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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한 가맹점 편의점에서 일한 이OO(54)씨는 최근 2년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15년 전에는 식당을 할 만큼 형편이 좋았지만, 남편이 사업하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반전세 주택에 살면서 공과금이 밀릴 정도로 경제적으로 좋지 않게 되면서 살림만 하던 이씨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구한 아르바이트는 식당일이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빙을 하기로 했다. 홀에는 보조의자가 없어서 하루종일 서서 있어야 했고, 식사 시간은 고작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50대 여성노동자 향한 불법의 화살들

어느 날 서빙을 보기로 한 이씨에게 주방 설거지까지 맡겼고, 하수도 옆에서 앞치마를 구긴 채 쭈그리고 앉아서 식사하는 날도 많았다. 바쁘다는 이유로 저녁 식사를 주지 않기도 했다. 배고파서 손님들이 남긴 음식(빵)을 먹거나 하면 사장은 "버릴지언정 먹으면 안 된다"며 소리를 질렀다.

이씨가 다음에 일했던 곳은 쇼핑몰 포장 아르바이트였다. 시급은 6천 원으로 최저임금(2014년 기준 최저임금 5210원)보다 높았지만, 주 5일 출근해서 매일 5시간씩 일했다. 사장은 친절했지만, 이씨의 숙련도가 높아지자 "괜찮죠?"라는 한 마디로 근무시간을 3시간으로 줄였다. 60만 원이었던 월급은 일하는 시간이 줄자, 40만 원도 되지 않았다.

이씨는 지금은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반인 아들과 비정규직으로 취직한 딸과 함께 사는 이씨는 "앞으로도 돈이 더 많이 들 것"이라며 "나라도 한 푼 더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은 이상했다. 하루에 12시간 일하는 날이 있었는데, 사장은 나이가 많아 계산대 조작을 잘못한다며 교육 시간이라고 하고는 그 시간만큼 임금을 제했다.

물론 근로계약서도 없었고 주휴수당을 받은 적도 없으며 화장실에 갈 휴게 시간도 없다고 했다. 사장은 필요할 때에 전화해 출근하라고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근무시간도 체크하지 않아서 자기의 수첩에 따로 메모해 둔다고 했다. 이씨는 노동청에 진정하면 체불임금, 주휴수당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나중에 알아서 잘 챙겨줄 텐데, 그래도 그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알바노조는 3월 19일, 맥도날드 홍제점 앞에서 각종 갑질 맥도날드를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5년간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일했던 김씨는 2개월 동안 근무시간을 총 110시간이 줄었으며 스케줄을 원래대로 늘려달라는 주장을 하자 "보장할 수 없다는 답변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 스케줄 줄이며 퇴사압박? 알바노조는 3월 19일, 맥도날드 홍제점 앞에서 각종 갑질 맥도날드를 규탄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5년간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일했던 김씨는 2개월 동안 근무시간을 총 110시간이 줄었으며 스케줄을 원래대로 늘려달라는 주장을 하자 "보장할 수 없다는 답변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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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차 알바 근무시간 두 달 동안 110시간 줄여 '퇴사 압박'

맥도날드 홍제점에서 햄버거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한 김OO(51, 가명)씨는 최근 두 달간 근무시간이 총 110시간 넘게 줄어들었다. 주 5일, 하루 8시간씩 일하기로 한 김씨의 스케줄이 줄어든 것은 올해 1월부터다. 지난해 12월, 일요일 근무를 해달라는 매니저의 요청에 김씨는 "계약서상 일요일은 근무하지 않기로 했고 사정도 있어 일할 수 없다"고 하자, 매니저는 "그렇다면 다음 달 근무를 보장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결국 지난해 월 평균 176시간, 월 114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으며 생계를 꾸려가던 김씨의 스케줄은 1월 130시간(80만 4천 원), 2월 104시간(65만 8천 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김씨가 근무시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자 매니저는 맥도날드의 유연근무제를 이야기하면서 "원래 맥도날드는 스케줄이 정해진 것이 없어 보장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매니저는 3월 스케줄도 보장 못해 준다고 했다.

