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시즌 40` 고정 크루들

SNL `시즌 40` 고정 크루들 ⓒ www.nbc.com


미국 NBC의 대표적인 생방송 TV 코미디쇼 < Saturday Night Live >(이하 SNL)이 올해로 방송 40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1975년 10월 11일 첫 방영 이래 140여명 이상의 고정 출연진(크루)들과 배우, 가수, 작가 등 각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초대 손님(호스트)으로 출연했다. 그간 < SNL >은 풍자와 해학이 담긴 코미디에서부터 인기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 등 다채로운 코너로 대중에게 다가갔다.

이례적으로 사전행사 포함 총 이틀(2월 14,15일. 현지시간 기준)에 거쳐 방영되는 40주년 특집 방송에는 잭 니콜슨, 로버트 드니로 등 영화계의 거물급 인사부터 역대 SNL 고정 크루 출신 톱스타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국내 케이블 채널 tvN이 포맷을 수입해 방송 중인 <SNL 코리아> 역시 오는 14일 새 시즌을 선보인다.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 배우들을 배출해 온 < SNL >이 걸어온 지난 40년 역사를 되돌아 봤다.

▲ 1975~1979 : 전설적 코미디언들의 등장

 `브루스 브라더스` 블루레이 표지

`브루스 브라더스` 블루레이 표지 ⓒ 유니버설 픽쳐스


1970년대 초반 NBC의 토요일 심야 시간대엔 당시 평일 인기 토크쇼인 <투나잇쇼 스타링 자니 카슨>의 재방송 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날로 먹는 편성에 대해 자니 카슨이 불만을 표하면서 결국 NBC에선 부랴부랴 새로운 대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다.

지금까지 < SNL >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PD 론 마이클스의 주도하에 젊은 코미디언들을 중심으로 1975년 10월 11일 뉴욕의 록펠러 센터에서 역사적인 첫 생방송이 시작된다. 당시 그 누가 < SNL >이 40년을 지속할 것이라 예상했을까.

< SNL > 원년 멤버 중 체비 체이스, 존 벨루시, 댄 애크로이드는 미국 코미디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체비 체이스는 <파울플레이> <휴가 대소동> 시리즈, 골프 코미디 <캐디 셱>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 SNL > 출신 코미디언 중에선 가장 먼저 할리우드 시장에 안착했다.

특유의 '안티 히어로' 기질 덕분에 골수팬들이 많았던 존 벨루시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컬트 코미디 <1941>을 거쳐, 존 랜디스 감독의 <브루스 브라더스>로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약물 과다 복용으로 1982년 33살 나이로 생을 마감해 팬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 <레드 히트> <컬리 수>에 출연한 동생 제임스 벨루시도 1980년대 < SNL > 고정 크루로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존과 더불어 <브루스 브라더스> 콤비 연기로 인기를 얻은 댄 애크로이드, 후발주자로 SNL에 합류한 빌 머레이는 함께 <고스트 버스터즈>를 히트시키며 이후 성공적인 코미디 배우로서의 인생을 살아갔다.

▲ 1980~1989 : 슈퍼스타 에디 머피의 탄생, 마이크 마이어스의 데뷔

 `비버리 힐스 캅` DVD 표지

`비버리 힐스 캅` DVD 표지 ⓒ 파라마운트 픽쳐스


< SNL >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PD 론 마이클스가 NBC와의 재계약 협상에서 난항을 겪은 끝에 프로그램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쇼는 난관에 봉착한다. 그의 부재는 결국 프로그램 주요 작가들의 동반 이탈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 SNL >의 인기는 전 같지 않았고 잦은 캐스팅 변동에 따른 시청자들의 불만도 커져갔다. 결국 NBC는 론 마이클스를 재영입하면서 위기를 극복한다.

이 무렵 < SNL >이 배출한 최고 스타는 에디 머피였다. 백인 중심의 출연진 속에서도 특유의 입담과 노래 실력으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부터 일찌감치 TV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고 이러한 인기를 발판으로 곧장 할리우드 <비버리 힐스 캅>(1984년)에 진출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넉살 좋은 바보 연기가 장기인 마이크 마이어스-다나 카비 콤비가 등장해 인기를 얻었다. 이들이 만들어낸 코너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웨인스 월드>(1991년)는 극중 삽입곡이자 퀸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를 발표 17년 만에 다시 인기 순위 톱10 에 올려놓는 저력을 과시했다. 한편 마이크 마이어스는 이후 영화 <오스틴 파워스> 시리즈와 <슈렉>(목소리 출연)으로 또 한 번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기도 했다.

