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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청춘' '폼생폼사' '캔디' '뿌요뿌요' '인형의 기사 part2' '말해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이젠 안녕' 등.

지금 대학로에 가면 2시간 동안 이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창작 연극 <유도소년> 무대다. 이곳에서는 노래 감상은 덤이고, 노래를 듣는 것만큼이나 기분 좋아지는 연극을 만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노래들을 보면서, 무한도전 '토토가' 열풍에 기대어 나온 공연이라고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노래와 그 시절의 문화를 현재로 끌어낸 것은 <유도소년>이 먼저다. 2014년 4월 초연한 <유도소년>은 창작 연극임에도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대학로의 유명 연극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15년, 초연 때 출연한 배우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배우들까지 더해 다시 돌아왔다.

연극 <유도소년> 포스터.
 연극 <유도소년> 포스터.
ⓒ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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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복싱, 청춘, 그리고 첫사랑

전북체고에 다니는 유도선수 박경찬은 한때 도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했을 만큼 주목받는 선수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슬럼프에 빠지며 시합에서는 지고, 매일 코치에게 혼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엉뚱한 후배 요셉, 태구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교장 선생님의 특명을 받고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에 들어간다.

대회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야만 하는 경찬 앞에 나타난 배드민턴 선수 화영, 그로 인해 첫사랑을 경험하는 경찬, 화영에게 고백도 못하면서 주변을 맴도는 복싱 국가대표 민욱이 만들어내는 풋풋한 삼각 멜로에 방황하는 청춘들이 성장하는 모습까지를 쉴 틈 없이 웃게 하는 스토리로 풀어낸다.

그 배경이 1990년대다 보니,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그 시절의 노래들과 '삐삐', '마이마이', 당대의 베스트셀러 시집 등으로 추억에 빠져드는 향수는 덤으로 느낄 수 있다. 거기다 구수하고 친근한 사투리와 유도, 배드민턴 상식, 미국에서 살다 온 후배의 어눌하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한국말 유머 코드가 더해져 웃느라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렇게 웃게 해서 작은 소극장이 주는 객석의 불편함을 잊게 할 목적은 아니었는지 상상할 만큼, 웃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운동선수들의 이야기인 만큼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진짜 유도, 권투, 배드민턴을 선보인다. 그래서 무대의 한가운데는 유도장 매트로 꾸며져 있다. 무대 전환은 몇 개의 의자들을 놓았다 뺐다 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크고, 멋지고 화려한 수많은 공연에 비하면 극히 초라한 무대이며 특수효과도 없다. 하지만 그런 것들로 채우지 못한 빈 공간은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로 채운다.

창작 연극이 전하는 해피 바이러스

사투리 연기에 운동까지 섭렵해야 하는 주인공들의 수고로움은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외 매 상황마다 다른 모습으로 출연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코치다. <유도소년> 속 코치는 흔히 말하는 멀티 역할이다. 경찬이의 유도 코치와 민욱이의 복싱 코치를 포함해 1인 5역을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한다.

계속해서 바뀌는 역할 때문에 연기하는 배우는 힘들겠지만, 사실 관객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를 찾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만큼 내공이 탄탄한 배우들이 이런 역할을 맞는 경우가 많다. 노련한 연기로 예상치 못한 반전 웃음까지 주며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한 걸 보면 13일 공연한 우상욱 배우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 듯하다(알고 보니 그는 최근 몇몇 드라마에서도 얼굴을 비추었다).

연극 <유도소년> 출연진.
 연극 <유도소년> 출연진.
ⓒ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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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웃느라 정신없는 그 시간을 위해 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는 공연이 끝날 때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박수로 증명되지 않았을까 싶다. 13일에 객석과 무대를 가득 메운 박수는 능히 그것을 짐작케 했다. 그리고 그 박수가 고전극이나 외국 원작 공연이 아닌 창작 연극에 보내는 것이어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사는 게 힘들다고만 느껴진다면, 위로가 필요하다면, 혹은 조금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을 찾고 있다면, 사실 조금 소년스럽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소년이라 우기는 <유도소년>을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 대면한 지 채 2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이미 그가 퍼트리는 해피 바이러스에 전염될 수 있을 테니까.


태그:#연극 유도소년, #유도소년, #공연배달서비스간다, #대학로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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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공연을 좋아하는, 아직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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