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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 계약을 체결한 정부세종청사 청소용역업체가 청소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여부'를 표시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14일 배포한 자료를 통해 ▲신규 채용 과정에서 노동조합 가입 여부 확인 ▲특정 노조 가입 강제 ▲원청의 노동자 인원배치 관여 ▲불합리한 수습기간 적용 등 세종청사 청소용역업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어느 노조 가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다분

근로계약서에 노동조합 가입여부를 표시하는 항목이 있다.(빨간 네모 참고)
 근로계약서에 노동조합 가입여부를 표시하는 항목이 있다.(빨간 네모 참고)
ⓒ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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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 계약을 체결한 A청소용역업체는 세종청사 1·2단계(구역별 분류)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여부(한국노총, 민주노총, 국민노총, 미 가입)'를 표시해야 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근로계약서에 노조 가입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고용노동부 한 근로감독관조차도 "노조 가입여부는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면서 "근로계약서를 통해 (가입 여부를) 묻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고 말했다.

하해성 공인노무사는 "노동자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사항을 누출하도록 하는 것은 자유권을 침해할 수 있다"면서 "민감 정보인 노조 가입여부를 묻는 조항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우원식 의원은 특히 "이 사항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민감 정보의 처리제한)에 따르면 사전 동의를 구할 경우에만 노동조합 가입 여부 등 민감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종청사관리소가 제시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출입증 발급용)'의 수입 이용 항목란에는 '생명, 생년월일, 성별, 주소, 연락처, 소속, 직위(직급)'만 명시돼 있었다.

앞서 언급한 근로감독관은 "이후 해당 노조에 속한 노동자가 불이익을 당했을 때는 (업체 측의)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면서 "(노조 가입 여부를 묻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또한 용역업체에서 특정 노조 가입을 강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A업체의 이아무개 과장이 신규 채용 과정에서 사측과 갈등 중인 B노조가 아닌, C노조 가입을 주문·강요한 것이다.

C노조원은 현재 60여 명(B노조는 150여 명)으로 지난해 11월 '중간관리자급'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특히 이번 신규 채용된 노동자 중심으로 조합원 수가 늘고 있다. 업체 쪽에서 C노조 가입을 강요한 것은 신규 노조원이 B노조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 의원은 "이러한 업체의 행동은 동일 사업장 내 노조 간 갈등을 유발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노조 가입 강제는) '특정 노조는 누구의 편'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뿐이다"고 질타했다.

일한 지 2년 됐는데 또 수습? 수습기간 멋대로 적용

이 근로계약서대로면 세종청사 입주 당시부터 일했던 노동자들도 수습기간에 포함된다. 또한 업체가 이를 악용해 특정 노조원을 해고할 수 있는 항목이다. (빨간 네모 참고)
 이 근로계약서대로면 세종청사 입주 당시부터 일했던 노동자들도 수습기간에 포함된다. 또한 업체가 이를 악용해 특정 노조원을 해고할 수 있는 항목이다. (빨간 네모 참고)
ⓒ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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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의 수습기간 적용도 문제되고 있다. 근로계약서에는 '2015년 1월 1일~12월 31일의 계약기간 중 최초 계약일로부터 3개월간을 수습기간으로 한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고용승계에 따른 신규 채용 노동자로, 세종청사의 입주 때부터 일했던 이들이다.

근로계약서에는 '수습기간 중이나 기간 만료 후 입사 기준, 업무태도, 적성 등이 회사에 부적합할 경우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역시 형식적일지라도 특정 노동조합원을 해고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특히 원청인 세종청사의 불법파견 의혹도 제기됐다. 세종청사관리소는 지난 2일 오전 용역업체 중간관리자(과장, 반장, 기타 노동자)의 업무와 인원배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새 용역업체는 그날 오후 2시가 돼서야 인수인계를 위해 청사를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근로감독관은 "인수인계 여부를 떠나 노동자의 인원배치는 용역업체의 몫으로 원청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면서 "(세종청사관리소의) 명백한 불법파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원청인 세종청사관리소가 위법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면서 "세종청사관리소는 이 문제에 명확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노동부는 세종청사의 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 전반에 대해 특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세종청사관리소 노동자들은 같은 노동 내 임금 격차, 높은 업무강도, 만성적 인원 부족 등을 개선할 것을 계속 요구해왔다.

덧붙이는 글 | 김재환 기자는 21기 <오마이뉴스>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정부세종청사, #청소노동자, #부당노동행위, #노조가입여부, #근로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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