생활이 힘들어진 김씨는 2월 말 점장에게 퇴사 의사를 밝혔다. 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언제 사직서를 쓸 거냐며 퇴직서에 쓸 퇴사 사유를 물었다. "근무시간이 줄어서 퇴사하겠다"고 한 김씨에게 '개인사정으로 쓰라'고 강요했다. 매니저는 "맥도날드 본사 코드에 근무시간이 줄어서 퇴사하겠다는 코드는 없다"며 은연 중에 "퇴직금이라도 제대로 받고 싶으면 개인사정으로 써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갔다.

김씨의 맥도날드 근로계약서. 5년 3개월 동안 일한 김씨는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쓴 적이 없었다. 이 계약서에는 김씨의 계약일자가 '2999년 12월 31일'로 돼 있었다.
 김씨의 맥도날드 근로계약서. 5년 3개월 동안 일한 김씨는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쓴 적이 없었다. 이 계약서에는 김씨의 계약일자가 '2999년 12월 31일'로 돼 있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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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본인의 근로계약서를 받은 김씨는 황당했다. 5년간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교부 받은 적이 없었던 김씨가 5년간 쓴 근로계약서 2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해가 바뀌어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급여 부분에 밑줄이 긋고 수정이 되어 있었다.

근무한 지 2년이 넘어 정규직이 되어 다시 썼어야 할 근로계약서는 그 이듬해에 작성되었고, 근로계약기간은 '2999년 12월 31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근로계약서를 김씨가 아닌 매니저가 작성했다는 것으로 자필서명까지 매니저가 대신했다는 점이었다.

또 김씨가 일한 5년 3개월 동안 인상된 급여는 단 100원(최저임금 기준)에 불과했다. 6개월마다 임금협상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급여를 올려 달라는 김씨의 요청에 매니저는 "자격이 안 돼요"라는 식으로 말했다. 일한 지 2년이 지나자 그제야 100원 올려주며 트레이너를 하라고 했다. 맥도날드 취업규칙은 무용지물과도 같았다.

김씨는 맥도날드에서 5년 3개월간 일한 것에 대한 퇴직금 500여만 원은 받을 수 있었지만, 자신의 부당함을 호소할 곳이 필요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바노조를 찾았다고 했다.

채용되지 않을까 봐, 그만두라고 할까 봐 요구하지 못해

지난달 19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은 50대 알바 구직자가 5년 만에 7배 증가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알바천국에 등록된 50대 구직자의 이력서는 2만3501건으로 2010년(3232건)보다 7배 이상 늘었으며, 50대 남성의 경우 운전직·보안·경호·경비를 선호하고, 50대 여성은 대형마트 매장관리와 고객상담을 선호한다는 내용이었다.

알바노조 구교현 위원장은 "이제 아르바이트 노동은 임시 일자리가 아닌 하나의 직장과도 같은 개념"이라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그 연령대가 40, 50대까지 높아진 만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현 위원장은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사업주들도 사람을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있게 채용하고 시급을 현실화하는 등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노동법을 개정하고 최저임금을 1만 원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황현숙 센터장은 "40, 50대 여성의 경우, 근로계약서 자체를 모르거나 근로계약서를 알더라도 꼭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사업주가 먼저 말하기 전에 꼭 쓰자고 하면 채용이 안될까 봐 요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근로계약서를 쓰는 것이 회사도 시비가 없고 분명하게 된다고 (사업주에게)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황현숙 센터장은 "일하던 중 불이익을 받았을 때도 그만두라고 할까 봐 요구사항을 말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사업주가 먼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법에 호소해 도움을 받아야 사업주들의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 *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02-3144-0935



태그:#아르바이트, #알바노조, #맥도날드, #직장맘,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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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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