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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J-15열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오늘 J-15열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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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모크>는 영화에는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거리를 10년 넘게 촬영해 온 사진 작가가 나온다. 영화 속 또 다른 남자는 사별한 아내의 빈 자리 때문에 슬퍼하다가 우연히 그를 만나 앨범을 들춰보다가 아내가 찍힌 사진을 발견한다. 이 영화는 특별한 의도 없이 시작한 사진 촬영이 누군가의 추억을 고스란히 보관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또 그것이 우리에게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나 역시 축구장에서 수많은 관중을 만나고 그들의 울고 웃는 모습을 지켜보며 홀로 감동을 받았던 터라 이제는 그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졌다. <스모크>의 사진 작가처럼 '매 경기 같은 좌석에서 촬영하고 인터뷰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 같은 장소지만 늘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지난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과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ENS석 J15열에 우연히 앉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

J14,J15 그리고 J16열의 사람들

날씨가 좋아 축구장을 찾았다는 그들
 날씨가 좋아 축구장을 찾았다는 그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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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리에 드디어 여자 하나와 남자 둘의 일행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목표였던 J15열에 앉은 이는 어려 보이는 남자였다. 그 나이 또래 관중이 그렇듯 편한 복장에 맛있는 간식을 챙겨 친구로 추정되는 일행과 자리를 잡은 그들은 이내 경기에 몰입했다. 스마트폰을 한 번 만질 법도 한데 사진 촬영을 할 때 빼고는 웬만해서는 휴대폰을 꺼내질 않았다.

특히 옆자리의 여자는 남자들보다 적극적으로 응원을 펼쳤다. 응원가에 맞춰 율동을 해 보이기도 했고 손가락을 뻗어 인천을 외치기도 했다. '치맥'을 먹기 위해서 경기장을 찾았다거나 마지못해 남자 친구에 의해 끌려오는 등의 소극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응원가에 맞춰 리듬을 타고 신나게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필자마저 흥이 났다. 그들은 축구를 통해 '힐링'을 했을지 몰라도 필자는 그들을 통해 '힐링'할 수 있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집에 계실 건가요?

손을 흔들고 적극적으로 응원을 하면 재미가 두 배!
 손을 흔들고 적극적으로 응원을 하면 재미가 두 배!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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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이라고 평가받는 전북현대와 늑대 축구라는 캐치프레이즈의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결국 0:0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인터뷰 가능하세요?"

쑥쓰러워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한 그들 셋은 같은 학교, 같은 과라고 했다.

"게시판에서 경기한다는 글을 보고 셋이 함께 놀러 오게 됐어요. 날씨가 좋아서 나온 것도 있고요."

인천 유나이티드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잘은 몰랐다는 그들. 만약 궂은 날씨였거나 게시판에서 글을 보지 못했다면 우리는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경기를 함께 보고 인터뷰까지 할 수 있게 된 걸 보니 인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면서 한 명씩 꼽으며) 저는 오늘 3번, 25번 그리고 누구더라? 요니치! 이렇게 셋이 잘했던 것 같고 기억에 남아요."

그들이 경기에 집중했다는 걸 또 한 번 알 수 있었던 건 이름은 몰라도 정확하게 번호를 집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 명의 플레이가 인상적이라는 건 이미 다른 관중들도 지적한 바 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참고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3번을 달고 뛰는 선수는 김용환, 25번은 박대한 그리고 요니치는 20번이다.

"날씨가 좋으면 또 올 생각이에요, 다음 번에는 저희가 응원할 때 꼭 승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가 생활의 수 많은 선택지 가운데 축구장을 골라준 세 사람. 다시 한 번 고맙다. 이런 관중이 많아질수록 프로 축구가 더욱 힘낼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들과 우리의 연결 고리, 이상 ENS J15였다.

<왼쪽부터 유진(24), 안중권(25), 조현준(26)씨>
 <왼쪽부터 유진(24), 안중권(25), 조현준(26)씨>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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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에도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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