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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행진단 "해고는 살인이다"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5일째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을 지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알리는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체투지 행진단 "해고는 살인이다"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5일째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을 지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알리는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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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세월호'다

안타까운 마음에 지난 7일부터 진행된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폐지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단'에 참여했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현실이 돼 나타난 쌍용자동차 문제가 현재 한국사회 고통의 근원 한 부분과 깊게 연결돼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부모들도 누군가는 정리해고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가 없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1월 11일 하루 남았는데 안 좋던 무릎이 삐그덕거린다. 무릎이 안 좋다 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어깨도 삐그덕거린다. 벌레처럼 엎드려서 차가운 땅을 쓸며 서울을 기어다녔다. '오체투지'다. 몸을 가장 낮춰서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일어난다는 의미인 것 같다. 몸뚱아리는 탈이 나고 힘들었지만, 보고 배운 것이 많았다.

노동자에게 대한민국은 세월호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조금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있다. 정규직이 정리해고된 자리는 머지않아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겨우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면 해고를 면치 못했다. 노조 파괴 공작이 시작됐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새도 아니면서 높다란 굴뚝에 올라가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차가운 겨울의 칼바람을 맞으며 길거리 천막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쌍요자동차, 기륭전다, SK브로드밴드, LG-U+, 콜트-콜텍, 세종호텔 등 수많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었다.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좋은' 일자리을 보장해 주는 기업은 없었다. 노동자들은 이윤을 위해 쓰고 버리는 소모품일 뿐이었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동자들에게는 좌초돼버린 '세월호'였다.

국가기관, 노동자를 '졸'로 보다

국회는 비정규직법을 만들었다. 고통을 호소하러 국회에 간 노동자들은 국회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정리해고의 아픔, 비정규직의 고통을 호소하러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에 갔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은 추운 겨울 땅을 기어 오체투지를 하며 온 노동자들을 보러 나오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돈이 있는 자본가의 대표란 말인가? 돈 없는 노동자는 상대해 주지도 않는다.

대법원은 어떤가. 대법원은 '미래의 예견되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회사들의 정리해고를 합법적이라고 판결 내렸다. 이유를 불문하고 수시로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또한 항의하러 간 노동자들의 항의서한조차 받지 않았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을 '졸'로 보고 있다.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대통령 박근혜씨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해 정규직의 해고는 더 쉽게 하고,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은 더 늘려 '영원한' 비정규직 세상을 만들려는 듯하다.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대책을 내놓고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통의 호소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박근혜씨에게도 노동자는 '졸'인가 보다.

남들의 고통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

사지 붙잡혀 옮겨지는 오체투지 참가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벌이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며 한 참가자의 사지를 붙들고 이동하고 있다.
▲ 사지 붙잡혀 옮겨지는 오체투지 참가자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벌이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며 한 참가자의 사지를 붙들고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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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행진 4일째. 압구정동에서 겪은 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오체투지 행진단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교통에 방해가 된다며 빵빵 거리는 경적소리, 욕설 그리고 차를 이용한 생명의 위협…. 장난이 아니었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추운 겨울 언 땅을 기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닐까. 노동자가 없다면 생산도, 소비도, 이윤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을지로2가에 들어섰을 때의 일이다. 경찰들이 교통 체증을 이유로 합법적으로 신고된 행진단을 가로 막았다. 교통 체증이 우려된다면 교통정리를 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행진단이 지나가도록 도우면 될 일이었다. 2~3분이면 될 일을 경찰이 가로막아 2시간 넘게 교통이 방해를 받았다.

또한 횡단보도를 행진하는 행진단을 개처럼 끌어내기도 했다. 여성 노동자들을 추운 겨울에 2시간 이상 '고착'시켰다. 이런 일은 을지로1가에서도, 대한문 앞에서도 계속됐다. 대한민국에서 경찰들은 초법적인 존재인 것일까. 경찰들은 정해진 법을 따르지 않고 강제 집행을 이어갔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일어난다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2일째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벌이고 있는 모습.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위해 2일째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벌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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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일) 마지막 날 행진이 걱정이 된다. 그러나 낙담하지는 않는다. 경찰이 두 시간 넘게 고착을 했어도, 결국 세 명이 병원으로 실려가야 했지만, 여성노동자들과 참가자들은 끝내 대한문 마무리 집회에 '오체투지'를 통해 참석했다.

경찰의 탄압 속에서 오히려 노동자들은 서로를 걱정하며 하나가 되고 있다. 경찰의 탄압으로 오늘(11일) 오체투지 행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오체투지는 많은 시민들에게 울림을 줬다고 생각한다(압구정동에서 일부 시민들에게 욕을 먹기는 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경찰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오체투지를 계기로 노동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 같다. 느끼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러면서 새로운 힘들이 만들어져 가는 것 같다.

방학이 끝나면 학생들에게 많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학생들은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에서 살면 좋겠다. 그런 세상을 위해 약한 자들의 고통을 없애는 데 언제나 함께해야겠다. 함께 땅을 기었던, 그러면서 희망을 다짐했던 노동자들의 얼굴이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신선식님은 중학교 교사입니다.



#쌍용자동차#오체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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