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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복수초를 유등천에서 만났다.
▲ 유등천에서 만난 야생 복수초 산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복수초를 유등천에서 만났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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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달 전 충남 금산군 복수면에서 마무리 했던 삼가천을 이어 걸었다. 대전까지 이어지는 삼가천(대전광역시 유등천 상류)을 매월 걷기로 한 약속 때문이다. 10년 전 종주를 진행하고 새롭게 답사를 시작한 지 벌써 세 번째 코스다.

이달 삼가천을 걸으면서 총 세 개의 모텔을 만났다. 일부 모텔은 하천을 인위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 여름철 평상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천은 국가 소유로, 개인의 토목 공사는 불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일 충남 금산군 하천 관리과에 현장 확인을 요청하고 불법일 경우 조치를 요구했다.

복수면의 음식점과 모텔이 있는 지점
 복수면의 음식점과 모텔이 있는 지점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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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을 걷다보니 평소 보지 못한 자세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눈 오는 겨울 노란 꽃이 피는 것으로 유명한 복수초는 늘 산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잘못된 편견이었다. 하천 주변 인적이 드문 곳에 야생 복수초 군락을 두 군데나 발견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아 입만 확인했지만, 그야말로 놀라운 반전이었다. 노란 꽃이 피었다면 아마 감동은 두 배가 됐을 것이다. 평소 생태에 무식했던 나를 반성하게 해준 복수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수호신 같은 버드나무, 잘 관리되길

10년 전 돌다리를 건너던 곳에는 커다란 교각이 서 있었다. 교각 옆을 지키고 있는 버드나무는 10년 전과 다름 없었다. 교각의 위세에 밀려 정취를 잃어 버렸지만, 오랜 세월 하천을 지켜온 수호신 같은 버드나무는 아름다운 조형물에 비할 게 아니었다. 이런 수호신 같은 나무를 여러 하천 주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위용도 대단하고 아름답다. 녹음이 짙어지면 더 멋진 나무가 될 듯 하다.
▲ 구례리에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 위용도 대단하고 아름답다. 녹음이 짙어지면 더 멋진 나무가 될 듯 하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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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관리를 했었던 나무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 방치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구례리에 있는 오래된 버드나무 펜스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관리를 했었던 나무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 방치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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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리에서는 서로 다른 두 나무를 만나기도 했다. 한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관리되고, 한 나무는 버려진듯 을씨년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구례리에 있는 250년 된 느티나무는 그 간의 세월을 버텨온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었다. 반면 불과 500m 정도의 하류에 있는 버드나무는 과거 나무를 지키기 위한 펜스의 흔적은 있었지만, 관리되고 있진 않아 보였다.

둘 다 오랜 삶을 살아온 나무인데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하천에서는 수질 정화와 홍수 조절을 하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무인 버드나무가 버려진듯 한 모습이 못내 서운했다. 실제 버려졌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보이는 모습이 그래서 처량해보였다. 버드나무의 삶이 우리 민초들의 삶과 닮지 않기를 희망했다. 너무 힘이 없어서 존중받지 못하는 삶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두 나무의 모습을 뒤로하고 삼가천 걷기를 마쳤다. 봄 기운이 완연한 날이 되면 다시 찾을 것을 기약했다. 푸른 하천의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




태그:#유등천, #삼가천,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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