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놓치지 않겠다!' 17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호주 경기. 골키퍼 김진현이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 김진현 '놓치지 않겠다!' 17일 호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 대 호주 경기. 골키퍼 김진현이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김진현은 지난 2015 호주 AFC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호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 중 1명이었다. 5경기에서 주전으로 선발출장하며 단 2골만 내준 김진현의 신들린 선방은 한국축구가 27년 만에 결승무대를 밟는 데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그동안 대표팀에서는 꾸준한 승선에도 불구하고 줄곧 넘버 3·4위 백업 키퍼에 불과했던 김진현이었다. 그는 이번 아시안컵을 통하여 메이저대회에서 첫 주전으로 발돋움하는 기쁨도 누렸다. 비록 대회 최고 골키퍼는 매튜 라이언(호주)에게 내줘야했지만, 김진현 역시 아시아 최정상급 골키퍼로 손색없는 활약을 증명했다.

김진현은 아시안컵이 끝나고 소속팀에 복귀하여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유일한 해외파 골키퍼인 김진현의 소속팀은 일본 J리그의 세레소 오사카이다. 2014시즌 세레소는 J리그 17위에 그치며 2009시즌 이후 6년 만에 2부 리그로 강등됐다.

아시아 최정상급 골키퍼로 활약했는데... 일본에서는 2군?

팀이 1부에 승격했던 2009년부터 세레소에 입단하여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해왔던 김진현도 다음 시즌부터는 소속팀을 따라 처음으로 2부에서 뛰어야한다.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이 2부 리그 소속으로 뛰어야한다는 것은, 사실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다.

김진현은 원래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세레소와의 계약은 지난해로 만료되는 상황이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상황에 따라 팀을 옮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외국인 선수인 김진현이 굳이 강등의 고통까지 분담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김진현의 선택은 놀랍게도 재계약이었다. 김진현은 이미 아시안컵이 개막하기 전에 세레소 잔류를 확정하며 구단과 팬들의 의리를 지켰다. 6년 전 처음 입단할 때부터 기회를 준 구단에 대한 보답과 주전 골키퍼로서 2부 강등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감이 작용한 결과였다.

정작 김진현의 선택에 국내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철저한 비즈니스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소속팀에 대한 의리를 보여준 김진현의 '대인배'적인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제 겨우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고 비상하려는 시점에, 굳이 2부 리그로 내려가서 고생을 자처하려는 것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우려도 크다. 공교롭게도 재계약 직후 김진현이 아시안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그만큼 김진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2부 리그에서 뛴다고 해서 반드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한 이청용은 전 소속팀 볼턴 시절 팀이 2부로 강등당하며 2012년부터 3시즌 간 챔피언십에서 뛰어야했지만 변함없이 국가대표팀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득점을 기록했던 이근호도 당시 2부에서 승격한 군인팀 상주 상무 소속이었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수성도 김진현의 이적 결정이 쉽지 않았던 이유다. 필드 플레이어와 달리 골키퍼는 주전 경쟁의 폭이 매우 좁고 엄격하다. 한번 주전이 정해지면 부상이 아닌 이상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김진현은 해외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골키퍼다. 같은 아시아 무대라고 해도 외국인이 주전 골키퍼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김진현에게 기회를 제공한 세레소의 결정도 대단한 것이었다. 김진현으로서는 세레소와의 재계약 당시, J리그보다 더 월등한 수준의 무대로 진출하는 게 아닌 이상 가능한 대안은 K리그행 정도였다. 굳이 서둘러 세레소를 떠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세레소에서 김진현의 입지는 매우 탄탄하다. 지난 시즌 J리그 정규리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컵대회인 일왕배까지 무려 43경기에 출전했다. 세레소는 지난 2000~2002년 윤정환(울산) 감독이 현역 시절 활약한 바 있고, 지난 시즌 후반기 황선홍 포항 감독의 영입을 타진할 정도로 '친한파' 경향이 강한 구단이다.

김진현은 오랫동안 활약하며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경쟁에 대한 부담없이 자신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 모두 가능... 그가 분발해야 할 이유

현재로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세레소가 한 시즌 만에 1부로 복귀하는 것이다. 세레소는 김진현에 이어 외국인 선수 디에고 포를란도 잔류시키며 2부 강등에도 일단 전력 유출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2부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이야기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볼턴 시절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촉망받는 미드필더였던 이청용은 2011년 강등 이후 팀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 운명을 함께 했다. 하지만 결국 1부 재승격을 이끄는 데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주가도 한창 때보다 떨어졌다. 강등 마지막 시즌 당한 정강이 골절상의 여파도 있었지만, 이후 이청용의 기량이 2부 리그에서 머물며 정체되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김진현은 아직 대표팀에서도 주전으로 확실하게 입지를 굳힌 것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발탁했던 김진현, 김승규, 정성룡의 기량에 대하여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평가하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시안컵에서는 김진현이 주전으로 뛰었지만 다가오는 월드컵 예선에서는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승규와 정성룡은 다음 시즌도 K리그 클래식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것이 유력시 된다. 정성룡의 수원은 AFC 챔피언스 리그에도 참가한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선방을 보여줬으나 부정확한 골킥과 패스 실수 등 약점도 드러냈던 김진현이다. 2부 리그 소속으로 대표팀의 치열한 주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치열하게 분발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