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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이 연일 길거리에 뿌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에서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등 세금 정책을 규탄하는 전단이 뿌려지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전단을 주워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전단이 연일 길거리에 뿌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빌딩에서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등 세금 정책을 규탄하는 전단이 뿌려지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전단을 주워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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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독재 정권 때나 봤던 '유인물'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홍익대학교 앞을 시작으로 서울과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에서 '박근혜 정권 비판 전단'이 발견됐다. 높은 빌딩에서 무작위로 전단을 살포하는 이들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경찰 강력계가 신원 파악에 나섰지만 이들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알려진 바 없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한 회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자행된 온갖 비정상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던지고 싶었다"라며 위험(?)을 무릅쓰고 전단 살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비정상'의 예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종북몰이',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 등을 꼽았다.

이들은 SNS와 집회에서 만나 느슨하게 연대하고 있다. 이 회원은 신원을 밝히지 않고 전단을 살포하는 이유에 대해 "시절이 하수상하니, 전단 몇 장을 복사해서 뿌리는 것도 걱정이 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정권이 과거 권위주의로 회귀하니 80년대식으로 저항하는 풍자의 일종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판 전단에 대한 경찰이 과잉수사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회원은 지난해 12월 마포경찰서 강력계가 홍익대학교 근처에 뿌려진 전단 수사를 맡은 일을 예로 들며 "살인범을 쫓아야 할 강력계 형사가 비판 전단을 수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음이 났다"라며 "이러는 사이 강력범들을 놓치게 될까 슬프다"고 꼬집었다.

그와 나눈 서면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왜 비밀리에 전단을 살포하는가?
"수만 명이 모여 집회를 해도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짧더라도 선명한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고 싶었다. 정권이 과거 권위주의로 회귀하니 80년대식으로 저항하는 풍자의 일종이기도 하다. 예전처럼 옥상에서 전단지를 뿌리면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 시민들은 이런 소식에 목말랐던 것 같다."

- 지금까지 부산, 서울, 신촌 등에서 유인물이 발견됐는데, 주체가 다 다른가?
"지난해 12월 서울 홍대입구역과 지난 2월 청와대, 신촌, 명동, 강남 등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적힌 전단 살포에만 참여했다. '홍대 전단'이 크게 보도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전단을 뿌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우리는 집회나 SNS에서 만난 사람들... 조직적이지 않다"

-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 건가?
"하나의 단체에 소속된 게 아니다. 그리 조직적이지 않다. 그냥 집회나 SNS를 통해 알게 된 사이다. 사무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짜깁기해서 전단을 제작하고, 복사하고, 배포한다."

- '국정원 대선개입'을 주로 문제제기 하는 것 같다.
"지난 2월 전단을 제작할 때 그 부분을 알리고 싶었다. 그 때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정치관여죄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직후였다. 지난 2년간 줄기차게 제기했던 부정선거를 법원에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본다."

- 현재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는가?
"당연히 그렇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주도면밀하게 개입해 여론을 선동했다. 1인1표의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위협받은 게 아닌가? 초원복집 사건(1992년 정부 기관장들이 '초원복집'이라는 음식점에 모여 제14대 대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사건-기자말) 이상이다.

비판세력에 대한 재갈물리기도 압권이다. 지난해 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은 대선 때 자신을 망신준 이정희 대표에 대한 보복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라 통일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미국으로 추방되고, 황선씨도 잡혀가는 걸 보면서 없는 죄도 만들어내겠구나 싶더라. 아찔하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의 민주화도 대폭 후퇴되었다고 본다. 18대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는 당선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을 내놓았지만, 대체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치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도 문제지만, 실제로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경제문제, 서민정책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공약 이행률을 살펴봐라. 절망적인 수준이다. 거짓말하고 대통령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을 믿고 국민들이 뽑아줬는데, 다 속인 거다."

"강력계가 전단 수사, 웃음 나와... 나라꼴이 슬프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회관 빌딩 옥상에서 2월 28일 '박근혜 정권 취임 2년 민생파탄 민주파괴 평화위협 박근혜 정권 규탄 범국민회대회'를 알리는 내용의 전단 수천 장이 살포됐다.
▲ 박근혜 규탄 전단 '모이자 2월 28일'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회관 빌딩 옥상에서 2월 28일 '박근혜 정권 취임 2년 민생파탄 민주파괴 평화위협 박근혜 정권 규탄 범국민회대회'를 알리는 내용의 전단 수천 장이 살포됐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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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 '건조물 침입' '쓰레기 무단투기'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전단지 몇 천 장 뿌린 것이 쓰레기 무단 투기? 종량제 봉투값 아끼려고 누구 몰래 버린 게 아니다. 공적인 목적이 크기 때문에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정권 눈치를 보는 경찰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건조물 침입 역시 해당 없다. (지금까지 살포한 장소는) 모두 외부인에게 열린 곳이다.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 경찰이 신원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아마 경찰들은 자신의 관할 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을 거다. 윗사람들 눈치 보느라 혐의 적용도 어려운 일을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대 앞에 전단이 돌고난 후 마포서 강력계가 이 사건을 담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음이 났다. 강력계는 살인범 잡는 분들이 아니신가? 이렇게 공권력이 낭비되는 사이에 강력범들을 몇 명이나 놓치게 될지. 웃다보면 슬프다. 나라꼴이."

- 앞으로의 계획?
"따로 없다. 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전단 살포는 저항운동의 핵심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조직된 시민이 행동해야 한다. 다만 꼭 전달될 메시지가 있을 때 여론의 촉매제가 될 수는 있다."

-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난달 뿌린 전단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쓴 뒤 2월 28일 저항집회에 함께 하자고 했는데, 이것이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이었다. 분노하고 행동하자."

-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기자회견 등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성향에 비춰보면 충심어린 비판을 해도 이해를 못할 것 같다. 대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정말 우리와 사고방식이 다르거나, 지적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본다."


태그:#전단, #민주주의를염원하는시민들,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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