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수와 상영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출연 배우 및 연출을 맡은 김성호 감독(왼쪽에서 두번째) ⓒ 이정민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을 제작한 영화사 삼거리 픽쳐스의 엄용훈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장문의 호소 글을 올렸다.

엄용훈 대표는 27일 SNS에 자신의 영화 이력을 소개하며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애쓰는 모든 아빠의 마음을 생각하며 정성껏 준비한 작품"이라며 "가족과 소통을 위한 작품이 지난 12월 31일 개봉 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정상적인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상영관만을 확보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개봉 당시 <개훔방>이 차지한 스크린 수는 205개. 같은 날 개봉한 <마다가스카르의 펭귄>이 614개, 그 전주(12월 24일)에 개봉한 <기술자들>이 517개의 스크린을 갖고 있었다는 것에 비할 때 한참 떨어지는 규모다. 영화 <국제시장>은 개봉 3주차를 맞았음에도 941개의 스크린을 유지하며 관객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영화들은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극장까지 보유한 대형 투자배급사 작품이지만, <개훔방>은 독립 중소규모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의 작품이다. 리틀빅픽쳐스의 대표이기도 한 엄용훈 대표는 영화 <국제시장>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지난 14일 리틀빅픽쳐스의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엄용훈 대표는 이런 사실을 전하며 <개훔방> 상영 과정에 대해 "아이들이 주인공이고 가족과 함께 볼 영화가 개봉 다음 주부터는 조조와 심야 시간대가 주인 상영 시간을 배정받았다"면서 "현재는 전국 10여 개 극장에서만 영화를 볼 수 있고 그나마 대기업 극장 체인점은 거의 사라져 버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예매율과 좌석점유율로 상영관 수를 조정하는 극장 측의 기준에 대해 엄 대표는 "자사계열 배급 영화는 영화 예매 오픈 시기를 대부분 2주 전에 열어주었지만, 중소배급사 영화는 개봉일 1주일 이내에 임박해서야 열어준다"면서 "예매 오픈 극장도 지극히 작은 수에 불과했기 때문에 예매율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시간대 역시 불리하기에 좌석점유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이어 엄 대표는 "극장 측에선 관객의 수요가 많으면 스크린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재의 영화 산업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되어 버린 상영관 구조에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의 양이 수요를 결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조건들이 힘없는 영화와 중소 영화사를 사지로 모는 상황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화는 진짜 창조경제 산업..."독과점 문제 전혀 나아지지 않아"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으나 상영관 확보가 안 돼 흥행 부진을 겪고 있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포스터 ⓒ 리틀빅픽처스


엄용훈 대표는 영화 산업을 한류 열풍을 견인한 대표적 문화 상품으로 규정했다. 엄 대표는 대학 졸업자가 아님에도 영화 제작사를 꾸려가는 이력을 소개하며 "백지로 시작해서 수백억의 매출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박근혜 대통령님의 '창조경제' 정책 취지가 가장 많이 담겨 있는 산업이라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동시에 엄 대표는 "다만 긴 시간 동안 인내해야 하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작업해야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수년 간의 꿈과 희망이 불과 며칠 만에 사라지는 상실감과 무기력함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이라고 이해를 호소했다.

엄용훈 대표는 지난해 3월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 당시 대기업의 영화 시장 독식 문제가 제기된 사실을 언급했다. 엄 대표는 "대통령님께서도 양극화에 시달리는 영화 업체들에게는 (수직계열화 문제가) 규제 이상의 엄청난 규제나 마찬가지라며 조치들에 대한 실천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강력한 의지를 표하셨다"면서 "지난 12월 CJ CGV와 롯데시네마의 자사계열 배급사 차별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55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조치가 있어 영화인들은 큰 희망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현재 독과점 행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엄용훈 대표는 대기업 수직계열화를 근절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호소했다. 그는 "동일 계열 간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하고 합리적인 상영 기준을 만들어 달라"면서 "정부 기관은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합리적 지원을 하고, 작은 영화의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와 공정한 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엄 대표는 "진정한 문화강대국이 되길 염원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화 산업을 더욱 융성케 할 주인공인 어린이들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꼭 관람해 달라"는 부탁했다.

한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가출한 아빠를 뒤로하고 집 없이 엄마와 전전긍긍 살던 소녀가 집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드라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박근혜 대통령 극장 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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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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