이 여기까지 내용을 보면, LH와 주민 간의 보상 문제로 인해, 서로의 갈등이 4년 넘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철거 작업에서 나오는 석면 처리 문제로 인해 재개발 계획이 지연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덕주민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이들에게서 들어보면, 보상 문제 자체가 갈등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덕5지구 주민들이 원하는 것

만덕5지구의 대다수 집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이뤄져있다. 게다가 7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대다수이기에 석면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만덕5지구의 대다수 집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이뤄져있다. 게다가 7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대다수이기에 석면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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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이 끝나고,만덕주민공동체 김문식 팀장과 인터뷰를 했다.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되고 이어졌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다. 김 팀장은 무거운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사실 초창기에는 만덕5지구 비대위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이 다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비대위 구성원들이 이탈하고, 심지어는 LH측에서 일부 비대위 간부들과 비밀 협상을 해서 돈 먹었네 하면서 주민들과의 갈등이 심해졌지요. 또한 일부 어르신들은 LH보상안을 잘 모르고 그냥 동의하신 분들도 있었고요.

주민 간의 분열은 더욱 심화되어서, 결국 만덕주민공동체가 따로 떨어져 나왔어요. 비대위는 주로 보상문제에만 신경쓰고, 우리는 마을의 생태적 보존을 주장하고 있지요. 분열되기 전에는 600~700명의 주민들과 함께했는데, 이제 대법원 상고인단으로 남은 사람은 겨우 9명이네요.

이제 마을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요. 공기업의 지나친 실적주의와 아직까지 지속되는 구시대적 개발논리로 인해 아직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봅니다. 수익이 없으면 바로 사업을 중단하는 사기업과는 달리, LH는 공기업인 데다가 부채를 100조나 떠안고 있으니, 제대로 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자기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형태로 나가서 이런 갈등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옆에 계시던 박정태옹께서 아래 사진을 보여주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당시 6.25전쟁으로 부산으로 피난와 판자촌에 살았던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만덕동에 주택이 조성되었다. 사진을 보면, 창문과 문이 설치되지 않고 블록으로 지어진 집들을 볼 수가 있다. 또한 주택 앞 도로도 포장되어 있지 않다. 주민들은 창문과 문을 직접 구입해서 설치하고, 도로도 직접 포장했다
▲ 70년대에 개발된 만덕동 당시 6.25전쟁으로 부산으로 피난와 판자촌에 살았던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만덕동에 주택이 조성되었다. 사진을 보면, 창문과 문이 설치되지 않고 블록으로 지어진 집들을 볼 수가 있다. 또한 주택 앞 도로도 포장되어 있지 않다. 주민들은 창문과 문을 직접 구입해서 설치하고, 도로도 직접 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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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마을은 6.25 전쟁으로 인해 부산으로 내려와 판자촌에서 살던 주민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1970년대에 개발되었지. 사진을 보면 창문과 문이 설치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주택 앞 도로도 포장되지 않았었지.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자신의 손으로 창문과 문을 직접 설치하고, 도로도 직접 다 포장했어. 게다가 내가 집에서 술을 가지고 오면, 이웃들은 안주를 가지고 와서 이웃들과 다 같이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었지. 재개발지구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주민들 모두 다 같이 사이좋게 지냈었어."

현재 마을 주민들은 주로 70,80대 어르신들로 이루어졌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격동기의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며, 20년간 분할해서 집값을 상환했지. 하지만 상환이 다 끝나는 순간 재개발지구로 지정된 거야. 우리가 고생해서 일군 마을인데, LH가 이 사연을 모르고 우리보고 나가라고 하는 거지. 비극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어. 게다가 우리가 LH안에 대해 반대했을 때, 사정을 잘 모르는 할머니들께서 우리보고 비판하지 말라고 성토하셨지. 지금은 진실을 알고 그렇게 하지 않으시지만."

사실 나도 한 때 강남 부동산 불패신화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SBS에서 방영한 <자이언트>라는 드라마를 상당히 좋아하기도 했고. 하지만 박정태옹의 말씀을 들으면서, 한 때 잘못된 개발논리에 빠졌었다는 반성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오늘 기자회견 때 석면문제를 제기했던 김미경 여성단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을 주민들이 LH의 잘못된 개발논리로 인해 분열되고, 일부 어르신들이 사정을 모르고 LH보상안에 서명했던 역사를 경험하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고 뒤늦게 깨달은 주민 분들도 많아요. 진실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지난날의 갈등으로 인해 우리에게 얼굴 비치기 어려워 하시지요. 하지만 우리 공동체는 다시금 진실을 깨달은 주민 여러분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요. 상처로 얼룩졌던 과거를 치유하고, 다시금 마을 공동체의 전통을 찾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또 다른 과제랍니다."

만덕주민공동체가 진정 원하는 것은 70년대 마을건설 이후 계속 이어졌던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다. 이는 물질적으로, 화려한 개발논리로도 살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마을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 및 잘못된 개발논리가 마을의 귀중한 유산을 무너뜨렸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예전의 그리고 앞으로 다시 치유하고 이뤄나갈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주민의 뜻에 부합하는 마을을 새롭게 꾸미는 것이 부산시와 지역건설업체 그리고 만덕동 주민들 스스로가 함께 생각해야 할 과제이다. 김미경 단장이 언급했던 것처럼 이전의 상처를 다시 치유하고 마을의 원래 모습을 회복하기를 기원해본다.


태그:#만덕5지구 문제, #만덕주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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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독일에서 통신원 생활하고, 필리핀, 요르단에서 지내다 현재는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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