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법으로 정해진 무상급식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홍준표 경남도지사. 야당도 어쩌지 못한 그의 야심찬 실천(?)의 발목을 잡은 것은 뜻밖에도 엄마들이다. '강남 아이들도 하는 무상급식'을 내 아이들은 돈을 내고 먹게 생겼다며, '무상교육'은 해도, 밥은 돈을 내고 먹어야 하냐며 경상남도의 엄마들이 분노로 떨쳐 일어났다.

심지어 그런 엄마들의 분노에 여당의 일각에서도 한 발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여당은 방관하고, 야당은 발목 한번 제대로 잡지 못한 한 정치인의 폭거를 내 자식을 향한 엄마들의 사랑이 붙잡고 있는 것이다.

 MBC <앵그리맘>의 한 장면

MBC <앵그리맘>의 한 장면 ⓒ MBC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 학교로 간 엄마

자식을 향한 엄마의 사랑은 흔히 맹목적이라 표현된다. 말 그대로 눈뜬 장님이다. 세상 그 누가 와서 뭐라 하거나 어떤 위해가 다가와도, 내 자식을 위한 것이라면 엄마는 그 누구보다 강한 전사가 된다. 여기 또 한 사람의 '전사'로 거듭나는 엄마가 있다. 바로 제목부터 분노가 느껴지는 MBC <앵그리맘>의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다.

18일 첫 방송된 <앵그리맘> 속 조강자가 화난 이유는 바로 그녀의 딸 오아란(김유정 분)에게 가해지는 학교 폭력 때문이었다. 철없는 남편에 시어머니까지 모시며 기사 식당을 운영하는 조강자는 한때는 '일짱'이었지만, 이젠 그냥 아줌마다. 그리고 그저 하나밖에 없는 딸, 아란이에게는 한없이 '을'이 되고 마는 '아란이 엄마'일 뿐이다. 자신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비오는 날 우산을 가져다 줘도 그냥 내빼는 아이 때문에 상처받고 병나발을 불고 마는 마음약한 엄마다. 

그런데, 이 딸의 몸에 누군가에게 맞은 상처가 있다! 엄마는 그 순간 눈이 뒤집히고 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내 딸의 몸에 감히 누가!

엄마는 딸의 몸에 상처를 낸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나선다. 처음 딸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그 다음에 경찰서를 찾고, 결국은 친분이 있는 판사까지 만나러 간다. 하지만 조강자가 마주친 현실은 뜻밖이다. 정작 맞은 딸은 자신은 학교 폭력을 당하지 않았다 발뺌하거나, 폭력의 상흔에 주저앉고 만다. 담임 선생님은 적반하장으로 딸의 전학을 주선하거나, '요즘 아이들의 네트워크' 운운하며 '나대지 말 것'을 주문한다.

법은 한 술 더 뜬다. 나서서 도와주기는 커녕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고, 감동을 주었던 재판의 뒷모습은 조강자가 기대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게다가 약속 시간에 늦어 찾아간 법원에사 조강자는 자신이 기대려 했던 판사를 붙잡고 한 엄마가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포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서 법의 심판을 받으려 했는데, 정작 내 아이가 죽어버렸다'고.

한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신념을 실천했던 일짱 조강자였지만, 아란이 엄마로 착실하게 살아보려 했다. 하지만 아란이에게 가해진 폭력은 조강자에게 자꾸 여전히 법은 멀다는 진실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결국 남은 것은 '주먹', 결국 자신의 '한 주먹'을 믿고, 딸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나설 수밖에.

 MBC <앵그리맘>의 한 장면

MBC <앵그리맘>의 한 장면 ⓒ MBC


'앵그리맘'이 싸워야 할 만만치 않은 교육 현실

프롤로그 격인 <앵그리맘>의 첫 회는 이렇게 한때 '일짱'이었던 엄마 조강자가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낸다.

또한 아란이가 전학간 학교는 그저 일반적인 학교가 아니라 상위 1%의 자제들이 주로 다니는 사립 학교로 상위층의 '갑질'이 일상화되어 있는 공간이며, 그런 상위층 자제들을 배경으로 사학 재단의 비리가 뿌리 깊은 곳이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우리나라 사교육의 왜곡된 현실을 그려낸다.

이는 결국 자신의 자식을 지키기 위한 아란이 엄마 조강자의 학교행이 그저 아란이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갑질', 그리고 왜곡된 교육 현실에 대한 '손봐주기'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그렇기에 조강자의 싸움은 그저 딸 아란이의 몸에 상처를 낸 놈을 찾아서 혼내주고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지켜주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넘어서,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는 부조리한 학교나 사회와의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임을 예감하게 된다.

하지만 이 무거운 싸움은 친자식이 아님에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서며 화가 나면 육두문자부터 날리지만, 학원 선생님도 여전히 고등학생인줄 아는 미모의 젊은 엄마 조강자의 활약을 통해 시작부터 화끈하다.

출생의 비밀에서부터 학생들간의 비밀 조직에, 사학 비리까지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복잡해 보인다. 하지만 어쩐지 그 복잡함이 조강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 줄로 잘 꿰어질 느낌이다. 여기에 첫 회 야심차게 선보인 영화적 화면이나 연출은 제작발표회에서 노래 한 곡을 불러제낀 연출가의 의욕처럼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과거 방송됐던 <여왕의 교실>처럼 교육적 현실을 다룬 이야기는 진중하지만, 그 진중함은 <여왕의 교실>에서 느껴졌던 낯섦보단 여성판 '두사부일체'처럼 경쾌하게 다가온다. 조강자의 한 판 활약이 기대된다. 

앵그리맘 김희선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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