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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7일 45미터 굴뚝에 올라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농성 중인 구미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 5년의 투쟁 끝에 2014년 12월 13일 평택공장 70미터 굴뚝에 오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창근·김정욱. ‘희망편지 이어쓰기’는 그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각계각층 시민들의 응원가입니다. 그들을 잊지 않고 함께하겠다는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하늘의 노동자'들에게 부치는 편지를 보내주세요. [편집자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은 2012년 11월부터 171일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은 2012년 11월부터 171일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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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의 정문을 지나며, 경비원에게 굴뚝이 어디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외면했다. 나는 그의 입술에다가 '미안합니다'라는 동작을 그려봤다. 지루한 회색 하늘 한편에, 불끈 치켜 오른 굴뚝이 있었다.

2009년 5월부터 시작된 이들의 싸움, 참으로 지난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해 여름, 김혁을 비롯한 몇몇은 도장공장 옥탑으로 올랐다. 그들은 군사용 레이더처럼 밤낮으로 공장 안팎을 감시했다. 8월에 딱 한 번, 비가 내렸다. 수십 일을 옥탑에서 동고동락하던 그들은 온몸을 드러낸 채로 덩실덩실 춤추며 목욕을 했다. 아마 이들 중 어느 누구도 3년 후 자기들처럼 높은 탑에 오를 노동자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2년 11월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은 쌍용자동차 부근 송전탑 위에 올랐다. 늦가을에 시작된 이들의 싸움은 겨울, 봄을 거치며 171일간의 사투 끝에 막을 내렸다. 3년간의 감옥 생활을 마친 한상균이 거친 철탑 위에 오르기까지, 그 아래 해고노동자의 삶은, 차라리 철골위에 엉성하게 얽어 놓은 천막보다 못했다. 정규직 노동자 한상균과 문기주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 복기성! 그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연대에 의한 투쟁의 서막이었다.

잿빛 기둥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두 개의 기둥 중 희뿌연 연기를 내뱉는 곳에 김정욱과 이창근이 있다고 누군가 알려줬다. 김정욱이 올랐고, 이창근이 올랐다. 2014년 12월 13일, 다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70미터 하늘에 올랐다. 이들에게는 한 달 전 청천벽력 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해고는 경영상의 이유로 적법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렴풋이 보이는 이창근과 마침내 통화하게 되었다. 굴뚝에 오르던 새벽, 송경동 시인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는 그가 아니었다. 씩씩한 청년의 목소리에 재기발랄한 기획가의 쾌활함이 넘쳤다. '왜 올랐어요?'라는 물음이 목에 걸렸다. 한상균은 그 물음에, '외로웠다'고 했다. 이창근과 김정욱은 무엇이라 말할까, 조금 뒤로 미루기로 했다.

쌍용차 투쟁은 대한민국 해고노동자의 '끝판'

 쌍용자동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14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를 방문한 가운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깔개 위에 청테이프로 'Let's Talk'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들어보이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14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를 방문한 가운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3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깔개 위에 청테이프로 'Let's Talk'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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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은 간단치 않다. 쌍용자동차는 노동자를 정리해고 했고, 대법원은 그것이 적법하다고 판결했고, 그리고 노동자는 그들의 불법적 해고에 맞서 5년이 넘는 시간, 수십 명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오늘 저 거대하고 차가운 기둥의 벽을 붙잡고서 두 명의 노동자가 굴뚝 위로 올라간 것이다.

굴뚝인! 김정욱, 이창근. 둘은, 들어본 적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굴뚝인이란 이름으로, 이 기나긴 투쟁의 연장선에 있다. 굴뚝에서 지상으로 뻗은 기운으로 굴뚝신문, 굴뚝일보, 굴뚝데이 등 창의적 활동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 처절한 싸움에 결론을 내야 한다. 문제의 해결은 명백하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복직이다. 쌍용차의 결단만 선다면, 순식간에 해결될 수 있다.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사측의 입장은 옹색하다. 경영정상화란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가? 몇 십 만 대의 신차 '티볼리'가 팔리면 해고자 복직을 검토해보겠다는 사측의 발상은 전 국민에게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일 뿐이다.

굴뚝인 김정욱, 이창근의 굴뚝 투쟁은 바야흐로 그들의 투쟁이 종착역에 닿아 있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쌍용차 해고노동자는 오를 탑도, 내려갈 땅도 마땅찮다. 이창근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자신들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에게 더 이상 무엇을 참아야 하며, 무엇이 적법한 것이라 강변할 것인가? 왜 수많은 이들이 저들의 투쟁에 지지와 격려를 보내며 함께하는가? 쌍용차 해고노동자 투쟁은 오늘날 대한민국 해고노동자의 끝판이다.

굴뚝인 김정욱, 이창근 그리고 쌍용차 해고노동자! 그들은 간절히 복직을 원한다. 그들은 간절히 휴식을 원한다. 그들은 간절히 집으로 돌아갈 날을 원한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소설가로, 쌍용자동차 파업투쟁을 다룬 소설 <내 안의 보루>를 썼습니다.
* '희망편지 이어쓰기'는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스타케미칼과 쌍용자동차 고공농성 노동자들에게 부치는 편지를 보내주세요.



#쌍용자동차#스타케미칼#굴뚝농성#고공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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