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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 단체 참가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이번 행진은 가장 절박한 이들이 가장 낮은 곳에서 맨몸으로 호소하는 것이다"며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과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 낮은 곳에서 맨몸으로 호소하는 오체투지 행진단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 단체 참가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이번 행진은 가장 절박한 이들이 가장 낮은 곳에서 맨몸으로 호소하는 것이다"며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과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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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1항)

민주공화국은 어떻게 작동되는가? 법으로! 독립된 헌법 기관들이 각기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심판한다. 삼권분립! 그래서 '법치국가'라 한단다. 힘센 자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약한 이들도 자기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법으로 작동된단다. 그래서 공정하단다. 정의롭단다.

하지만 말이다, 힘센 자들이 자기들의 의도를 법으로 만들어 버렸다면? 그런 법을 통해서도, 우리가 공정과 정의를 기대할 수 있을까? '법치'일진 모르지만, 이런 경우, 법은 일부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법제화된 폭력, 합법적 폭력일 뿐이다. 주권자인 대다수 국민은 법이란 이름으로 가해지는 거대한 폭력에 당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2항)라는 선언, 그야말로 "의미 없다." 모든 권력은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심판하는 '그들'로부터 나올 뿐이다.

기륭전자와 쌍용차 해고노동자, 그리고 수많은 선의의 시민들, 오체투지 행진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제도의 전면 철폐를 외쳤다. 그건 법이 아니라 폭력이기 때문에. 정리! 이건, 물건을 두고 하는 말 아니던가? 사람이 어떻게 정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사람은 상호 존중과  관심과 배려의 존재, 함께 가야 할 존재다. 정리해고! 이건 법제화된 살인적 폭력이다. 비정규! 이건, 일의 성격을 규정하는 말 아니던가? 사람과 삶에 어떻게 정규, 비정규가 있을 수 있는가? 사람과 삶은 모두 정규다. 비정규! 이건 법제화된 인권 유린이다.

살인적 폭력, 인권 유린을 법제화하고선, 그걸 법이랍시고 마구 휘두른다. 권력의 원천인 주권의 소유자, 국민이 마구 죽어나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법, 법만을 들이댄다. 그래서 나섰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더라! 기륭과 쌍용차를 비롯한 수많은 사업장이,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그래서 거리로 다시 나섰다. 굴뚝으로 올라간 이들, 내려오게 하려고.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법제도의 민낯, 함께 사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알리려고. 온몸을 땅에 엎뎌 밀고 나가면서, 그렇게 오체투지로.

법이란 이름으로 마구 폭력을 휘두르는 국가 앞에서, 우리 하나하나의 몸짓, 움직임은 너무도 소중하다. 1차에 이어 2차까지 함께하고 있는 오체투지 중, 이렇게 너무나도 소중한 몸짓 하나, 보았다. 말없이 무릎을 꿇은 채, 오체투지 행렬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어떤 젊은 여성! 힘겹게 울음 참는 얼굴, 거기에는 안타까움, 애틋함, 분노, 연대가 오롯이 담겨있었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꾸 돌아보게 되었다, 행렬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 미동도 없는 그녀를. 온 몸, 땅에 엎드렸을 때, 문득문득 맘 깊은 저곳에서 올라오던 울컥거림, 아마 이것과 맞닿아 있겠지. 얼굴도 제대로 못 보았지만, 너무도 소중한 만남이다.

왜 그뿐일까? 반색하며 홍보물을 요청하는 사람은 물론, 말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도 속내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모두가 만남이다. 만남이 거듭되면, 인연이 쌓이고, 깊어간다. 인연의 끈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의 변화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아무리 강고해도,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법제도 결국 사람이 만들었다. 허니, 우리 사람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거다, 함께 하려는 거다. 그래서 온몸으로 땅바닥에서 요청하려는 거다, 관심과 성원과 참여를! 이건, 우리 모두의 일, 우리를 이어 이 땅에 살아갈 '또 다른 우리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현철님은 예수회 신부이자 서강대학교 교수입니다.



태그:#오체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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