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두산은 주전 내야수 오재원과 4억 원에 연봉협상을 마무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억3천만 원이 인상된 금액으로 두산 구단 역사상 최다 인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앞서 이성열을 끝으로 폐장된 FA 시장에서도 최정에 86억 원을 내민 SK보다도 84억 원을 투자해 장원준을 영입한 두산의 행보가 더 주목을 받았다. 평소 외부 영입에 궁했던 구단 중 하나이기에 파격적이라는 말 이외에는 딱히 어울리는 표현이 없었다.

두산팬들이 가장 걱정했던 더스틴 니퍼트와의 재계약도 지난달 29일 완료했다. 역대 외국인 선수 연봉협상 사례 중 최고 대우를 보장받은 계약으로, 팬들은 5년째 '니느님'의 등판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오재원, 야구 대표팀 두번째 홈런 주인공 한국 야구 대표팀의 오재원이 지난 9월 24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B조 예선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1회말 2사 1루 타석때 우익수 뒤 2점 홈런을 친 뒤 김민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오재원, 야구 대표팀 두번째 홈런 주인공 한국 야구 대표팀의 오재원이 지난 9월 24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B조 예선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1회말 2사 1루 타석때 우익수 뒤 2점 홈런을 친 뒤 김민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예상과는 다른 행보... 모두가 놀랐다

두산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룹 경영난에 구단 운영도 어려워졌다는 '카더라'부터 프런트와 선수들 간의 불협화음이 일어난다는 위기설도 존재했다. 게다가 두산은 스토브리그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팀이 아니라서 내부 FA가 없는 이번엔 조용하게 지나가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그 예상을 보기 좋게 11월 말 장원준 영입으로 깨뜨렸다. 구단 역사를 되돌아봐도 이렇게 외부 FA 영입에 올인한 적은 거의 없었다. 롯데로 갔던 홍성흔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긴 했지만 오리지날 '외부 FA'는 장원준이 처음이다.

84억 원, 투수 FA로선 윤성환의 80억 원을 경신하는 금액이자 이번 FA시장에서 외부 FA로는 최다 금액이다. 거품 논란도 있었지만 그만큼 자신있는 구단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원준이 금액에 걸맞은 활약을 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두산이 굳이 거액을 들여 장원준 영입에 나선 건 당장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 자리를 제대로 맡아줄 투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노경은, 이재우를 믿고 가기엔 잠재된 불안 요소가 마음에 걸런다. 노경은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고 이재우는 오랜 이닝을 끌고 가는 게 버거웠다.

일단 장원준 영입으로 니퍼트와 장원준, 마야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4선발 로테이션이 완성되었다.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이 있겠지만 10승 정도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장원준의 합류로 한층 선발진이 탄탄해졌다. 김태형 신임 감독은 취임식부터 절실함을 호소하면서 "외부 FA를 잡을 수 있는 선에서 꼭 잡아달라"는 부탁을 했고 곧 장원준 영입까지 물 흐르듯 이뤄졌다.

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심하는 분위기이다. 두산팬 김철현씨는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서니 적응이 좀 안 되기도 한다.(웃음) 하지만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굉장히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예비 FA' 김현수-오재원 잡기 위한 전략

2015시즌이 끝나면 김현수와 오재원 두 명의 주전급 선수들이 'FA' 자격을 취득한다. 리그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들인 만큼 일찌감치 두 선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구단도 있다. 욕심이 있다면 김현수의 경우 해외 진출 기회도 얻어볼 만하다.

장원준과 니퍼트에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으며 팬들이 가장 크게 걱정했던 건 두산 구단의 사정이다. 100억 원 가까이 되는 돈을 투자하고 올해 두 명의 FA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컸다.

4일 현재 오재원은 4억 원에 사인을 하며 협상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올해는 주장의 임무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구단 측은 최고 인상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오재원도 협상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1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선수, 김현수가 남아있지만 오재원의 협상완료로 '대박'이 점쳐진다. 금액은 6억5천만 원에서 7억 원 정도로 추측이 되는 상황이고 늦어도 이번주 내로는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투자들을 본다면 FA로 두 선수가 풀리더라도 구단은 잡을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가 담겼다. 김승영 사장은 장원준을 영입한 이후 "어떻게서든 팀의 주축 선수인 김현수, 오재원을 잡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이번과 비슷한 행보를 예고했다.

외국인 타자도 과감하게? 거물급 선수들 '물망'

아직 외국인 타자 영입을 확정짓지 못했지만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거물급 외국인 타자들이 물망에 올랐다. 케빈 쿠즈마노프, 페냐, 케빈 브라운 등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내심 호르헤 칸투보다도 더 좋은 선수를 원하는 두산이다.

당초 1루수 혹은 3루수를 맡을 내야수 출신 외국인 타자 영입 가능성이 높았는데 케빈 브라운 영입설로 외야수 출신 외국인 타자의 영입 가능성도 생겼다. 어느 포지션이든 두산으로선 한방이 필요하고 시즌 끝까지 꾸준함을 유지할 선수가 필요하다.

조바심이 날 수 있는 시점이지만 앞선 사례들을 감안하면 신중함을 기하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관하다. 이름값에 맞는 활약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난해 호르헤 칸투가 시즌 후반기 무홈런으로 침묵했던 것이 베일에 가려진 외국인 타자 영입에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시즌 끝나고까지 내다본 두산의 과감함은 긍정적이다.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김태형 감독이 계획했던 대로 차근차근 원래 색깔을 찾아가는 곰들의 겨울은 온기(溫氣)로 가득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매일경제 BIGS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두산베어스 장원준 니퍼트 김현수 오재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