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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3월 15일 오후 '한미FTA 발효 축하 국민축제 한마당'이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열린 가운데 '한미FTA로 미국시장을 점령하라' '한미FTA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 등 환영 구호가 적힌 수십개의 현수막을 참가자들이 들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15일 오후 '한미FTA 발효 축하 국민축제 한마당'이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주최로 열린 가운데 '한미FTA로 미국시장을 점령하라' '한미FTA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 등 환영 구호가 적힌 수십개의 현수막을 참가자들이 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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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의) 수출은 늘었지만, 과연 우리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는지는 의문이 들지요. 대신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있는 각종 법과 제도는 척척 바뀌고 있어요."

송기호 변호사의 말이다. 송 변호사는 9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미국의 반덤핑 무역장벽은 여전하다"면서 "반면 미국은 (한미FTA를 통해) 의약품이나 대형마트 규제 등 우리의 제도를 미국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미FTA발효 3년 평가 토론회에 참석해, "아직 (FTA의) 경제적 효과를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의 법과 제도는 미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FTA는 2012년 3월 15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국제법 전문 변호사인 그는 그동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정부의 무분별한 FTA 추진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특히 미국 중심의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FTA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송 변호사는 "지난 2013년과 작년에 한국산 세탁기와 철강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했다"면서 "미국이 WTO 규정을 어기면서 우리나라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물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미FTA로 미국 반덤핑 규제 없을 것이라더니..."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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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미국의 이같은 덤핑 판정은 불법"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한미FTA를 홍보하면서 미국의 이같은 반덤핑 방식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한미FTA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무역에서 반덤핑 장벽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는 한미FTA에 따라 각종 국내법과 시행령 등을 대거 손질하고 있다. 박주선 의원실에 따르면 한미FTA로 한국이 이미 바꿨거나 앞으로 변경해야 할 법 조항은 모두 32개 조항에 달한다. 여기에 시행령 16조항, 시행규칙 18개, 고시 9개까지 바꾸게되면 모두 75개의 국내법과 시행령 등이 바뀐다.

송 변호사는 "오는 15일부터는 뉴스와 홈쇼핑을 뺀 나머지 방송채널 사업이 미국에 100% 개방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케이블방송사가 국내 음악채널이나 게임, 요리, 만화 등 각종 문화 콘텐츠 방송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그는 "대형 마트의 휴일영업 규제가 한-EU FTA위반이라는 이유로 폐지됐는데, 같은 조항이 한미FTA에도 들어 있다"면서 "저탄소차를 위한 지원금이나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 등도 (한미FTA 때문에) 좌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FTA 이행사항 아닌데, 국회가 알아서 미국기업에 맞게 법 바꿔"

송 변호사 말대로 한미FTA로 인한 국내법 등 제도변경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의약품의 허가와 특허 관련된 부문에선 한미FTA 이행조항에도 없는 부분까지 법 개정에 반영됐다.

남희섭 변리사는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에 바이오 의약품도 향후 허가-특허 연계제도 포함됐다"면서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당초 한미FTA 이행조항에 없는 품목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3월 13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13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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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의 의약품 허가-특혜 연계제도는 그동안 약값 폭등의 주범으로 꼽혀온 조항이다. 의약품의 특허권을 가진 사람이 이미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문제가 없어 판매가 허가되거나 허가될 제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해당 약품의 허가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제도다. 이는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만 적용되는 특수한 경우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 정책위원장도 "바이오의약품의 허가-특허 연계는 한미FTA 내용도 아님에도 정부가 포함 시킨 데는 미국대사관의 압력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 2월 리퍼트 주한미대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보낸 서한을 근거로 제시했다.

리퍼트 대사는 당시 서한에서 "한미FTA 협정의 특허-연계 조항 이행이 생물학제재를 포함해 모든 의약품을 포괄하고 있으며, 이는 협정에서 강제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적었다.

우 정책위원장은 "미국 정부는 미 대사관을 통해 자국 기업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국내 의약품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FTA를 통해 정부는 의료분야뿐 아니라 사회서비스 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민영화, 상업화 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한미FTA,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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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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