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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굴(洗掘)이 발생한 공주보 하류 50m 지점 한국수자원공사 바지선인 웅진호가 닻을 내린 모습. 잠수부가 물속으로 들어가 세굴 지점에 대한 수중조사를 하고 있다.
 세굴(洗掘)이 발생한 공주보 하류 50m 지점 한국수자원공사 바지선인 웅진호가 닻을 내린 모습. 잠수부가 물속으로 들어가 세굴 지점에 대한 수중조사를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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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보 사석보호공에서 세굴(강물에 의해 강바닥이나 강둑이 패임)이 발생해 잠수부를 동원해 수중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는 보강공사를 서두르고 있지만, 전문가는 세굴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과 진단 없이 이루어지는 땜질식 하자보수는 보의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9시께 찾아간 충남 공주시 공주보 하류 50m 지점에서 수공 바지선인 웅진호가 닻을 내린 채 머물고 있었다. 그곳에선 한 잠수부가 물 속으로 들어가 수중조사를 벌이고 있었는데, 바지선 위에선 또 다른 잠수부가 긴 산소 호스를 당겨서 감았다가 푸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공주보 우안 쪽에 설치된 수력발전소 부근에서도 작업 인부들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인부들은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가져온 시멘트를 관을 이용해 혼합 믹서 통으로 옮겼다. 작업에 필요한 장비도 다 들어와 있는 상태였는데, 공주보 세굴에 의한 수중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위한 것인 듯했다. 그런데 현장에선 공사 안내 표지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4대강 사업 금강살리기 사업 일환으로 만들어진 3개의 보는 준공과 동시에 세굴이 진행됐고 해를 거듭할수록 그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준공 후 3월 16일 현재까지 세굴로 보강공사가 이뤄진 것만 총 7회로 세종보 3회, 공주보 2회, 백제보 2회 등이다. 반복적으로 세굴이 발생한 것이다.

"수중타설, 함안보·백제보 시공방식으로 친환경적"

세굴(洗掘)이 발생한 공주보 수력발전소 부근에 수중시멘트 타설을 위한 각종 장비와 인력이 들어와 있다.
 세굴(洗掘)이 발생한 공주보 수력발전소 부근에 수중시멘트 타설을 위한 각종 장비와 인력이 들어와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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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사와 관련 수공 담당자는 "(공주보 사석보호공) 일부 사석이 이탈한 부분이 있어서 좀 잡아줄 수 있도록 (시멘트를) 타설하는 작업"이라며 "작년에 백제보에서도 했던 방식인데, 수중타설로 하이파 그라우팅 공법을 이용해서 친환경적으로 하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사 안내 표지판이 없는 것에 대해선 "아직 작업이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어떻게 작업을 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 조사로 믹서에 펌프 주입관을 부착해 보는 단계이니 공사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사는 지난해 국무총리실 조사평가위의 조사에 따른 것으로 국토부와 협의를 거친 것"이라며 "다음 주에 공사 계획과 하류에 오탁방지막을 치고 환경관리, 안전관리 계획 등을 세워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굴이 발생한 지점에 시멘트 500입방미터 정도를 주입할 예정"이라며 "이미 검증된 하이파 그라우팅 공법으로 하는 만큼 중금속 문제 등 환경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전대 토목공학과 허재영 교수는 "기본적으로 침하(세굴)가 일어나는 누수나 지반침하 등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있어야 원인을 알 수 있는데 원인 규명이 정확히 안 된 상태에서 보강공사만 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수중 콘크리트가 아무리 특허를 받은 제품이라고 해도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 않나, 경화(시멘트가 굳는 시간)되는 6시간 동안 시멘트가 가진 독성이 부분적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인이 규명되고 원인에 따라 보강을 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수중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물막이 공사를 한 뒤 육상공사를 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이다"라며 "특히 침하가 계속해서 진행된다는 것은 심정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라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세굴이)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은 구조물의 안전성에도 분명 위험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굴(洗掘)이 발생한 공주보 수력발전소 부근에 대형트레일러 차량이 가져온 시멘트를 관을 이용해 혼합 믹서 통으로 옮기고 있다.
 세굴(洗掘)이 발생한 공주보 수력발전소 부근에 대형트레일러 차량이 가져온 시멘트를 관을 이용해 혼합 믹서 통으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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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공주보가 준공을 앞두고 세굴이 발생하면서 가물막이를 설치하고 보강공사를 하는 모습을 항공기를 이용하여 찍은 사진이다.
 2012년 6월 공주보가 준공을 앞두고 세굴이 발생하면서 가물막이를 설치하고 보강공사를 하는 모습을 항공기를 이용하여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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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연락을 받고 현장을 찾은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는 "지난해 국무총리실 조사평가위에서 공주보 세굴과 공도교에 대한 안정성 문제를 지적해 '정말 진단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사가 진행됐는지 모르겠다"면서 "4대강 사업이 속도전으로 진행됐고, 지속적으로 세굴이 발생하는 만큼 보의 실용성 문제나 안전관리 문제 등이 매년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온 상승으로 지난해 수온이 낮아지면서 가라앉았던 규조류 사체가 떠오르고 수질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5~6월이면 녹조까지 발생할 것이고 큰빗이끼벌레와 실지렁이, 하루살이까지 수질오염에 따른 심각할 정도의 환경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태에서 더 이상 물을 가두어 둔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만큼 수문 개방이 답이다"라고 요구했다.

공주보는 5년, 백제보는 10년... 하자보수 기간도 제각각

이번 취재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 들어선 3개의 보의 사석보호공 하자보수 유지관리 기간이 세종보(대우건설)는 2년, 공주보(SK건설)는 5년, 백제보(GS건설)는 10년 등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특히 공주보와 백제보의 경우 규모와 비용 등 모든 면에서 비슷한 정도의 공사지만 하자보수 기간이 두 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 4대강 사업 금강살리기 사업으로 총공사비 2081억 원이 투입된 280m 길이의 공주보는 2011년 12월 준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석보호공이 유실되고 세굴이 진행되면서 2013년 4월에 이어 6월과 7월 20일 등으로 계속 준공이 미뤄지다가 같은 해 8월 조용히 준공했다.

2012년 7월 25일 이른 아침 충남 공주시 웅진동 공주보의 모습. 20여 명의 잠수부들이 사석을 채우거나 토목섬유시멘트충전공법(SPF)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2012년 7월 25일 이른 아침 충남 공주시 웅진동 공주보의 모습. 20여 명의 잠수부들이 사석을 채우거나 토목섬유시멘트충전공법(SPF)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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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수공이 비교적 안전한 방식의 육상 공법을 마다하고 위험이 따르는 수중공법을 선택한 이유를 놓고 준공 이후 지속적인 보강공사에 따른 언론노출을 줄이기 위한 편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금강담당자는 17일 오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빠르면 이번 주 정도에 공주보 세굴에 의한 보강공사를 할 것"이라며 "수중 하이파 방식의 공사 기법도 검증된 방법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3개의 보의 보호공 유지관리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무총리실 조사위에선 구조물 안전에는 이상이 없으며 세굴도 정상적인 것으로 안전진단은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단지 보의 누수 문제에 대해서 정밀하게 추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해서 이번에 상태조사 용역을 착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태그:#공주보,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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