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엡립 교도소의 여성수감자와 아동의 모습
 시엡립 교도소의 여성수감자와 아동의 모습
ⓒ LICADHO

관련사진보기


캄보디아는 여성 수감자의 아이들을 어머니와 함께 감옥에서 생활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생애 초기, 영·유아기에 제한된 공간인 교도소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감옥에서 벗어나서도 그곳에서의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범죄자가 아님에도 교도소에 수감되어 수감자와 같은 환경에서, 수감자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수감자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만으로 이곳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유아기가 일반적인 유아의 성장기와 다를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어머니와 함께 있다는 점에서 모성애를 느끼며 성장할 수 있다고도 주장하지만, 지속적인 수용생활은 생애 초기에 함양되는 사회성과 직접 경험능력 등을 지체되게 만들고, 학습 능력과 집중력 등 발달 상태의 부진을 야기한다. 제한된 공간이라는 취약점 이외에도 기본적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혜택 역시 받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교육이나 평범한 가족생활, 영양가 있는 식단과 의료 진료'라는 사항은 여성 수감자와 함께 감옥에 수감된 아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오히려 감옥에서 생활하는 많은 아이들은 제대로 짜인 식단을 공급받지 못하고 적정량의 음식을 보급받지 못해서 배고픔을 호소한다.

2005년 교도소에서 태어난 '소쿤'의 이야기

캄보디아 인권단체인 리카도(LICADHO)는 아동인권단체인 인디고(INDIGO)와 함께 2013년 7월부터 사례조사를 실시했다. 매주 교도소를 방문하여 여성 수감자와 아동을 인터뷰했으며 사례조사를 위해 아동이 교도소에서 벗어나 케어센터로 들어간 이후에도 아동의 변화상을 계속 확인했다. 그 결과, 교도소에서 생활한 아동이 인권침해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3년 리카도는 '소쿤(Sokun, 가명)'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소쿤의 어머니는 2005년 1월,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당시 그녀는 소쿤을 임신한 상태(임신 7개월)였고, 6살 난 아들을 두고 있었다. 소쿤의 형은 다른 지역에 있는 친척에게 보내진 후 연락이 두절됐으며, 소쿤은 교도소에서 태어난 후 6년 10개월 동안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다. 소쿤이 그 사이 교도소 밖을 나간 것은 단 두 차례, 모두 병 치료를 위해서였다.

소쿤이 머문 CC2(Correctional Center 2)는 캄보디아에서 유일하게 청소년범과 여성수감자만 수감하는 교도소이다. 프놈펜 외곽에 위치한 CC2에는 리카도가 사례조사를 할 당시 814명이 수감되어 있었다. 적정인원이 300명임을 고려하면 수용인원수 밀도가 매우 높은 상태였고, 비위생적이었으며 통풍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등 환경이 열악했다.

2008년에서 2012년 1월 사이에는 임신부 수감자와 아이들을 별도의 공간에서 머물게 했다. 그러나 진료센터라는 공간에서 13명의 아이들과 13명의 어머니, 임신 6개월 된 여성이 생활했는데, 이곳은 환자 수감자들도 함께 생활해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그런 환경에서 두 명의 아동은 결핵에 걸려 NGO가 지원하는 치료를 받았다.

소쿤은 NGO 후원으로 교도소 내에 지은 데이케어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곳에서 지급되는 음식으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고 장난감 등을 가지고 놀 수도 있었다. 그러나 주말처럼 데이케어센터가 문을 닫는 날이면 수감자로 채워진 감방에서만 머물러야 했고 오전 3시간, 오후 2시간 정도만 감방 밖으로 출입이 허용되었다.

소쿤이 수감되었던 CC2 교도소 입구
 소쿤이 수감되었던 CC2 교도소 입구
ⓒ 이주영

관련사진보기


공격적 태도 강하고 규율에 부적응... 공감능력 보인 것은 다행

아동인권단체 인디고에 따르면, 소쿤에게 과거와 현재가 담긴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더니 과거 속의 얼굴에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아기를 그리고, 현재 모습에는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을 그렸다. 또한 소쿤은 과거에 대해 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어렵사리 지난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감옥이라는 말 대신 '우리(the cage)'라고 언급했다.

