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꽃 하나에 화방(씨앗꼬투리) 한개가 열린다.
 꽃 하나에 화방(씨앗꼬투리) 한개가 열린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내년에 종자로 쓰게 조금 얻어갑시다."
"네, 지난번 태풍에 많이 쓰러졌던데요."
"올해 참깨농사는 망했지. 쓰러진 것 보다는 역병이 들었어."

참깨수확을 하는 중에 근처에서 농사짓는 나이 지긋한 농부가 찾아왔다. 지난 6월 초, 참깨 를 파종 하는 것을 보고 못미더워 보였는지 자신의 경험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알려줬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내 참깨농사는 잘 되었고 그의 것은 태풍에 쓰러지고 병이 들었다.

농사라는 것이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서 결과를 예측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은 경험이 있더라도 안 될 때가 있고, 처음 농사짓는 작물이라도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으로 잘 될 때가 있다.

"깨가 참 많이 달렸네, 깨끗한 것 보니까 병에 강한 종자 같네."
"수지깨입니다. 다수확 품종으로 많이 심는 종자입니다."
"농약 한번도 안쳤다고 했죠? 풀도 많은데 그래도 깨가 되는 것이 신기하네."

참깨 서너단을 베어서 가져간 농부에게 역병이 든 원인을 물었더니 작년에 심은 밭에 또 심었다며 연작(連作)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농약 안 쓰면 참깨농사 힘들다며 자신이 쓰는 농약을 준다는 것을 거절했었다. 그는 무비료·무농약으로 키웠다는 것이 못내 안 믿어지는 얼굴이었다.

뿌리 깊은 참깨는 쓰러지지 않는다

고소한 맛 때문일까. 벌과 노린재가 자주 찾아온다(윗쪽) 역병에 걸리면 줄기가 썩고 쓰러진다. 잎에 하얗게 곰팡이가 핀 흰가루병(아래)
 고소한 맛 때문일까. 벌과 노린재가 자주 찾아온다(윗쪽) 역병에 걸리면 줄기가 썩고 쓰러진다. 잎에 하얗게 곰팡이가 핀 흰가루병(아래)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참깨는 토종에서 개량종까지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토종참깨는 수확량은 적지만 병충해에 강한 특징이 있는데, 토양과 기후에 오래도록 적응했기 때문이다. 다수확 품종인 개량종은 토종에 비해서 병충해에 취약한 것이 단점이다.

특히, 장마철에는 습한 기후에 역병의 전염성이 높고, 잎에 하얗게 내려앉은 흰가루병이 잘 생긴다. 장마철에 흰가루병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광합성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담배나방 애벌레가 줄기 속을 갉아먹으면 어느 순간에 쓰러지기도 하고, 생장줄기를 똑 끊어놓기도 한다. 노린재는 줄기와 꼬투리에 침을 꽂아 양분을 뺏어가서 생육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참깨밭에서는 천적인 익충들의 먹이사냥도 계속되어 피해라고 할 만한 경우는 없었다. 일부러 노린재를 잡아내지는 않았다. 식욕이 왕성한 애벌레는 눈에 보이면 멀리 풀밭으로 던져주는 정도에서 개체 수 조절을 했다.

키가 큰 작물들은 강한 바람이나 태풍이 불어오면 도복(작물이 쓰러짐)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참깨는 강한 비바람에 꽃이 떨어지기도 하고 뿌리가 들릴 만큼 쓰러지는 피해도 잘 발생하는 작물이다. 그래서 고추처럼 줄을 띄워서 지지대에 고정을 해주기도 한다.

여름에 태풍(2014년 너구리)이 발생하여 농장에 매우 센 비바람이 불었다. 미처 줄을 묶어주지 못했는데 완전히 쓰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쯤 기울어졌다. 한 쪽으로 쏠린 무게로 뿌리가 스트레스를 받고 쓰러질 수도 있어서 줄기를 줄로 잡아서 세워주고 지주대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근처의 다른 참깨밭은 쑥대밭이 될 정도로 쓰러져서 세워줄 엄두를 못 냈는지 그대로 방치를 했었다. 쓰러진 참깨는 생육장애를 겪어서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수확량도 떨어진다.

태풍에 완전히 쓰러지지 않고 견딘 이유를 생각해보니 두둑 중간에 골을 낸 후에 씨앗으로 파종을 했었고, 또 다른 두둑에는 모종으로 옮겨심기를 했었다. 참깨는 작고 얇아서 파종이 쉽지 않은 작물로 알려져 있다. 너무 깊게 넣어도 안 되고, 너무 얕아도 흙이 건조해져서 싹이 제대로 안 나온다. 파종방법은 씨앗을 서너 개 넣어서 싹이 잘 나온 것 하나만 남기고 솎아내면서 줄기가 조금 더 묻히도록 흙을 덮어주었다.

모종으로 옮겨 심은 것도 아래 줄기가 조금 더 묻히도록 흙을 덮어서 뿌리가 깊고 단단하게 박히도록 해줬다. 참깨가 쓰러지지 않게 하려면 헛골에 심어서 북주기를 하면 된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실험삼아 해봤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 비교를 해보니 깊게 심어서 뿌리를 내린 참깨가 많이 흔들리지 않았다.

