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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환 대구시의회 의원이 3일 오전 열린 제231회 임시회에서 5분발언을 통해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세우자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5분발언하고 있는 모습.
 박일환 대구시의회 의원이 3일 오전 열린 제231회 임시회에서 5분발언을 통해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세우자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5분발언하고 있는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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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환 대구시의원(새누리, 남구1, 경제환경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열린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대구 출신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시민모금으로 설립할 것을 제안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이날 발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찬양했다. 이들이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박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만년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민족중흥과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대한민국 근대화의 아버지"라고 칭송했다. 이어 "세계적인 학자들조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투쟁으로 얻어낸 것이라기보다는 경제발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정도로 박정희 대통령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혼란한 시대상황을 안정시키고 경제성장을 통해 국력의 기초를 다지고, 민생을 안정시킨 것은 놀라운 치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전두환 정부시절인 1980년대가 가장 서민이 살기 좋고 경제가 안정된 시절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6·29 민주화 선언을 통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민주화의 초석을 다져놓았다"라면서 "특히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은 오늘날 독일의 경제발전을 이루고 통일을 완성시킨 서독 빌리브란트 수상의 동방정책에 비견할 만한 외교정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만일 노태우 대통령의 선견지명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나라는 IMF의 돌파구도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도 IMF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북방정책 덕분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다.

박 의원은 또 "노태우 대통령은 자신의 부정축재에 대한 대가인 추징금을 모두 갚고자 가족 간 송사도 불사할 정도로 국민을 향한 속죄의식이 가슴에 응어리 맺혀있는 분"이라며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 북방정책기념관을 건립하는 등 '대통령 생가권역 개발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구와 인연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했고, 경남 합천 출생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구공고 출신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태어났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는 군부 독재자일 뿐"

하지만 대구 시민사회계는 박일환 대구시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시민 김아무개(48)씨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군사 쿠데타 기념관'을 만들자고 하면 찬성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구 시민은 "아무리 대구 출신이라 하더라도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사람들을 기념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성명을 내 "군부독재가 대구의 자랑거리인가"라며 "박일환 의원은 대구시민들을 모독하지 말라"라고 비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3명의 전직 대통령은 모두 반헌법적 쿠데타의 주역이며 특히 전두환·노태우의 경우 내란의 수괴로 처벌을 받은 적 있다"라면서 "긴급조치라는 초법적인 독재로 헌법을 무력화하고 사법살인을 일삼았던 박정희,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탱크와 총칼을 동원하여 피로 짓밟으며 집권한 전두환·노태우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군부 독재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의원이 빗댄 독일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그 스스로가 나치통치의 피해자임에도 독일의 전쟁범죄를 대신해 폴란드 시민과 유대인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라도 했지만,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은 스스로가 역사적 과오의 당사자임에도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기념관을 짓는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며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면서 "박 의원의 제안은 아연실색할 일이다, 즉시 제안을 취소하고 대구시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태그:#박일환, #대구시의회, #대통령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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