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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얻었습니다. 답이 과장이라면 최소한 방법 정도는 찾았습니다. 베이비 부머로 지칭되는 세대,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젊은 세대까지 포함하는 생활인 모두가 공통 분모로 가지고 있는 막연함 중 하나가 노후 대책에 대한 불안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경험상 두려움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때와 곧 생길 일에 대치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생긴다. 도통 뭐가 뭔지 모를 때 우리는 사실을 알고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두렵다. 무엇을 두려워해야 할지 전혀 모를 때는 모든 것이 두려움의 대상이다.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74쪽

맞습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노후 역시 미지의 세계고, 그래서 더 불안이 엄습해 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불안이 당연한 것이라며 아무 대책 없이 마냥 불안할 수 만은 없는 게 우리 인생입니다.

그런 노후도 '잘'만 준비한다면 생각 만큼 불안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바로 이 '잘'입니다. 어떤 상황이 어떻게 닥칠 지 모르는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잘' 준비하는 것인지 안다면 노후 준비라고 해서 난공불락의 어려움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주비행사의 일생은 시뮬레이션과 연습과 예측을 거쳐 필요한 능력을 키우고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추는 과정이다. 하지만 훈련 중에는 결국 그 모든 것이 상상일 뿐이다. 엔진이 꺼지고 우주선이 제 궤도로 빠르게 날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드디어 해냈어. 우주에 왔다고!"라고 외칠 수 있다. 최종 결과가 일찌감치 예상된다는 면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210쪽

필자가 찾은 '잘', 애매모호하면서도 오묘한 '잘'에 대한 해답, 노후 문제는 물론 누구나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만능키, 그 묘답으로 찾은 방법은 다름 아닌 시뮬레이션입니다. 캐나다 출신 우주 비행사이자 전 국제우주정거장 ISS 사령관을 역임한 크리스 해드필드가 이 책에서 파란색 글씨로 굵직하게 강조하고 있는 '일생 시뮬레이션'이 바로 그 묘답입니다. 

20년 우주 비행사의 삶을 우려낸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 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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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는 캐나다 출신 우주비행사이자, 전 국제우주정거장ISS 사령관을 역임한 크리스 해드필드가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해 꿈을 키우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고, 우주 비행사가 돼 치열하게 활동하던 삶을 담고 있는 자전적 내용입니다.

1969년 7월 20일, 아홉 살이던 저자는 이웃집 텔레비전으로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딛는 모습을 보며 우주 비행사를 꿈꾸기 시작합니다.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이 역사에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저자가 우주 비행사를 꿈꾸고 우주 비행사가 되고, 우주 비행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별 순간이야 말로 도전과 응전입니다.

기저귀를 차고 기다려야 할 만큼 길어질 수도 있는 대기 시간, 폭발 염려가 있는 발사, 흘린 땀과 눈물, 오줌을 다시 걸러 마셔야하는 우주 공간, 그런 우주 공간에 적응하기 위한 한 과정 한 순간이 도전과 응전입니다. 

책에서는 저자가 꿈을 이루기 위해 가졌던 마음가짐과 삶의 자세를 이정표처럼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그럴싸한 문장력으로만 그려가는 이정표가 아니라 저자 스스로 각오하고, 실천하고, 갈등하고, 맞닥뜨리며 내디딘 경험이기에 결코 허망하지 않습니다. 읽는 마음을 다잡게 하고, 흐트러졌던 몸을 긴장하게 합니다. 

시뮬레이션은 실제가 아닌 가상에서 어떤 사건이나 과정을 시험적으로 재현해 보는 기법입니다. 저자가 우주 비행사가 돼 성공할 수 있었던 여러 방법(훈련, 교육)중 하나가 바로 이런 시뮬레이션을 통한 준비이자 훈련입니다. 시뮬레이션은 아직 닥치지 않은 상황, 언제 어떤 상황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여러 수의 상황들을 미리 체계적으로 더듬으며 대비해 미지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해 줍니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습과 훈련은 어떤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됩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사고)를 발생할 수 있는 요소(factor)들을 충분히 아우르고, 문제 해결을 위한 훈련이 충분하다면 비록 미지의 세계라 할지라도 결코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저자의 삶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교훈, 훌륭한 리더십은 솔선수범하는 것이지 자신의 길을 사람들에게 무작정 따르라고 우기는 것이 아니다. 윽박지르고 다투고 주도권 다툼을 하는 것은 설령 덜 위험한 상황이라도 사기와 의욕을 떨어뜨리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나사의 몇몇 우주 비행사는 당황하여 생존훈련을 완수해 내지 못했는데, 이런 사실은 우주비행 임무를 배정하는 존슨우주센터 관계자에게 당연히 보고되었다.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136쪽

우주비행사가 되는 전 과정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임무를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그 일을 할 때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지상에 머무는 지난 11년의 삶을 나는 사랑했다.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333쪽

우주 비행사의 삶을 읽으며 삶의 지혜를 얻다

필자가 노후 대책을 잘 마련하거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묘법을 '일생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는 건 저자의 적극적인 삶에서 '삶의 지혜'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 지 모르는 노후는 낯설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손전등조차 준비하지 않았을 때 느끼는 공포와 같은 막연한 불안함일 수도 있습니다. 

어둠을 밝혀줄 손전등이 준비돼 있거나, 지도 등을 이용해 어디쯤 가면 뭐가 있다는 걸 훤히 내다볼 수 있을 만큼 미리 익혀 놓는다면 비록 처음 가는 낯선 길일지라도 불안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노후를 위해 꼭 준비해야 할 것들을 꼼꼼히 준비하고, 노후에 생길 수 있는 여러 변수(문제)들을 미리 어림해 실제로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미리 체계적으로 검토하며 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다보면 날벼락처럼 맞닥뜨리게 되는 미래 역시 결코 불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청소년쯤의 나이에 읽으면 꿈을 향해 나갈 수 있는 등대, 꿈을 설계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를 스스로 다지며 벼리게 하는 각오의 내용이 될 것입니다.

책에서는 우주비행사 된 저자의 경험과 삶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필자는 적극적인 사고와 실천, 시뮬레이션을 통한 준비로 보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삶의 지혜'로 챙겼습니다.

덧붙이는 글 |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지은이 크리스 해드필드 / 옮긴이 노태복 / 펴낸곳 (주)도서출판 길벗 / 2014년 12월 10일 / 값 1만 4500원)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 나는 우주정거장에서 인생을 배웠다

크리스 해드필드 지음, 노태복 옮김, 더퀘스트(2014)


태그:#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 #노태복, #(주)도서출판 길벗, #더 퀘스트, #우주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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