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다이노스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불펜의 핵심 원종현과 임창민이 질병과 부상으로 중도 이탈했다.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김경문 감독은 재빨리 대안을 찾아냈다. 좌·우 파이어볼러인 노성호와 이민호였다.

실제로 노성호와 이민호는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나란히 1이닝씩 소화하며 불펜투수로 시험무대를 가졌다. 투구 내용은 노성호(2탈삼진 퍼펙트)와 이민호(2피안타 1볼넷 1실점)의 희비가 엇갈렸다.

문제는 노성호와 이민호가 캠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선발 후보군이었다는 점이다. 차세대 선발 투수로 육성하던 선수 두 명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면서, NC의 선발진은 노장 선수들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이는 올 시즌 재기를 노리는 박명환도 예외가 아니다.

KBO리그를 대표하던 파워피처, LG 이적 후 부진의 늪으로

NC 박명환의 힘찬 투구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 경기. 1회말 NC 선발 박명환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NC 박명환의 힘찬 투구 지난 2014년 10월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 경기. 1회말 NC 선발 박명환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충암고 3학년 시절이던 1995년 봉황대기, 홀로 6승을 달성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박명환은 KBO리그 고졸신인 몸값 3억 원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당시만 해도 특급 선수들은 대학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고졸 선수가 억대의 몸값을 받고 프로에 직행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OB베어스의 김인식 감독은 박명환을 선발 투수로 집중 조련했다. 데뷔 시즌부터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한 박명환은 3년 차 시즌이던 1998년 14승(5위)11패 평균자책점 3.22 181탈삼진(2위)을 기록하며 베어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1999년과 2000년, 부상으로 고전한 박명환은 2001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8승 7세이브를 거뒀고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박명환은 김경문 감독 부임 첫 해였던 2004년에도 평균자책점(2.50)과 탈삼진(162개)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배영수(당시 삼성 라이온즈), 손민한(당시 롯데 자이언츠)과와 함께 KBO리그 '우완 트로이카'로 명성을 날렸다.

2006 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얻은 박명환은 두산의 라이벌 LG 트윈스와 4년 40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팀을 이적했다. 박명환은 이적 첫 해 10승 6패 3.19를 기록하며 2006년 최하위였던 LG를 5위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박명환의 FA성공스토리는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2008년부터 어깨 부상에 시달린 박명환은 이후 3년 동안 도합 115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결국 입단 첫 해 LG의 새 에이스로 대접받았던 박명환은 홍현우, 진필중, 마해영으로 이어지는 LG의 FA영입 잔혹사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박명환은 2011년 연봉 90%가 삭감된 5000만 원에 LG와 재계약했다.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KBO리그 역대 최고 삭감률이자 삭감액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연봉 삭감의 수모를 견디면서까지 재기를 노리던 박명환은 2년 동안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2012 시즌 종료 후 LG에서 방출됐다.

NC에서 새 출발한 왕년의 파워피처, 첫 번째 테스트 합격

5년 동안 1군 무대에서 보여준 것이 거의 없는 박명환은 현역 은퇴 대신 재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LG의 투수코치였던 최원호(SBS스포츠 해설위원)가 개설한 피칭연구소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박명환은 지난 2013년 9월, 각 구단의 스카우트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테스트에 참여했다. 그리고 박명환의 전성기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NC의 김경문 감독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NC는 이미 손민한이라는 노장 투수를 재기시킨 팀으로, 박명환이 부활을 노리기에 매우 적합한 팀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박명환은 시즌 중반 4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았지만, 5경기에서 2패 7.20의 평균자책점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며 실전 공백을 실감했다. 결국 박명환은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NC는 올 시즌부터 외국인 쿼터 확대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선발난에 시달렸다. 이에 박명환은 올 시즌 선발 투수 후보군으로 떠올랐지만 복귀 시즌에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박명환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박명환은 시범경기가 개막한 시점까지도 당당히 NC의 유력한 선발 후보군으로 남아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구위를 선보인 박명환은 시범경기 첫 테스트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8일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 두 번째 경기에서 NC의 2번째 투수로 등판한 박명환은 3이닝을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빠른 공의 구속은 시속 139km에 불과했지만 주무기 슬라이더를 비롯해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안정적으로 던졌다. 올해로 39세가 된 박명환은 전성기 시절처럼 강속구와 고속 슬라이더만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파워피처'가 될 수는 없다.

물론 한 경기의 호투만으로 박명환이 선발진 합류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력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투수진의 재배치 속에서 박명환의 믿음직한 투구는 김경문 감독의 근심을 덜어주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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