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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삼시세끼>의 수수밭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N<삼시세끼>의 수수밭
ⓒ tvN 삼시세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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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숫대 조금만 가져가면 안될까요?"
"어디에 쓰려고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만들기 해보려고요."

어린이집 교사에게 잎을 떼어내고 수숫대를 한가득 들려줬다. 어릴 적에 수숫대를 이용해서 유리 알이 없는 안경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적당한 크기로 자르거나 껍질을 벗겨서 다양한 모양으로 수숫대에 끼워넣거나 핀으로 고정해서 만들기를 했었다.

수수는 음식으로 먹는 알곡은 물론이고, 수숫대와 잎도 버릴 것이 없는 작물이다. 수숫대를 엮어서 만든 빗자루를 사용했던 시절도 그다지 오래된 것은 아니다.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사용했었고, 불씨가 붙은 수숫대를 입에 물고 담배를 피우는 어른 흉내를 내기도 했었다.

여러 번 손을 거쳐야 입에 들어오는 수수

알곡이 익을쯤 새를 막기위해 씌워둔 양파망
 알곡이 익을쯤 새를 막기위해 씌워둔 양파망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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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처럼 딱딱한 알곡이 달리는 잡곡 농사는 재배 과정에서 채소보다는 일손이 덜 가는 작물이다. 하지만 알곡이 여물어갈 때 쯤이면 새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처음 수수를 짓던 해에는 새들의 먹이로 보시를 했었다.

그때서야 구멍이 송송 뚫린 양파망을 씌우는 것이 알곡이 떨어지는 것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새들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모자를 씌운다는 것을 알았다. 수수뿐만 아니라 곡식 농사의 주적은 새다.

수수 알곡이 붉게 물들여져 익으면 벼를 베듯이 줄기 밑둥을 잘라내기도 하지만, 바쁘고 일손이 부족할 때는 알곡이 달린 줄기 윗부분만 잘라서 수확하는 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힘이 덜 들기도 하다. 가을농사 끝내고 한가할 때 수숫대를 베어내기는 해야겠지만 말이다.

알곡은 햇볕에 잘 말린 다음에 탈곡기로 털어내거나 도리깨로 두들기면 우수수 떨어진다. 양이 적으면 손으로 비벼서 털어내기도 한다. 남은 수숫대는 잘게 잘라서 퇴비로 되돌릴 수도 있고, 밭고랑에 던져두면 풀자람을 막으면서 서서히 분해되어 흙으로 되돌려진다.

털어낸 알곡은 겉껍질을 벗기는 도정을 한 후에 떡과 수수부꾸미 등 다양한 음식 재료로 이용한다. 수수 도정을 하는 방앗간이 많지가 않아서 농민들은 탈곡만 하고 도매상에 넘기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조금씩 이용할 때는 절구를 이용해서 도정해도 된다.

전통적으로 수수는 생일이나 잔치를 하는 특별한 날에 쓰이다 보니, 필요한 만큼은 자급을 했었다. 콩밭 사이에 듬성듬성 심거나 밭 주변으로 심었다. 햇볕을 받는 일조량이 충분해야 알곡이 알차고 수확량이 많다는 것을 수확시기를 달리하여 심어보면서 알았다. 이르면 5월 중순에서 늦어도 6월 초 순경이 파종하기에 적당하다. 감자를 수확하고 심는 7월 초 순경은 알곡이 제대로 여물기에는 늦다. 파종시기가 늦어질 것 같으면 모종으로 만들어 옮겨 심어도 된다.

알곡이 익으면 점차 붉게 물들여진다
 알곡이 익으면 점차 붉게 물들여진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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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손절구로 수수도정을 할 수 있다.
 작은 손절구로 수수도정을 할 수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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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수차, 혈당과 콜레스테롤 낮춰준다

마늘을 찧는 손절구에 털어낸 수수를 넣고 겉껍질을 벗기는 도정을 할 수 있다. 도정된 수수를 하루정도 물에 불려서 쌀과 섞어서 밥을 하면 톡톡 씹히면서 구수한 맛이 난다. 또, 수수의 새로운 발견은 차(茶)로 마시는 것도 괜찮다.

차로 이용할 경우는 겉껍질을 벗기는 도정을 하지 않아도 되며, 영양가에 있어서 더욱 유익하다. 물에 담궈서 물 위로 떠오른 겉꺼풀만 걸러내고 약한 불에서 태우지 않을 정도로 볶아주기만 하면 된다. 너무 익으면 팝콘처럼 톡톡 터지기도 한다.

요즘은 정수기를 놓거나 생수를 사다 먹는 집들이 많다. 이유가 다 있겠지만, 편리함 때문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것일 텐데 주전자에 수돗물을 끓여먹는 나로서는 쉽게 이해가 안되는 생활 방식 중의 하나다. 정수기와 페트병에 담긴 생수의 위생 문제는 넘어가더라도, 물 마시는 것을 너무 소홀하게 대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수돗물을 그대로 먹기에는 거부감이 있다. 볶은 옥수수나 보리를 넣어서, 또는 약초를 넣고 끓여서 식수로 마시는 것이 훨씬 물 맛도 좋다. 단지 편리함 때문에 물을 선택하기 보다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물 끓이는 것이 그리 귀찮은 일은 아니다.

티백으로 포장되어 판매되는 보리나 옥수수와 같은 식수용 차(茶)도 일부러 '국산'이나 유기농을 찾기 전에는 대부분 재료의 원산지는 '수입산'이다. 어떻게 재배되며 어떤 유통과정을 거쳐서 수입하고, 가공이 되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을 마음놓고 물에 넣어 먹는것도 개운하지는 않다.

시계방향으로 탈곡을 마친 수수, 도정을 하고 볶아낸 수수,수수차,수수밥
 시계방향으로 탈곡을 마친 수수, 도정을 하고 볶아낸 수수,수수차,수수밥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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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7리터에 볶은 수수를 한 숟가락 넣고 끓이면 맑은 붉은색이 마치 홍차와 같다. 수수의 효능을 찾아보니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따뜻해서 위장을 보호하고 해독작용하며 소화를 돕는다고 한다.

2012년 농업진흥청에서는 '수수차'를 개발하여 특허까지 받았다. 특히, 수수를 볶아주면 폴리페놀 함량이 높고 항산화 활성성분이 3~4배 높은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수차는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추운 겨울날 붉은색이 감도는 따뜻한 수수차 한 잔으로 건강과 함께 액운도 막아준다는 수수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태그:#수수밭, #수수차, #삼시세끼, #도정, #콜레스테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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