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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월요일 오후, 반페기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라이프치히 대학 앞에 모인 학생들. 이날 라이프치히에 있는 6개 대학의 오후 수업은 모두 휴강됐다.
 지난 12일 월요일 오후, 반페기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라이프치히 대학 앞에 모인 학생들. 이날 라이프치히에 있는 6개 대학의 오후 수업은 모두 휴강됐다.
ⓒ 라이프치히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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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독일 라이프치히 모든 대학생에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라이프치히에서 반이슬람주의 페기다(PEGIDA) 시위와 이에 맞선 페기다 반대 시위를 앞둔 날이었다.

대학생들이 받은 메일은 라이프치히 내 6개 대학 총장 명의의 성명서였다. 이들 대학은 시위가 예정된 월요일 오후에 모든 수업을 휴강했다. 시위로 인한 소란이나 안전 문제를 걱정해서가 아니다. 반 페기다 시위에 학생들의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라이프치히 대학들은 페기다 시위를 '인종차별주의'적인 행위로 규정하며 '민주주의와 다양성에 대한 야외 수업', 즉 반 페기다 시위에 함께할 것을 요청했다.

다음은 성명서를 번역한 것이다.

개방과 똘레랑스를 위한 라이프치히 대학들
월요일, 1월 12일 라이프치히에서 '레기다' 시위가 있습니다. 이 시위는 산발해 있는 공포를 하나의 '세계상'으로 선전하고, 외국인 배척, 국가주의와 여성차별적인 입장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라이프치히 시민사회의 시위가 도시 곳곳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상업과 박람의 도시로서 라이프치히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느끼는 매력,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서 항상 이익을 얻어왔습니다. 이것은 라이프치히의 대학에서도 특히 유효합니다. 학문은 국제적으로, 새로운 것과 다른 것에 대한 관심 없이는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국제적인 학생들과 동료들은 우리에게 추가적인 자극과 새롭고 소중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학문은 또한 토론으로부터, 서로 반대되는 입장과 사상의 차이에 대한 토론으로부터 이뤄지는 것이지, 대화의 거부에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라이프치히의 대학들은 미래에도 자유로운 생각의 교류와 새로운 것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고,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열린 분위기의 도시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 라이프치히의 대학장들은 이런 불관용과 외국인 배척 사상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우리는 레기다에 반대하는 여러 시위에 참여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현대적이고, 토론이 가능한, 다양한 사회에 대한 이정표를 세울 것입니다.

2015년 1월 7일, 라이프치히
라이프치히 그래픽 및 서적예술을 위한 예술대학
라이프치히 음악 연극 대학
라이프치히 응용과학대학
라이프치히 경영대학
라이프치히 텔레커뮤니케이션 대학
라이프치히 대학 (참고: 레기다(LEGIDA),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페기다 시위란 뜻)

프랑스 주간지 테러 사건 이후에 페기다는 '프랑스를 보라, 우리가 필요한 이유'라며 이를 자신들의 선전에 이용했다. 동조하는 이도 계속 늘어났다.

'정치적인 사안'이라며 개입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이프치히 지성(知性)의 결정과 행동은 빠르고, 또 단호했다. 인종차별주의와 배타성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라이프치히 대학들은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독일 사회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월요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페기다 반대집회, 독일 통일의 유산을 지닌 니콜라이 교회 등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행렬이 출발했다.
▲ NO-LEGIDA 지난 12일 월요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페기다 반대집회, 독일 통일의 유산을 지닌 니콜라이 교회 등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행렬이 출발했다.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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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반페기다 시위. "인종차별주의는 치명적인 행동방식을 야기합니다" "인종차별주의는 당신의 공감능력을 잃게합니다"
담배곽의 경고문 양식을 따른 인종차별주의 경고문이다.
 라이프치히 반페기다 시위. "인종차별주의는 치명적인 행동방식을 야기합니다" "인종차별주의는 당신의 공감능력을 잃게합니다" 담배곽의 경고문 양식을 따른 인종차별주의 경고문이다.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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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반 페기다 시위에서는 시민 3만여 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도시 곳곳에서 시작한 시위 행렬은 라이프치히 발트플라츠로 모였다. 이들은 '다양성'을 강조한 푯말을 들고, 페기다를 향해 '나치는 나가라'고 외쳤다. 페기다 시위에 참여한 4500명의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라이프치히 시민에게 이런 분위기는 당연했다.

"대학들이 모두 휴강한 건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렇죠. 라이프치히는 과거 월요 기도회와 평화 시위가 열린 곳이잖아요. 라이프치히는 특별해요. 우리는 이 도시의 분위기, 유산을 지켜야해요." 

반 페기다 시위에 참여한 초등학교 교사 마그레트 베른슈타인씨의 말이다.

라이프치히 반페기다 시위.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 거의 모든 곳에서"
 라이프치히 반페기다 시위.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 거의 모든 곳에서"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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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반페기다 시위,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다" "모든 작센사람들이 페기다 멍청이는 아니다" (페기다 거대 집회가 열린 드레스덴도 독일 작센주의 도시다)
 라이프치히 반페기다 시위,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다" "모든 작센사람들이 페기다 멍청이는 아니다" (페기다 거대 집회가 열린 드레스덴도 독일 작센주의 도시다)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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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이슬람주의를 중심으로 이주민과 난민 지원 정책 등에 반대하는 페기다는 최근 독일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페기다의 뜻은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의 줄임말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일부 극우 성향의 튀는 행동으로 치부됐지만, 지난해 말, 드레스덴에서 2만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이면서 외면할 수 없는 '세력'이 됐다.

페기다가 매주 월요일 시위를 열면서 페기다 반대 집회도 다양한 방식으로 독일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태그:#페기다, #독일 페기다, #독일 인종차별주의, #라이프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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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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