비록 한 두 시즌의 단발성 출연에 그치긴 했지만 빌리 크리스탈, 마틴 쇼트, 신인 시절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도 이 무렵 < SNL >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 1990~1999 : '희극지왕' 아담 샌들러, 윌 페렐의 시대
 영화 `클릭` 포스터

영화 `클릭`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코리아㈜


미국 코미디 영화계의 라이벌이자 동료, 아담 샌들러와 윌 페렐이 등장한 게 이 시기였다. 1990년대 전반기는 아담, 후반기은 윌의 시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이 두 사람의 존재감은 컸다. 한때 침체기에 빠질 뻔한 < SNL >을 재도약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 <택시> 등 리메이크 코미디물로 할리우드에 도전했던 지미 펠론도 이 무렵 < SNL > 인기 크루로 각광받았던 인물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그는 토크쇼 진행자로 방향을 선회, NBC의 <투나잇쇼 스타링 지미 펠론>을 통해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이밖에 영화 <듀스 비갈로> <핫 칙>의 롭 슈나이더와 <배드 컴퍼니> <마다가스카>의 크리스 록이 고정 출연자로 인기를 얻었고 벤 스틸러 역시 잠시 크루로 활동한 시대도 1990년대였다.

▲ 2000~현재 : 여성 출연자들의 약진
 티나 페이, 에이미 포엘러 출연 `베이비 마마` 포스터

티나 페이, 에이미 포엘러 출연 `베이비 마마`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과거에도 여성 코미디언의 활약이 꾸준했지만 2000년대만큼 영향력 있는 배우를 배출한 시기는 없었다.

< SNL >  최초의 여성 수석작가 출신인 티나 페이는 매력적인 용모로 다양한 정치인을 패러디하며 팔방미인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녀가 시나리오 집필 및 조연으로 출연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이 무렵 붐을 이뤘던 틴 코미디 영화(10대 취향의 코미디물) 중 단연 발군의 작품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후엔 TV 시리즈 <30 록>의 대본에 참여하며 다수의 시상식을 휩쓰는 저력을 과시한다.

티나와 콤비로 인기를 모은 에이미 포엘러 역시 만만찮은 입담으로 TV 시트콤 <파크 앤 레크리에이션>을 히트시켰고 이 두 사람은 수년째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사회자로 맹활약했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로 주목받은 크리스틴 위그 역시 이 시기에 등장한 여성 고정 크루 중 한명이다. 미모와 시나리오 집필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덕분에 티나 페이와 비교되기도 한다. 얼마 전 제작이 확정된 <고스트 버스터즈> 여성판 리부팅(2016년 개봉)에서도 1순위로 캐스팅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 그룹 '론리 아일앤드'의 멤버이자 시트콤 <브룩클린 99>로 에미상을 거머쥔 앤디 샘버그, 최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심야 토크쇼를 시작한 세스 마이어스 역시 2000년대가 배출한 < SNL > 스타들이다.

< SNL >이 남긴 기록들

- 각종 수상 기록은?
에미상 187회 후보 지명 45회 수상, 피바디상 2회 수상, 미국 방송 명예의 전당 헌액

- 최소 방영 회차 시즌은?
SNL의 1개 시즌은 평균 20회분 안팎으로 방영된다. 하지만 미국 작가조합 파업으로 인해 지난 2007에서 2008년까지 방영된 시즌 33의 경우, 고작 12회 방영에 그치고 말았다.  시즌6(1980~1981), 시즌 13(1987~1988) 역시 같은 이유로 13회 방송으로 막을 내렸다

- 최고 시청률 방영분은?
지난 2008년 11월 1일 티나 페이가 사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배를 패러디한 <시즌 38>의 7회 방영분은 900만 뷰어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의 시청률 집계 방식에선 이를 능가하는 < SNL > 방영분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 고정 같은 고정 아닌 단골 출연자?
인기 코미디 배우 스티브 마틴은 < SNL >의 고정 크루는 아니다. 그런데 잦은 호스트 출연(총 15회) 덕에 그를 왕년의 고정 출연자로 기억하는 시청자들이 꽤 많다. 한편 역대 최다 호스트 출연자는 총 16회나 등장한 배우 알렉 볼드윈이다.

- 첫 번째 호스트는 누구?
SNL의 첫회에 나온 호스트는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코미디언이자 작가 조지 칼린이었다.  최초의 음악 초대 손님은 역시 첫 회에 출연한 포크 싱어 재니스 이안과 그룹 비틀즈 '제5의 멤버'로 불리던 빌리 프레스턴이었다.

- 정치인 출연
버락 오바마 현 미국 대통령도 깜짝 손님(카메오)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으며 알 고어 전 부통령, 존 맥케인 대통령 후보 등 유력 정치인들도 등장해 연예인 못잖은 웃음을 선사한 바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도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에 나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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