조사자는 이런 행동과 표현이 감옥에서 생활한 이 아동의 광장공포증(Agoraphobia) 증상을 반증하는 것이라 해석했다. 자유롭게 출입을 할 수 없는 공간에서 거의 전 생애를 보낸 아동은 감금상태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이 아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리카도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쿤은 감방 안에서 본 충격적인 현장에 대한 기억 때문에 아직도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소쿤의 어머니는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수감자의 시체를 끌어내기 위해 줄을 끊었는데, 이 상황을 곁에 있던 소쿤이 목격한 것이다. 끔찍한 상황을 겪은 기억은 영구적인 정신적 외상을 남긴다. 소쿤이 있는 보호시설의 담당자는 소쿤이 이 사건에 대해 트라우마 증세를 보인다고 말한다. 그들은 소쿤을 계속 지켜보면서 이 증상이 더 악화되는지, 혹은 다른 공포증과 연결되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2012년 교도소에서 나온 소쿤은 이후 프놈펜에 있는 국립초등학교에 다니게 됐다. 유아교육 수준의 수업을 거쳐 정규수업에 참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규율을 지키는 것에 심한 부적응 상태를 보였다. 친구들의 물건을 훔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비사회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담당교사는 평가했다.

또한 소쿤은 케어센터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에게 음식을 훔쳐오라고 강압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교도소를 나온 후에도 "감방에서 허기를 느꼈던 일과 음식을 먹지 못할까봐 걱정했던 일"을 토로했다. 먹을 것에 대한 걱정과 배고픔에 대한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감옥 밖으로 나온 후에도 소쿤을 괴롭히는 것이다. 도둑질이 나쁜 행동임을 자각함에도 이런 비행을 취하는 것은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음식 때문에 싸우는 것을 목격했고 여전히 각인된 당시의 일들, 즉 가장 먼저 충족되어야 하는 생리적 욕구가 쉽사리 채워지지 않았던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쿤은 폭력적인 행동을 일반적인 또래 아이들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냈는데, 이는 욕설을 한다거나 물리적인 완력을 사용하여 다른 아이들에게 행사하는 것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조사자는 소쿤의 행동이 폭력적인 상황이 만연한 교도소에서의 성장배경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그것은 당시 교도소에 있었던 수감자가 소쿤에게 폭력적으로 대응한 것에 대한 일종의 자기보호 행동으로 해석했다.

한편, 다행히도 소쿤은 어머니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며 어머니를 많이 그리워한다고 한다. 어머니와 함께 생활한 생애 초기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또 아파하는 친구나 화가 난 친구에게 다가가 사려 깊은 행동을 취하기도 하는 등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이 있고, 상대방을 믿고 관계를 형성하려는 모습도 보인 적이 있다고 조사됐다.

소쿤이 수감되었던 CC2 교도소 입구
 소쿤이 수감되었던 CC2 교도소 입구
ⓒ 이주영

관련사진보기


기본적 지원 강화해 교도소 생활로 위협받는 아동 없애야 

생애 초기에 모성으로부터 애정을 느끼고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인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에서 캄보디아의 인권단체는 규정 없이 오랫동안 수감자의 자녀를 교도소에 방치한 사례들을 예로 들며 만 3살이 되는 시점(모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시점)까지 체류기간을 한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아동의 권리를 최대한 고려하여 일률적인 법 적용보다는 선택적으로 모자의 분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2011년 12월 교도소에 어머니와 함께 체류하는 아동의 연령을 6세에서 3세로 낮추는 법안이 도입된 후 2012년 소쿤은 교도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당시 소쿤의 나이는 이미 만 7세에 가까웠다.

2014년 2월 리카도는 교도소에서 생활한 아동의 인권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리고 그 달 말, 캄보디아 법무부는 아동과 함께 수감된 여성 수감자를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즈음하여 풀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훈센 총리는 발표문을 통해 '더 이상 아동들이 교도소에서 성장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카도의 보고서를 언급하며 '교도소의 아동과 여성의 환경을 개선하고 권익을 신장하기 위해 세계 여성의 날에 즈음하여 이들을 석방하겠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법무부는 실제로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재소자 22명을 석방했고 그중에는 아이를 둔 여성 수감자와 임신한 수감자가 포함됐다. 그러나 표면적인 해결책을 시도하기에 앞서 법의 실질적인 시행과 교도소의 환경개선, 의료 및 영양상태 등 기본적인 지원 등을 강화해 교도소에서의 생활로 위협받는 아동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태그:#아동인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