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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 7일 이틀간 일본 아이치 현 나고야 시에 다녀왔습니다.

나고야는 도요타 자동차와 노리다케 도자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나고야 시내 지쿠사(千種) 가까이의 이마이케(今池)에 있는 대만 라면집(味仙)이 유명하다고 해서 밤늦게 찾아갔습니다. 밤 아홉시 반이 지났는데도 대만라면 집 앞에 선 줄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나고야 대만 라면집에서 맛 본 대만라면(사진 왼쪽)과 사천라면입니다. 이 식당은 중국 땅이름을 사용하여 중국 먹거리를 만들었지만 모두 나고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나고야 대만 라면집에서 맛 본 대만라면(사진 왼쪽)과 사천라면입니다. 이 식당은 중국 땅이름을 사용하여 중국 먹거리를 만들었지만 모두 나고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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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식당 주인에게 왜 이 집 대만 라면이 유명하냐고 물었습니다. 주인은 거듭해서 손님이 찾아주신 덕분이라고 하면서 한사코 말을 아꼈습니다. 자리에 앉자 마다 대만라면과 사천라면, 볶음밥 따위를 시켰습니다.

대만라면이 나와 얼른 젓가락을 면을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와! 일본에 산 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맛보는 매운 맛이었습니다. 일본에도 이렇게 매운 라면이 있고, 이것을 먹기 위해서 줄을 선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습니다.

면 맛을 느끼기도 전에 라면의 매운 맛에 놀랐습니다. 라면은 빨간 간장 국물을 기본으로 으깬 돼지고기와 부추, 숙주나물 따위가 들어 있었습니다. 라면은 쫄깃한 맛이었고, 간 돼지고기는 구수했습니다. 매운 라면 맛 덕분에 돼지고기 냄새는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라면집 앞에 줄을 선 모습과 식당 주방 안입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라면집 앞에 줄을 선 모습과 식당 주방 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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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고야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매운 라면을 먹는 것일까요? 나고야는 고온다습한 일본 날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곳입니다. '고온다습'은 찌는 듯한 무더위를 말합니다. 아이치 현 나고야 시는 남쪽으로 이세만이 있고, 북서쪽으로 이브키야마 산을 비롯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남서태평양 기단의 영향으로 고온 다습한 바람의 영향을 받아서 찌는 듯이 덥습니다. 그리고 태평양 기단은 아이치 현 북쪽 산악지역에 많은 비를 내립니다. 나고야 시 주변에는 이세만으로 흘러드는 여러 강이 있습니다. 이 강들 역시 아이치 현 나고야지 주변의 기후와 풍토를 말해줍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대륙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동해 쪽에 많은 눈을 내리고, 이브키야마 산들을 지나면서 건조한 바람으로 바뀝니다. 때문에 아이치 현의 겨울날씨는 건조하고 춥습니다.

예로부터 고온다습해 비가 많아 음 기운이 센 곳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많이 먹고,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풍토의 음 기운을 고추의 매운 맛으로 이겨낸다는 음양 조화의 생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곳으로 중국 사천요리를 들 수 있습니다. 이제야 나고야의 매운 라면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고야 역 안과 시내 호리카와 강입니다. 나고야 시는 이세만 안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바다로 흘러드는 강이 많습니다.
 나고야 역 안과 시내 호리카와 강입니다. 나고야 시는 이세만 안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바다로 흘러드는 강이 많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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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자동차와 노리다케 도자기의 고향 나고야

나고야 시는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에 이어서 일본에서 네 번째로 사람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인구는 대략 228만 명 정도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이유는 오래 전부터 이곳이 살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도요타 자동차, 노리다케 도자기 등 산업시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고야 시 남동쪽 도요타 시는 도요타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진 곳입니다. 지금도 도요타시에는 도요타 자동차 본사가 있고, 일본 국내외를 포함하여 한해 매상고가 20조 엔을 넘습니다. 일본에서 도요타 자동차는 매상고가 가장 많은 기업입니다. 지금은 도요타시이지만 원래 이곳은 고로모시(挙母市)였습니다. 도요타 본사가 생기면서 1959년 도요타 자동차회사를 따라서 도요타시가 되었습니다.

원래 도요타자동차는 자동 베틀 공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도요타 집안의 도요타 사치키(豊田佐吉生誕, 1867.3- 1930.10)가 1869년부터 자동 베틀을 만들기 시작하여 1926년 도요타자동직기제작소(豊田自動織機製作所)를 세웠습니다. 이후 여러 가지 베틀을 새롭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후 1933년 방직기 회사의 한 부서로서 자동차부를 설치했습니다. 이것이 도요타 자동차의 시작입니다. 이후 72년이 지난 지금, 도요타 자동차는 일본에서 가장 큰 기업이 되었습니다. 자동차 생산 대수는 미국 제너럴 모터스에 이어서 두 번째로 3천만 대를 넘었다고 합니다.

노리다케 도자기 회사는 처음 1904년 지금의 나고야 시 서구 노리다케(則武)에 본사와 공장을 두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이름은 일본도기합명회사(日本陶器合名会社)이었습니다. 손으로 그림을 그려 섬세하게 만든 서양식 도자기가 미국이나 영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급성장했습니다. 전쟁 이후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도자기보다는 공업용 숫돌이나 환경 공업 기술 회사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다른 곳과 달리 나고야 시는 길이 넓어서 시원스럽고, 도시 고가 고속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일본 자동차 산업의 발상지로서 자동차를 위한 도시 이미지를 나타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나고야는 도쿄와 오사카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팔리고 만들어지는 동안 도시의 품격은 경제구도와 맞물려 유지될 것처럼 보입니다. 

      나고야 시내 한 도요타 자동차 판매장에서 자동차 판매 수를 알리는 간판과 노리다케 도자기 가게에 전시된 상품입니다.
 나고야 시내 한 도요타 자동차 판매장에서 자동차 판매 수를 알리는 간판과 노리다케 도자기 가게에 전시된 상품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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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리집> 도요타자동직기(豊田自動織機),http://www.toyota-shokki.co.jp/ , 나고야관광정보, http://www.nagoya-info.jp/, 나고야 시, http://www.city.nagoya.jp/, 노리다케(주), http://www.noritake.co.jp/ 2015.3.9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나고야, #도요타자동차, #대만라면, #노리다케 도자기, #味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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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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