곁순도 제거하고, 성장 줄기 잘라줘야

씨앗을  서너개 파종후 튼실한 것 하나를 남기고 솎아낸다.(왼쪽) 모종은 한포기씩 한 줄로 심는 것이 좋다
 씨앗을 서너개 파종후 튼실한 것 하나를 남기고 솎아낸다.(왼쪽) 모종은 한포기씩 한 줄로 심는 것이 좋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참깨농사를 시작하면서 처음에 갈피를 잡기 어려웠던 것은 한 대만 키워야 한다는 말과 두 대를 키워야 된다는 말을 동시에 들었을 때다. 경험 있는 농부들에게 들었던 터라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헷갈렸다. 품종에 따라서 한 대를 키워야 되는 것이 있었고, 두 대를 키워도 되는 품종도 있는 것을 알았다.

꼬투리가 많이 달리는 다수확 품종은 한 대만 키우는 것이 맞고, 꼬투리가 적게 달리는 품종은 두 대가 한 포기로 심어진 밭을 봤었다. 그것이 토종 종자인지는 모르겠다.

다수확 품종 세 가지를 심었는데, 본줄기 한 대만 남겨두고 곁순줄기를 잘라내는 것도 일이었다. 곁순을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본줄기의 꼬투리가 제대로 여물지 않는다. 곁순에 달린  꼬투리로 양분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참깨의 곁순은 나오는 대로 잘라주는 것이 알찬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곁순까지 키웠다가는 속이 빈 쭉정이 깨가 나온다.

참깨의 성장순 자르기(윗쪽), 곁순 자르기(아래)
 참깨의 성장순 자르기(윗쪽), 곁순 자르기(아래)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참깨농사에서 또 중요한 것은 적심(摘心)을 해주는 일이다. 적심은 줄기의 윗부분에서 한 뼘 가량을 잘라내는 것이다. 참깨는 계속해서 위로 성장을 하기 때문에 양분이 분산되어 먼저 달린 꼬투리가 제대로 여물지 않기 때문이다. 적심을 하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꼬투리로 양분이 집중되어 깨가 잘 여문다.

적심 시기는 맨 아래줄기의 꼬투리가 녹색에서 갈색으로 바뀌는 때쯤이 되기도 하지만. 꼬투리의 숫자로 결정하기도 한다. 나의 기준은 밑에서 부터 위로 올라가는 꼬투리의 숫자가 22~25개 정도 생기면 그 윗부분의 줄기를 적심한다. 농부들의 말을 들어보면 각자의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경험에서 터득한 것이므로 틀린 것은 아니다. 농사에서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적심을 한 후에 맨 아래의 꼬투리가 갈색으로 익어서 벌어질 쯤이면 수확을 할 때가 되었다. 꼬투리가 벌어지면 깨가 쏟아지므로 늦지 않게 수확을 해야 한다.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꼬투리가 벌어져서 말 그대로 깨가 쏟아진다. 베어낸 참깨는 햇볕에 일주일가량 건조시키면 줄기와 잎에 남아 있는 양분을 꼬투리에 집중시켜 깨를 여물게 한다. 식물도 자손을 보호하려는 본능으로 마지막까지 씨앗을 돌보는 것이다.

세 번은 두들겨야 완전히 거둘 수 있다

잘 말린 참깨는 세번은 두들겨야 다 털어낼 수 있다
 잘 말린 참깨는 세번은 두들겨야 다 털어낼 수 있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건조방법은 한 움큼씩 밑동을 묶어서 한 단을 만들고, 네 단을 서로 마주보듯이 세우면 안정된 자세가 된다. 눕혀서 말리기도 하는데 한 방향으로 길게 펼쳐놓고 아래 위를 수시로 바꿔주면서 말려야 한다. 참깨는 튕겨나가는 힘이 있으므로 바닥에는 포장을 넓게 깔아준다.

줄기와 잎이 마르면서 꼬투리는 벌어진다. 깨를 털어내는 방법은 넓게 펼쳐놓고 도리깨나 작대기로 두들기면 된다. 기다란 고무통에 묶음 한단을 거꾸로 들고 작대기로 때려서 털어내기도 한다.

꼬투리가 벌어지면 깨가 쏟아진다
 꼬투리가 벌어지면 깨가 쏟아진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꼬투리는 한 번에 다 익지 않기 때문에 한번 털어낸 후, 며칠 기다렸다가 또 털어준다. 세 번 정도 털어내야 남김없이 깨를 거둘 수 있다. 그 다음은 바람을 일으키는 풍구나 선풍기 바람을 이용해서 꺼풀과 깨를 분리한다. 체로 걸러낸 뒤, 키질을 하는 방법도 있다.

수확시기에 비가 오면 햇볕이 날 때 까지 며칠 늦어질 수밖에 없고, 그 사이에 꼬투리가 쩍 벌어지면 깨는 쏟아진다. 말리다가도 비를 맞으면 깨가 썩거나 변질되서 고생한 보람이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 비가 오고 습도가 높은 날에 비닐하우스에서 건조시킬 때는 통풍이 잘 되도록 대형 선풍기로 바람을 불어넣기도 한다. 수확 후에도 이래저래 신경 쓰고 할 일이 많은 것이 참깨농사다.

덧붙이는 글 | 참깨 파종 적기는 1모작은 4월 초~5월 초이다. 2모작은 6월 상순으로 감자 수확 후(6월 말~7월 초)에는 모종으로 심는다.



태그:#참깨, #역병, #도리깨, #곁순, #흰가루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