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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종고초 46회 졸업식에이승철 교장선생님이 김수진 학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키가 작은 수진학생의 꿈은 간호사다.
 여수종고초 46회 졸업식에이승철 교장선생님이 김수진 학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키가 작은 수진학생의 꿈은 간호사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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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이보다 내 아이의 성적이 올랐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과감하게 버리십시오!"

순간 강당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집니다. 박수를 친 이들은 부모님이 아닌 졸업생과 재학생뿐입니다. 교장선생님의 회고사중 '아이들을 살리는 7가지 약속'을 학부모님께 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말씀이 이어집니다.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외칩니다. 부모님 우리를 믿어주세요. 우리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한송이 꽃으로 피어날 거예요."

교장선생님 말씀에 아이들만 '환호'

여수 종고초 이승철 교장선생님(왼쪽 3번째)을 비롯 동문들이 46회 졸업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여수 종고초 이승철 교장선생님(왼쪽 3번째)을 비롯 동문들이 46회 졸업생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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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우~아"하는 함성이 강당에 또 울려 퍼집니다. 아이들은 환호하고 부모님은 그저 웃기만 합니다. 부모님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17일 20명이 졸업을 맞는 여수종고초등학교 졸업식 풍경입니다. 봄이 옵니다. 여수오동도가 보이는 남해바다 저만치에서. 오늘은 마래산 기슭에 자리 잡은 여수종고초가 북적입니다.

교문 앞에 꽃다발을 파는 아저씨는 "여기는 학교가 작아 꽃을 팔러오는 사람들이 없어 해마다 내가 온다"면서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전교생에게 꽃을 팔아봤자 20개여 개 남짓. 담뱃값이 나올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꽃을 파는 꽃 장수가 없다면 졸업식장을 찾는 아이들의 마음은 더 썰렁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여수시내 중심에 있는 작은 학교입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원도심 공동화로 텅 빈 외진 시내가 되어버린 덕충동. 졸업생수를 보면 마치 시골학교 같습니다. 이날은 재학생과 학부모님들이 강당을 꽉 채웠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졸업식 풍경을 들여다 볼까요. 교장선생님이 졸업생들에게 손수 졸업장을 건네며 어깨를 다독입니다. 졸업생 모두가 졸업소감을 발표합니다. 모두가 상을 탔습니다. 상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학력상, 과학상, 정보상, 예능상, 발표상, 독서상, 봉사상, 책임상, 정직상, 효경상, 공로상까지. 아이들의 두손에 선물도 한아름 안겨졌습니다 . 이어 김한울. 김동휘 재학생 대표의 송사가 이어집니다.

"마라산의 정기가 깃든 누나, 형들이 지냈던 이곳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들의 힘찬 박수속에 누나, 형들을 보냅니다.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 자랑스러운 여수종고인임을 길이길이 빛내십시오!"

"선생님 잊지 않을게요"

디자이너가 꿈인 김가을 학생이 졸업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꿈인 김가을 학생이 졸업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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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모두 송사에 답하는 '졸업소감'을 발표합니다. 몇몇 수상소감을 옮깁니다.

"후배들아 이제 학교를 떠난다. 너희들이 우리학교를 더 빛내주면 좋겠어. 그리고 예쁜 이인화 선생님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사랑합니다."(박수빈)

"선생님 저희가 벌써 졸업을 하네요. 이 학교를 떠난다니 조금 아쉬워요. 선생님 항상 말썽을 피워 죄송해요. 친구들아 중학교 가서도 친하게 지내자(심진혁)

"제가 이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져요. 선생님 우리학교를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주어 감사해요. 어른이 되어도 종고초등학교를 잊지 않을 것 같아요. (전유찬)

"얘들아! 어딜가든 행복해야 해"

효경상을 받은 심진혁, 노승수 학생이 이인화 담임 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효경상을 받은 심진혁, 노승수 학생이 이인화 담임 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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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을 보내는 스승의 마음도 애처롭습니다. 애들을 보내는 심정을 묻자 이인화 담임선생님은 "자꾸 눈물이 나려는데 참고 있다"면서 "제자들이 학교생활 잘할 거라 믿는다, 어디를 가든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며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아들이 다니던 종고초등학교는 2012년 말 전교생이 43명이었습니다. 유치원생은 6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200명으로 수직 상승해 9학급으로 늘었습니다. 유치원생도 58명으로 교육부 인가를 받았습니다. 신규아파트의 입주로 그야말로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학교는 급식실이 노후 되었습니다. 요즘 웬만한 시골에도 있는 실내체육관도 없습니다. 그래서 교내행사가 있는 날 비가 오면 운동장에서 비를 맞으며 행사를 하기 일쑵니다. 비록 내 아이는 졸업을 했지만 어서 빨리 실내체육관과 급식실이 지어져 많은 아이들이 그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저는 아들, 딸 3명이 졸업해 남들보다 두 배로 분주합니다.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모두 서먹서먹해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요.

"애들아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너무 서운해 마라. 정든 학교교정을 떠나는 순간 더 큰 세상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날 졸업식 때 부른 아이들의 노래가 지금도 떠오릅니다. 바로 ' 청개구리'입니다. 그 노랠  다시금 흥얼거려 봅니다.

아이들은 교실에 추억을 남기고 학교를 떠났다. 선생님! 언젠가 사랑을 싣고 그리워서 찾아갈 땐 그때처럼 늘 안아줘요
 아이들은 교실에 추억을 남기고 학교를 떠났다. 선생님! 언젠가 사랑을 싣고 그리워서 찾아갈 땐 그때처럼 늘 안아줘요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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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참 좋은 날이면 창가에 기대앉아(으음)
교실에 남겨둔 추억을 되짚곤 해
수업중 과잘먹고(으음) 몰래 컨닝도 하던
그때 그 시절 너무 그리워져

랄랄라라 라라라
사랑하는 나의 선생님(으음)
랄랄라라 라라라
우리가 때론 미웠었죠.
언제가 사랑을 싣고 그리워서 찾아갈 땐
그때처럼 늘 안아줘요(이하 생략)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졸업식 , #여수종고초, #청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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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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